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300억 원대의 재산을 사회에 헌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진작부터 그러고 싶었는데 그동안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보류했다. 이제 모두 정리됐으니 홀가분한 마음으로 국민 앞에 고하게 됐다”는 게 이 후보의 설명이다.

‘탈세 비리 의혹’을 받아온 유력 대선후보가 대선을 불과 며칠 남겨두지 않는 시점에서 재산헌납을 ‘약속’한 것 - 이례적인 일임에 분명하다. 오늘자(8일) 아침신문들이 일제히 이 후보의 재산헌납의 배경 등을 짚고 나선 것도 그런 ‘이례적인 측면’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대다수 신문, 재산논란 잠재우고 대세론 굳히기에 ‘방점’

아침신문들마다 무게중심과 방점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재산헌납과 관련한 대략적인 해석은 두 가지로 정리가 된다.

▲ 한겨레 12월8일자 3면.
△검찰 조사 결과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이 일정하게 해소된 만큼 자신의 재산형성 과정을 둘러싼 ‘도덕성’ 논란을 종식시키려는 의도 △집권 이후 자신의 재산형성 과정을 둘러싸고 정치적 논란이 벌어지는 걸 미리 잠재우려는 의도.

사실 이 후보의 재산헌납 ‘약속’은 표면적인 의미보다 정치적인 의미로 ‘읽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이 후보를 ‘졸졸’ 따라다녔던 이미지가 재산형성과 관련된 부정적인 측면이 많았고 특히 세금탈루 의혹 등과 관련해 끊임없이 논란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 한 채 빼고 전 재산 환원’이라는 ‘공약’이 나왔다. 언론이 배경과 정치적 의도를 짚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오늘자(8일) 아침신문 중에 상당히 독특한 주장을 펼치는 신문이 있다. 중앙일보다. 중앙은 사설 <이 후보 공인 의 길 걷기로 결심한 건가>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재산헌납’에 따른 정치적 논란과 나름의 의미를 평가하면서도 ‘이런 사례는 이번 한번이면 족하다’는 입장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한번 보자.

‘재산헌납’은 이번 한번이면 족하다는 걸 강조한 중앙일보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이러한 재산 헌납이 마치 잘못을 보상하는 수단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제도하에서 재산을 많이 축적한 것은 결코 잘못일 수 없다. 축적 과정이 부당하지 않은 ‘청부(淸富)’는 오히려 칭찬과 존경의 대상이 되는 게 정상적 사회다. 자칫 재산이 많은 이는 공직에 나갈 수 없다거나 공직에 진출하려면 전 재산을 내놓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 이런 사례는 한 번으로 족하다.”

▲ 중앙일보 12월8일자 사설.
“자칫 재산이 많은 이는 공직에 나갈 수 없다거나 공직에 진출하려면 전 재산을 내놓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라고 한 부분이 흥미롭다. 사실 이 후보의 ‘재산헌납’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중앙이 지적한 것처럼 “그동안 이 후보를 둘러싼 위장전입·위장취업 파문과 BBK 사건 연루 의혹 등이 재산 축적 과정 또는 자녀들과 관련돼 있었기” 때문인데, 중앙은 거기서 몇 발짝 더 나아갔다.

이른바 ‘정치적 해석이나 분석’에 그치지 않고 이번 ‘재산헌납’이 관례화가 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곤 애써(?) “그렇기 때문에 재산 헌납이라는 명칭보다는 자신이 모은 재산을 사회 공익을 위해 출연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겠다”라며 의미를 부여한다.

다른 신문들은 ‘선거용 이벤트’ 여부와 ‘진정성 문제’를 주목하고 있는 반면 중앙은 ‘재산헌납’의 관례화를 우려하고 있는 셈이다. ‘부자신문’의 본능적인 반응이라면 지나친 해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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