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다는 거창함을 내걸고 자칭 공영방송이라 이야기하는 KBS의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인 <열린음악회>가 낯 뜨거운 찬양 가를 불렀습니다.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던 KBS는 권력마저 먹어버린 경제 괴물을 위한 헌사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제작비 지원도 이정도면 뇌물이 될 수 있다

1. 재벌찬양 열린음악회

부산에서 개최된 <열린음악회(4월 11일 방송예정)>가 신세계의 3억 원 후원금을 받아 제작했다고 합니다. 그 후원금의 명목이 개인 사업가의 업적을 기리는 행사로 만들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수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공영방송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송피디가 일개 기업의 돈을 받아 사주의 삶을 찬양하는 방송을 사사로이 만들었다면 이는 심각한 자질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개인의 판단이 아닌 조직의 선택이었다면 공영방송으로서 국민들을 위한 방송을 저버렸다는 질타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어떤 것이 되었든 그들의 처사는 온 국민의 지탄을 받아도 부족함이 없는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1993년부터 방송이 되었으니 벌써 17년째 방송되면 간판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지요. KBS의 간판 프로그램에서 재벌가를 기리는 방송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정체성을 의심해야만 합니다. 방송을 사사로운 감정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개인이 되었든 조직이 되었듯 나아가 정권이어도 용납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야외에서 녹화된 이번 <열린음악회>는 행사장 주변에 거대한 이병철의 젊은 시절 걸개가 내걸렸고 진행자와 출연진들이 그에 관련된 발언들이 담겨있었다고 합니다. 여론이 안 좋아 급히 편집을 해서 이런 부분들을 삭제한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머릿속에는 정권과 재벌의 눈치 보기 밖에는 없음이 명확해졌습니다.

작년 말부터 재벌들의 삶을 미화하기 위한 드라마들을 만들어내며 분위기를 잡더니 정권 재창출에는 거대한 자본을 가진 재벌들이 중요함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어 보입니다. 권력과 재벌은 언제나 한 몸이었으니 특별할 것도 없지만 국민들이 항상 시청하는 방송마저 그들의 시녀 노릇밖에 하지 못한다는 것은 방송의 수치입니다.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적극 협조하는 방송인들은 더 이상 방송인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음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겠지요. 스스로 한 정당의 방송으로 재벌 기업의 사내방송으로 전락하는 길을 선택한 그들에게 공영방송이라는 이름은 사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2. 찬양과 총파업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그런 유사한 일을 벌이기 위해 낙하산 타고 내려온 사장을 내보내기 위한 MBC의 노조 총파업은 그래서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현 정권에 가장 쓴 소리를 많이 하는 방송을 장악해 자신들의 나팔수로 만들려는 획책은 KBS의 연이은 한심 방송으로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이 정도에서 커밍아웃을 준비했는지도 모릅니다. 좀 더 노골적으로 정권과 재벌을 찬양하고자 하는 그들의 정공법과 이를 반대하는 국민들의 저항이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욱 맞을지도 모릅니다. 방송을 장악하고 국민들을 홍보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그들에게서 참 언론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자신의 영혼을 팔아 개인의 안위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그들에게 언론인이라는 명칭을 부여하는 것만큼 부질없는 일은 없겠죠.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지적할 수 없는 언론은 더 이상 언론으로서의 기능은 상실했다고 봅니다. 개인의 UCC보다 못한 사내 방송이 된 작금의 상황을 돌이킬 수 있는 것은 양심 있는 언론인들의 자아성찰일 것입니다.

<열린음악회>를 연출한 권영태 피디의 전작들을 보면 철저하게 정권 찬양에 능숙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그런 그가 활개를 하고 힘을 모아주는 형식은 이미 이 정권이 들어서고 숱하게 보아왔던 형식과 다름없습니다.

극명하게 대비되는 MBC와 KBS의 차이는 우리 언론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낙하산 사장이 진두지휘하는 정권 찬양 인선을 막고자 하는 노조원들의 총파업과 이미 들어선 낙하산 인선으로 진행된 공영방송의 폐단은 그들의 총파업에 더욱 큰 의미를 던져주는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MBC 역시 KBS처럼 재벌을 노골적으로 찬양하는 방송을 내보내지 말라는 법 없습니다. 충분히 방송을 조작하고 여론을 호도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빼앗긴 들에는 봄이 오기 힘든 법입니다. 발 빠르게 노동부에서도 이번 총파업은 불법을 외치고 YTN 사태의 재발이 될 것임을 천명한 상황에서 자신의 직업을 걸고 행동하는 그들에게 천박한 밥그릇 싸움 이야기는 옳지 않지요.

3. 부끄러워하자

누군가는 지난 10년간 좌파정권이 자신들의 사람들을 심어났기에 이번에 깨끗이 뿌리 뽑고 우리 사람들을 심는다는 논리를 펴는 이들도 있습니다. 참 유딩 같은 발상이 아닐 수 없지요. 진정한 인선을 하기 위함이라면 그 어디에도 휩쓸리지 않고 공정한 방송을 할 수 있는 인물을 등용하는 것인 올바른 인선입니다.

정권의 색깔에 맞춰 사람들이 바뀐다는 논리라면 대한민국 언론은 정권의 시녀에서 벗어 난적이 없다는 말과 다름없기 때문이지요. 지난 정권 대통령이 바보 되고 연일 대통령을 폄하하는 내용들이 방송에서 넘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억지 논리를 편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뿐이지요.

바른 언론이 사라지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습니다.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이들이 사라진다면 소수의 권력자가 다수의 노비들을 지배하는 세상과 다름없어 지기 때문입니다. 어디에서도 올바른 정보를 얻을 수 없고 비판할 수 없는 사회가 올바른 사회라고 보는 걸까요? 그런 사회는 바로 '독재'라는 이름으로 불리 우는 방식임을 우린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열린음악회>사태는 방송인들이라면 부끄러워해야 할 일입니다. 어떤 그럴 듯한 포장을 한다 해도 뼈 속까지 박혀있는 찬양은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언제부터 재벌이 지배하는 사회를 찬양하고 인정하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나요?

전면에 드러난 정권의 방송장악은 코앞까지 다가와 있습니다. 그 마지막 보루에서 모든 것을 걸고 파업에 동참한 MBC 노조원들을 응원합니다. 방송장악을 막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쉬운 길은 아니겠지만 많은 국민들은 MBC 노조원들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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