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 퇴출을 정치적인 시각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저 시청률에 문제가 있어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것일 뿐 이를 KBS의 잘못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KBS에서 김미화 퇴출 징후가 감지되며 정권의 언론장악의 어두운 그림자가 실체를 드러내고 있음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설마는 사람도 잡고 공정 방송도 잡는다

윤도현의 퇴출로 시작된 현 정권의 KBS 솎아내기는 KBS 노조에서 밝혔듯 정관용, 유창선등 날선 비판을 하던 이들의 퇴출로 이어졌습니다. 작년에는 김제동을 인정하기 힘든 이유를 들먹이며 하차를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지며 여론의 도마 위에 올려 지기도 했었습니다.

자연스러운 변화를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라는 말들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철저하게 정치적으로 방송 길들이기를 하고 있었음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월 3일 방송되었던 <다큐멘터리 3일>에 내레이션으로 참여했던 김미화에 대해 임원회의 결과가 알려지면서 부터입니다.

심의 실에서 김미화의 내레이션 참여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올라오고 김인규 KBS 사장과 임원들은 이를 '일부 프로그램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내레이터가 출연해 게이트키핑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는 곧바로 '임원회의 결정사항'으로 제작현장에 전달되었다고 합니다.

더 이상 김미화 같은 인물이 KBS에서 목소리도 나와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발언과 다름없습니다. 현 정권에 바른말을 하는 이들은 더 이상 KBS에 들어올 자격도 없다는 그들의 발언은 언론장악이 가져온 폐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 제작되어 방송예정인 <열린음악회>도 그렇지만 최근 KBS를 통해 만들어진 여당 정치인 미화 방송들은 그들의 의지를 보여주는 작은 사례에 불과할 뿐입니다.

윤도현·김제동 그리고 김미화,

KBS에 진정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가?

어제(4월 5일) 김인규 사장이 주재한 KBS 임원회의에서 ‘일부 프로그램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내레이터가 잇따라 출연해 게이트키핑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지적은 ‘임원회의 결정사항’이라는 형태로 제작현장으로 하달됐다. 4월 3일 방송된 <다큐멘터리 3일>의 내레이터를 맡은 김미화씨에 대한 지적이었다.

심의실에서 ‘김미화씨의 내레이션이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올라오자 임원회의에서는 아예 김미화씨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내레이터’로 낙인찍고 선정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다. 심지어 임원회의에서 ‘내레이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프로그램의 경우 내레이터 선정위원회를 구성하여 적임자를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듣도 보도 못한 ‘내레이터 선정위원회’ 구성까지 논의했다.

국가기간 공영방송 KBS 임원회의의 수준이 이 정도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KBS의 임원들이 특정 연예인을 두고 자의적으로 ‘논란의 대상’이라 치부할 만큼 편협한 시각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한심스럽다. 도대체 누가 무슨 기준으로 김미화씨를 ‘논란의 대상’으로 낙인찍는단 말인가. KBS에 연예인들의 동향이나 성향을 기록해 출연 여부를 가늠하는 블랙리스트라도 존재한단 말인가.

김미화 출연 금지 ‘내레이터 선정위원회’ 추진, 임원회의가 동네복덕방인가

김미화씨는 지난해 12월 2일 방송된 <환경스페셜>의 내레이터를 맡아 심의위원으로부터 “정감있는 따뜻한 목소리로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우리는 임원회의에서 이를 두고 그 어떤 이의가 제기됐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4개월 동안 김미화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갑자기 ‘논란의 대상’이 되고 그로 인해 ‘내레이터 선정위원회’까지 논의되는 것을 보며, 도대체 KBS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의문이다.

한심하고 가볍기 짝이 없는 이야기들이지만, 우리는 이를 웃고 넘길 해프닝으로 볼 수 없다. 이미 사측은 봄개편을 앞두고 이른바 ‘MC선정위원회’라는 것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사내 일부에서 ‘새노조 조합원인 아나운서들이 프로그램을 많이 맡고 있다’며 근거도 없는 마타도어를 퍼트린 이후에 벌어진 일이다. 이에 근거해 ‘MC선정위원회’가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이제 ‘내레이터 선정위원회’라는 해괴망측한 ‘위원회’까지 만들겠다고 하니 차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보복인사에 이은 출연자 숙청…더 이상 KBS를 망치지 말라

심지어 이번 임원회의에서는 4월 2일 방송된 ‘특별기획 천안함 침몰’ <국민의 마음을 모읍시다>라는 프로그램에 명진 스님의 인터뷰가 나간 것조차 “부적절하다는 심의지적이 있었다”며 “객관성있는 섭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명진 스님이 논란이긴 하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저도 기도 열심히 해드리겠습니다”고 종교인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말을 했는데도 심의 과정에서 인터뷰 자체를 문제 삼고 임원회의에서까지 이를 중요하게 다루다니 역시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다. 이러다간 사측이 ‘인터뷰어 선정위원회’까지 만들자고 나서지 않을까 두렵다.

2008년 이병순 관제사장이 들어선 직후 KBS에서는 윤도현, 정관용, 유창선 등 정권에 밉보인 인사들이 줄줄이 프로그램에서 잘려나가는 대대적인 물갈이가 단행되었고, 지난해에는 김제동씨도 잘 나가던 프로그램에서 별안간 하차했다. 당시 이미 ‘KBS에 출연자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소문이 KBS 안팎에 횡행했다. ‘블랙리스트’의 존재는 확인된 바 없지만, 편협한 시각으로 출연자들을 솎아내는 KBS의 행태는 지탄의 대상이 됐고 KBS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런데 특보사장이 들어선 뒤 눈엣가시인 직원들에 대한 보복뿐만 아니라 또 다시 출연자들에 대한 숙청까지도 이뤄진다면 KBS는 더 이상 수렁에서 벗어날 길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KBS본부는 제작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KBS를 끝없는 수렁으로 몰아넣는 사측의 행태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MC선정위원회’니 ‘내레이터 선정위원회’니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기구를 만들어 자유롭고 창의적인 프로그램 제작을 방해하는 사측의 시도에 강력 대응할 것이다. 김인규 사장은 더 이상 프로그램을 농단하지 말라.

2010년 4월 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어용노조인 KBS 노조가 아닌 새롭게 시작한 KBS 노조의 성명서는 많은 이들에게 언론은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시작이 될 것입니다. 그들이 밝힌 것처럼 철저하게 정권의 시녀로 방송을 이용하겠다면 국민들의 혈세로 운영되는 KBS는 국민들로 구성된 임원회의를 통해 퇴출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발언'과 관련된 요미우리 보도 건에 대한 판결 우리를 더욱 당황스럽게 만듭니다. 이 사건의 본질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발언'의 진위임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에게 개별적인 연관성이 없어 패소 판결을 했다는 것은 본질을 외면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명확한 원인에 대한 진실을 외면한 채 그들이 내린 판결은 역설적으로 심증만 굳히게 만들고 있음을 그들은 알지 못하는 것일까요? 삼성에 대한 고발 사건을 법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무죄 판결을 내린 그들은 국민들이 알고자 하는 진실을 외면해버렸습니다.

사회를 만들어가는 전체적인 시스템이 공정한 잣대를 버린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것은 명징합니다. 소수를 위한 사회는 갈등만 조장할 뿐임을 그들은 진정 모르는 것일까요?

김용철의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삼성공화국의 그 거대함을 어느 정도 느끼셨을 듯합니다. 그 책을 읽지 않더라도 이미 많은 곳에서 재벌 공화국에 대한 비판이 이어져 왔었던 전래를 봤을 때 권력과 자본에 나약한 이들로 인해 파괴되어가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개탄스럽기만 합니다.

MBC 낙하산은 <백분토론>, <피디수첩>의 진행자와 담당 피디 교체를 감행하더니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 까지 손을 데려고 합니다. KBS가 그들이 만든 실체를 알 수 없는 '블랙리스트'에 올려 진 인물들을 차례차례 솎아내기를 한다면 대한민국의 암흑시대를 예고하는 것과 다름없을 것입니다.

봄철 개편을 앞두고 'MC선정위원회'를 두겠다는 KBS는 이제 '내레이터 선정위원회'까지 두겠다고 합니다. 철저하게 정권을 위해 일할 사람들만을 방송에 내보내겠다는 그들의 뻔뻔함이 두려울 정도입니다. 김제동에 이어 김미화가 타깃이 된 상황에서 다음은 누구일까요?

그들의 퇴출을 바라보는 방송인들과 연예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그들은 이런 불안을 조성해 자발적인 충성심을 유도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방송의 중립과 자율성이 왜 중요한지를 KBS는 연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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