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는 필자를 포함한 편집국 기자들의 논의를 거친 끝에 작지만 새로운 시험을 시작하려 합니다. '족벌언론 재벌언론 족벌권력'을 주제로 한 기사(들)을 사전에 예고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족벌언론, 재벌언론, 족벌권력에 관해 궁금한 사항이나 제보를 해 주시면 취재해 보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탄 없는 충고와 제보,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족벌)언론을 아십니까?" "잘 모릅니다."
그러면 "당신은 아십니까?" "저 역시 모릅니다."
"모르는데 족벌언론에 대해 왜 기사를 쓰려고 하는가?" "모르기 때문에 쓰려고 합니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굳이 진보적이거나 진보주의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오늘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 특히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대통령 선거와 언론'의 모습을 보면서 실망하거나 분노하거나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물며 언론에 종사하거나 끈이 닿아 있는 사람들이야 일러 무엇 할까?

▲ 지난 6일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언론광장' 후원의 밤 ⓒ언론노조 이기범 기자

지난 6일 저녁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전·현직 중견언론인들의 모임인 '언론광장'이 '후원의 밤'을 겸한 송년회를 조촐하게 열었다.

'언론광장' 송년회 화두 : 대통령 선거와 언론권력, 어떻게 할 것인가?

언론광장의 지난 1년 동안의 토론회을 비롯한 연구 활동 등에 관한 보고가 있었다. 참석자들 사이에서 이날 오전에 있었던 검찰의 BBK 관련 (중간)수사결과 발표가 화제에 올랐다. 그러나 주된 관심사는 역시 '권력화한 몇몇 언론'이었다. 자책(自責)에 가까운 반성도 뒤따랐다. 참석자 중에는 몇몇 '언론권력'에 종사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KBS와 MBC 등의 PD들과 간부들의 모습도 보였다. 상대적으로 젊은 언론인들의 참석이 적었다는 것이 오늘 우리 언론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정경희 선생님이 먼저 축사를 위해 단상에 올랐다. 글자 그대로 평생 정론직필(正論直筆) 오직 한 길만 걸어오고 계신 분이다. 그래서 후배 언론인들이 마음으로부터 존경하는 몇 안되는 언론계 선배 중의 한 분이다.

"요즘 (우리는) 이상한 경험을 하고 있다. 권력화한 몇몇 언론이 희다고 하거나 검다고 하면 국민들이 그대로 믿어버리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우리가 노무현 정부 이후 언론개혁이라는 말만 끄집어 내놓고 이를 제대로 (실천)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 언론인 정경희 선생 ⓒ언론노조 이기범 기자
특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이는 몇몇 언론권력의 행태를 '5년마다 도지는 병'이라고 불렀다. 평소 좀처럼 품위 없는 언사를 안 쓰시는 분이다.

'5년마다 도지는 병'과 '시도 때도 없이 도지는 병'

이효성 시민방송 이사장(성균관대 교수)이 축사를 위해 뒤를 이었다.

2기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그는 몇몇 언론권력의 행태를 '5년마다 도지는 병이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일'이라고 했다.

"저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종이 신문 자체를 보지 않는다. 즐겨찾기로 몇몇 인터넷 신문만 본다. 종이신문을 보지 않는 이유는 몇몇 신문들이 너무나 편파적이고 공정성이 없고, 언론의 기본 임무인 사실과 진실 추구를 깡그리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선배 언론인의 짧은 '축사 아닌 축사'도 참석자들의 폐부(가슴)을 찔렀지만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문정우 시사IN 편집국장의 '독립언론 시사IN이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강연이었다.

한국 언론의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주고 있는 '시사IN'

잠시 '독립언론 시사IN'에 대해 소개해야겠다.

시사IN은 시시저널이라는 주간지를 만들던 기자들이 '자본과 권력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진정한 독립언론'을 갈구하는 독자들의 뜨거운 성원과 참여에 힘입어 창간한 ‘진정한 독립언론’이다. 우리나라에서 광고주를 포함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유일의 독립언론’이라고 해도 결코 틀리지 않을 것이다.

시사IN 기자들이 1989년 10월 창간 이래 나름대로 '독립언론'의 길을 지켜왔던 시사저널을 뛰쳐나온 것은 불과 몇 달 전이었다. 뛰쳐나올 수 밖에 없었던 원인과 배경도 바로 '삼성'이다.

이번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고발(whistle-blow)을 통해 또 다시 한국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삼성의 이학수 부회장(전략기획실장)이 삼성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 자신과 친한 사람들을 발탁한다는 내부 관계자의 증언에 바탕을 둔 기사를 쓴 것이 직접적인 발단이 되었다고 한다.

당시 금창태 사장은 편집국장과 상의하지도 않고 또 기사를 읽어보지도 않고 이학수 부회장 관련 기사를 인쇄 직전 단계에서 빼버리고 그 자리에 광고를 실었다는 것이 기자들의 항의 이유였다. 편집국장은 항의의 표시로 사표를 제출했고 금 사장은 즉각 이를 수리했다.

기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사장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 도입을 요구했다. 물론 편집국장의 복직과 항의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징계를 당한 기자들에 대한 원상회복 조치도 요구했다.

그 전에도 사장 등 경영진에 의한 편집권 간섭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편집국장 등 선배들의 사표 혹은 '사표 소동'으로 마무리(?) 되는 수가 많았다. 그렇게 선배들의 희생을 통해 나름대로 '독립언론 시사저널'의 길을 지켜왔다는 것이 문정우 편집국장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금 사장의 대응이 과거와 달랐다고 한다.

이유와 궁금증은 투쟁이 계속되면서 저절로 풀렸다. 원인(遠因, 먼 원인)은 다른 데 있었던 것 같다. 바로 그 전 해인 2005년 발행한 추석합병호 '삼성은 어떻게 한국을 움직이나'가 문제였던 것 같다. 2005년 9/20·27 추석 합병호는 100여쪽이 넘는 분량으로, 우리나라 언론사가 삼성을 다각도로 다룬 최초의 보고서가 아닐까 싶다.

기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산별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이제 사태는 서로 물러설 수 없는 길로 가고 있었다. 몇 달 동안의 협상이 진척을 보이는 것 같다가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금 사장은 타협의 전제로 '몇 사람의 목'을 요구했다. 기자들과 노동조합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업무에 복귀해서 편집권의 독립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고 문정우 편집국장은 회고했다.

기자들은 파업에 돌입했고 금 사장과 사주인 심상기 회장도 요지부동이었다. 파업은 장기화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추운 겨울에 무노동 무임금 속에서 투쟁을 벌이면서도 기자들이 전혀 동요를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일사불란했다.

월급을 못 받으면서도 얼굴을 찡그리거나 굳어 있지 않았다. 그들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그러나 결국 기자들은 그들이 20년 가까이 자부심 하나만으로 지켜왔던 시사저널을 눈물을 머금고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곧 바로 새로운 독립언론 창간 작업에 돌입했고 국내외에서 뜨거운 관심과 성원으로 우뚝 섰다. 투쟁과 실험은 대성공이다.

이제 '독립언론 시사IN'에는 특종보도로 연결되는 각종 제보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진정한 독립언론'을 갈구하는 국민과 독자들의 기대와 신뢰 때문일 것이다.

"독립언론 시사IN은 한국 언론 시궁창에서 핀 한 떨기 장미다. 한국의 천민자본주의라는 시궁창에서 피어난 희망이다." 이것이 기자들과 '독립언론 시사IN'을 지난 1년여 동안 옆에서 지켜 본 필자의 결론이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한국 천민자본주의의 시궁창 : 족벌언론, 재벌언론, 족벌권력

그렇다면 이제 남은 시궁창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남은 족벌언론, 재벌언론, 족벌권력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날 언론광장 송년의 밤 행사로 돌아가 김중배 상임대표의 '감사의 인사'를 들어보자. 김중배 대표는 새삼 설명이 필요 없는 언론계 대선배이다. 그는 일찍이 동아일보 편집국장을 박차고 나오면서 정치권력이 아니라 자본이 신문을 지배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후배들에게 경고했다. 그의 경고와 예언은 한 치도 어긋남 없이 곧바로 우리에게 현실로 나타났다.

"'어둠의 언론’이 한국을 지배하고 있다. 이미 우리 언론들이 스스로 ‘어둠의 언론’임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언론광장과 우리 참석자들이) 언론에 대한 연구와 공부도 더 해야겠지만, 이제 행동하고 실천해야 하는 길에 들어섰다."

백번 옳은 말씀이다. 그래도 시궁창이 어떤지 파헤쳐는 봐야겠다.

이제 "족벌언론, 재벌언론, 족벌권력에 대해 파헤치는 매체가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소박한 심정으로, 견습기자의 자세로 돌아가 독자 여러분들과 언론계 선배동지들께 다가가고자 한다. 결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겠다. 자신하지도 않겠지만 굴하지도 않을 것이다. 오로지 독자와 언론계 선배 동료들을 믿고 가 볼 생각이다.

조선과 중앙 등 족벌언론은 과연 언론(사)인가? 아니면 신문 혹은 언론으로 위장한 범죄집단인가? 독자 여러분들께서 판단해 줄 것으로 믿는다. 아낌없는 지도편달을 감히 당부 드린다.

* 다음 기사는 '시사IN 기자들을 통해서 본 삼성 이건희 가벌의 오지랖'에 관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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