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현 대법원장 임기는 오는 24일 끝난다. 그 전에 새로운 대법원장 선임절차가 끝나지 않으면 사법부 수장 공백사태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헌재소장 공백에 이어 삼권분립의 요체인 대법원장의 공백마저 예상되는 위기 속 야권을 향한 대통령의 호소였다.

민주국가는 삼권분립이 기초가 된다. 초등학생도 배우고,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은 야당들의 묻지 마 반대 카르텔에 의해 삼권분립이 깨질 위기에 놓여 있다. 김명수 후보 불가 발언에 정작 김 후보자 본인은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청문보고서 채택조차 않는 것이 땡깡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후보자에게 문제가 있다면 표결로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17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말을 조금 더 들어보자. “사법부 새 수장 선임은 각 정당의 이해관계로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요체인 입법, 사법, 행정 등 3권 분립 관점에서 봐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아무리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권을 흔들고 싶더라도 적어도 민주국가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는 정략적으로 흔들 일이 아니라는 참 간절해 보이는 요청이다.

현재 야당들의 구조를 보면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들이 그대로 당권을 장악한 형국이다. 이도 참 보기 드문 일이고, 상식적이지 않다. 대선패배에 대한 반성이나 자숙 대신 막무가내 대여 투쟁에 나서는 것은 대선불복이자, 낙선보복으로 비치기에 충분하다. 대법원장의 임명을 방해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장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는 명백히 상호견제에 그쳐야 할 입법부가 사법부의 기능과 권위를 강제로 멈추게 하는 폭거라고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재 국회의 절반은 전임 대통령과 함께 내용적으로 탄핵당한 세력들이다. 그런 그들이 지금 단지 당명을 바꾼 채, 제왕적 대통령 운운하며 실질적인 제왕적 국회로 군림하고 있다. 어떻게 삼권의 독립체인 사법부의 수장을 결정하는 일이 여야 간의 정치적 산물일 수 있겠는가. 다른 것은 몰라도 대법원장 임명 동의안마저 대여투쟁의 볼모로 삼는다면 거센 국민반발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사법발전재단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뿐 아니다.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에게 “거취 문제를 결정했느냐, 헌재소장 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없나” 등의 질문이나 하는 언론도 문제다. 헌재소장 공백 장기화에 대해서는 야당들에게 물어야 한다. 야당들의 막무가내 카르텔에 물에 물탄 듯 넘어가는 것은 결국엔 야당을 응원하는 것과 다름없다. 아니면 부추기던가.

언론이 질문을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다. 누가 한 말이든 이는 저널리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질문을 할 대상도 잘 골라야 한다. 만에 하나 김명수 후보자의 국회 동의가 무산될 경우에도 대법원장의 공백에 대해서도 김 후보자에게 물을 것인가? 아니다. 어떤 결과의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 질문을 해야 한다. 한국 저널리즘이 적어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존중받지 못하는 이유다.

북한이 미사일을 쐈으면 북한을 욕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국 언론은 북한이 뭘 하면 정부 잘못이고, 야당이 잘못해도 여당 탓 혹은 여야 갈등이라고 호도하는 오랜 습관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한편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김명수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은 찬성 53.3% 반대 28.7%으로 집계되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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