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훅하고 들어온다. 준비를 아무리 해도,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도 사랑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찾아오고는 한다. 그 짧은 순간 상대는 사랑의 비수를 꽂는다. 설마 했지만 그 비수는 주변을 사랑으로 물들게 하며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상태로 만들고는 한다.

절박한 순간 생각나는 사람;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 상처 품은 자들의 사랑, 사랑도 고통이다

처음엔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어느 날 갑자기 훅하고 들어온 어린 남자의 행동이 불쾌하기도 했다. 애써 외면하고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그건 사랑이었다. 알 수 없는 그 감정은 그렇게 자신의 의지와 상관도 없이 멋대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키워내고 있었다.

작가가 되기 위해 대기업마저 때려치운 현수는 작가방에서도, 집에서도 구박 받는다. 도제방식이 여전히 주를 이루고 현실에서 작가 밑에서 일을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능력이 작가를 넘어서는 순간 그건 재앙이 된다. 자신을 능가하는 제자는 버리고 싶어 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SBS 월화드라마 <사랑의 온도>

실패 없이 모든 시험을 한 번에 통과해왔던 언니의 그늘에 갇혀 살던 동생은 기회를 잡았다. 언니가 작가가 되겠다고 막내 작가로 말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있는 상황이 동생에게는 기회였다. 그렇게 구박을 하는 것으로 평생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사랑이 넘쳐 오해를 받기도 하는 현수 부모. 그런 무한한 사랑 속에서 자란 현수에게 사랑은 그렇게 따뜻하기만 하다. 탁월한 능력을 가진 요리사 정선은 뭔가 재벌가 아들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정선은 아픈 기억을 품고 살고 있었다.

가부장의 정석과 같았던 아버지. 숨이 멎을 듯한 분위기의 집은 정선에게도 지옥 같았다. 어머니를 조롱하고 폭행하는 아버지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렇게 아버지를 막아서는 순간 두 사람은 이혼을 했다. 불쌍한 어머니를 위한 그의 행동은 하지만 원하지 않은 굴레를 만들고 말았다.

의존적이며 의지박약에 사랑을 갈구하는 어머니는 정선에게는 고통이었다. 아버지에게 구박 받던 어머니가 불쌍하기만 했지만, 이혼 후 어머니는 아들에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고통을 보상받기 위해 충동적인 사랑을 이어갈 뿐이다.

SBS 월화드라마 <사랑의 온도>

경제관념까지 부족해 매번 뒷수습을 해야만 했던 정선에게 어머니는 아픈 손가락과 같았다. 반복된 상황은 지치게 만들었고, 그렇게 포기하고 잊고 지냈지만 갑작스럽게 어머니가 정선을 찾았다. 피하고 싶었고, 영원히 그렇게 각자 살기를 원했지만 어머니의 히스테리는 정선 앞에서 더욱 강렬하게 쏟아져 나왔다.

잘못 배달된 택배. 하필 그 택배가 현수의 집으로 왔다. 정선에게 전달해주며 함께한 술 한 잔은 마법이 되었다. 정선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 챈 정우가 선물한 트러플은 현수에게 많은 웃음을 선사했다. 그렇게 경계가 조금씩 무너지면서 두 사람은 자연스러워졌다.

"경계 안 해, 이제"

벗어날 수 없는 마력을 가진 정선의 직진은 현수를 흔들었다. 그 첫 순간 이미 사랑이라는 감정이 파고들었던 현수에게 정선은 사랑하고 싶은 남자다. 말로 하지 못하는 그리고 미처 그게 사랑이라는 생각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는 그렇게 자신에게 들어와 있었다.

SBS 월화드라마 <사랑의 온도>

꼬막을 먹기 위해 벌교까지 향한 그들의 여행. 아름다운 풍광과 맛있는 음식은 그들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주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 버스 파업으로 어렵게 기차를 타게 된 두 사람. 새벽 기차 밖 풍경을 즐기는 현수 곁으로 다가선 정선은 다시 한 번 솔직해진다.

"키스에 책임감 가져야 하나요"

표현만 하지 않았지 이미 현수에게 정선은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현수에게 정선의 이런 행동은 오히려 사랑스러웠을지도 모른다. 너무 솔직한 그래서 그게 사랑인지 미처 깨닫지 못하게 한 정선은 달콤한 첫 키스의 추억까지 남겼다.

현수가 부담스러웠던 작가는 그녀가 어쩔 수 없이 나갈 수밖에 없도록 이끌었다. 자신의 능력 밖 제자는 스승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존재니 말이다. 그렇게 지독한 고통 속에서 현수가 생각한 유일한 존재는 바로 정선이었다. 절박한 순간 떠오르는 남자는 바로 사랑이었다.

SBS 월화드라마 <사랑의 온도>

정선에게 어머니의 등장은 괴물 같았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 고통의 순간 정선에게 떠오른 여자도 바로 현수였다. 기차에서 그 설렘 가득했던 키스를 나눈 두 사람은 책임가질 필요 없는 키스가 사랑의 시작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사랑은 시작되었지만 그 사랑을 가로막는 지독한 장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사랑의 온도>는 시작부터 잘 보여주었다. 달달한 그래서 더욱 쓰리고 아픈 사랑은 그렇게 지독한 불꽃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거침없이 타오르던 그 불은 그들을 사로잡을지 아니면 모두 태워버릴지 알 수 없다.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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