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의 파업이 삼일 째를 맞이하고 있다. 야당은 일제히 MBC 김재철 사장의 즉각적인 사퇴와 국회 차원에서의 국정조사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MBC파업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당 공식회의 관련 브리핑이나 논평에서 단 한마디도 언급하고 있지 않다. 원인을 떠나 MBC파업으로 공영방송의 편성이 차질을 빚고 있지만 외면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모습은 국민의 공당(公堂)인지 권력자의 사당(私黨)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한나라당 소속인 고흥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후 문방위) 위원장은 지난 6일 오전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안상수 원내대표에게 “이번 국회가 사실상 상임위원장과 간사의 마지막 국회다. 원내대표단은 4월 국회의 기조와 방향을 어떻게 세우고 있는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안상수 원내대표는 “상임위가 파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민생법안을 처리해 달라는 것이 대표단의 방침”이라며 “충돌 빚을 가능성이 있는 상임위는 여야 간사가 계속 논의하고 파행을 면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다 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 말을 되새겨보면 ‘충돌 가능성이 있는 상임위는 열지 않고 계속 논의를 해 시간을 끌라'는 얘기로 해석된다.

이런 한나라당의 시간 끌기와 회피 전술은 낯설지 않다. 지난 3월 임시국회에서 문방위는 한나라당 나경원 간사의 서울시장 출마로 한나라당 간사 대행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단 한 차례의 전체회의 이외에는 열리지 못했다. 한나라당의 입장에서는 MBC사태, 봉은사 관련 종교외압, 회피 연아 동영상 관련 네티즌 고소 등 현안이 산적한 3월 문방위를 선방한 셈이다.

한나라당은 중요한 사실들을 잊은 듯하다. 한나라당은 정당이기 때문에 진실, 선거, 국민과는 땔레야 땔 수 없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사실을 왜곡하고 막더라도 진실은 국민에게 알려지고 있으며 결국엔 심판 받게 된다.

숨고르기에도 이유가 있어야 한다. 국민의 선택에 의해 선출된 한 명 한 명의 정치인으로서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우릴 필요가 있다. 국민 다수는 공영방송 MBC가 정규 프로그램을 방송하지 않고 재방에 기대고 있는지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 한나라당이 국회차원에서 MBC 관련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고 국정조사와 청문회에 조속히 나설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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