4월 임시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후 문방위)가 3일째 운영되고 있으나 MBC사태, 종교외압 논란, 미디어렙법안 등 소속 위원들의 현안 대응은 수수방관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회를 열었지만 정작 일은 하지 않는, 면피성 운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4월 임시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16일 오전 법안심사소위원회(이후 법안소위)가 열렸다. 의결정족수(총 8명 중 5명 이상)를 채우지 못해 미디어렙법안과 전기통신사업자법안을 향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30분 정도 논의 한 뒤 끝마쳤다.

이날 법안소위는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를 선언한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을 대신해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위원장을 대행했는데 애초 회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할 것으로 예견됐었다. 지역 방송사의 이해가 첨예한 미디어렙법안을 6.2 지역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처리하기에는 매우 부담스럽다는 분위기가 있다.

정치인과 정당이 선거를 앞두고 민감한 현안을 처리하는데 신중히 접근하려는 입장과 자세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현안 해결을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눈치만 보다가 세월을 보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직무유기일 뿐이다. 미디어렙법안은 아직도 여당과 야당 공히 당내에서 충분한 의견 조율의 과정이 선행되지 않아 법안소위에서 합의될 수 없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을 문방위가 현실화 시켰다는 평가가 불가능한 게 아니다.

법안처리 상황 못지않은 게 문방위 업무보고였다. 4월 임시국회 개원 이전부터 이번 문방위 업무보고는 관심의 초미였으나 뚜껑을 열고 보니 싱겁기가 그지없었다는 평가다. 정국을 뒤 흔들고 있는 MBC 청와대 인사개입, MBC파업, 종교 외압, 문화예술계 장악 논란 등 뒤로 미룰 수 없는 현안들이 산적해 있었다. 하지만 야당의 소수 의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면피성으로 자신의 질의시간에만 잠깐 참석하거나 선거나 당무 등을 핑계로 아예 단 1분도 참석하지 않은 의원도 있었다.

이렇게 참석률이 저조하다 보니 현안에 대한 질의는 연속성도 없고 쟁점이 형성되기가 어려웠다. 질의의 명분으로 ‘국민의 의혹 해소’, ‘국민의 보편적 권리’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한편을 차지했던 것은 ‘방송사들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판이 이는 스포츠 중계권 논란이었다. 심지어 쟁점 현안과 관련해 업무 보고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싱거운 업무보고’라고 평했다는 후문이다.

4월 임시국회는 오는 6월 상임위 조정을 앞두고 사실상 18대 상반기 국회의 마지막이다. 야당이 강력히 주장하는 MBC청문회 개최가 합의되지 않아 20일 이후 문방위 일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천안함에 선거에 그리고 18대 상반기 국회 마지막까지 겹치니 위원들의 관심은 국민적 관심사를 뒤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국민적 관심사가 아예 사라질지는 다른 문제다. 누가 관심을 뒤로 돌렸는지가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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