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안현우 기자] 민영방송 SBS에서도 MB 국정원 블랙리스트를 바탕으로 배우 권해효‧김민선 씨에 대한 퇴출 압박이 진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19일 한겨레신문은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10년 초 국정원은 SBS에 배우 김민선 씨와 권해효 씨의 출연 배제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자체 조사를 통해 드라마제작 간부에 의해 실제로 권해효 씨에 대한 퇴출 압박이 시도됐다고 발표했다. SBS본부에 따르면 당시 허 모 드라마국장이 드라마 ‘제중원’ 연출을 맡은 홍 모 PD에게 권해효 씨를 무조건 드라마에서 빼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당시 홍 PD는 "권 씨가 음주 운전을 했냐? 성 매매를 했냐? 타당한 이유 없이 무조건 뺄 순 없다“고 버텨, 권해효 씨의 드라마 출연은 가능했다.

19일자 한겨레신문 기사 캡처

SBS본부는 “국정원을 통한 압력이 있었지만 담당 PD의 소신 덕분에 불발에 그친 것”이라며 “이런 드라마 PD들의 저항 덕분에 권해효 씨는 2011년 ‘내게 거짓말을 해봐’, 2012년 ‘유령’ 등 SBS 여러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MB 국정원 블랙리스트에 따른 퇴출 압박은 드라마 출연 문제에 국한되지 않았다. 배우 문성근 씨가 2009년 이후 SBS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에서 배제된 것도 윗선 지시였다는 제작 PD의 증언이 나왔다. 방송인 김제동 씨의 ‘그것이 알고 싶다’ 20주년 특집방송 진행이 무산된 것도 마찬가지였다.

SBS본부는 MB 블랙리스트를 SBS 내부에서 관철시키려고 한 ‘윗선’으로 박정훈 사장을 비롯해 이웅모 현 미디어홀딩스 사장, 우원길 현 미디어홀딩스 회장 보좌역 등을 꼽았다. SBS본부는 “이런 압력이 집중됐던 2009년부터 2013년까지 SBS의 총 책임자인 대표이사 사장은 우원길 현 미디어홀딩스 회장 보좌역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5년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회차에서 대주주의 압력이 제작진에 전달되면서 내용에 포함될 예정이었던 조석래 효성 회장 부분이 대부분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박정훈 사장이 제작의 총 책임자인 제작본부장으로, 이웅모 현 미디어홀딩스 사장이 SBS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였다”고 지적했다. 박정훈 사장은 최근 담화에서 "부당한 압력에 한 번도 굴복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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