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가 순발력을 뽐냈다. 11일 김이수 헌재소장 국회 비준이 부결된 후 호남지역을 대상으로 빠르게 여론조사에 나선 것이다. 표본수가 500명 대로 다소 적기는 하지만 당장의 호남 민심을 가늠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김이수 헌재소장 부결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와 부결이 옳은지에 대한 두 가지 대표적인 질문에 대한 호남민심은 응답은 단호했다.

우선 김이수 헌재소장 부결에 대한 반응은 응답자의 62%가 동의 못한다는 결과였다. 또한 부결의 책임을 묻는 항목에 대해서는 64.2%가 국민의당이었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게는 22.1%의 책임이 있다고 응답했다. 더불어민주당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대답은 9.8%에 그쳤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국민의당은 호남민심을 의식한 나머지 국회 부결 이후 넌지시 민주당의 반란표가 있었을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반발을 무마하려는 태도를 취했지만 적어도 당장 뿔난 호남 민심은 국민의당을 매섭게 겨냥하고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그런 가운데 하필 전북을 찾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그런 호남 민심을 향해 호남 홀대론을 다시 꺼내들었다. 전날 “김이수 부결, 우리가 20대 국회 결정권을 가졌다”는 말을 한 당사자가 맞는지 의심이 들게 한 일정인데, 배짱이 좋거나 눈치가 없거나일 것이다.

어떤 경우라 할지라도 최초 호남 출신 헌재소장을 직접 날린 당사자가 다음날 호남을 찾아 여당의 호남 홀대론을 주장하는 모습이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주변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이수 후보자 임명 동의가 부결된 후 국민의당으로 몰린 비난만으로도 이미 여론조사가 불필요할 정도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3일 오전 전북도청을 방문해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홈페이지에는 김이수 후보자 부결을 비난하는 글들이 헤아릴 수 없도록 몰리면서 홈페이지는 한때 마비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호남과 일반 민심이 사나워지는 후폭풍 속에 국민의당은 또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해서도 부정적 뉘앙스를 던지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은 14일 논의될 예정이다. 김이수 후보자 부결 이후 곧바로 호남 민심을 현장에서 확인했을 안철수 대표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결시켜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이어서 이번에도 국민의당이 자유투표라는 느슨한 자세로 임했다가는 자유한국당 2중대라는 비난을 굳히게 될 것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3일 오후 방문한 전북 완주군 용진농협 로컬푸드직매장 앞에 안 대표를 비판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후보자의 경우 야당들이 그리 별렀어도 그 흔한 시빗거리 하나 나오지 않은 무결점의 존재임을 증명했다. 그러자 보수야당들은 김 후보자를 사상검증의 판으로 끌어들이려 현직 판사를 증인으로 불러내는 유례없는 무리수까지 썼으나 역풍만 맞았을 뿐이다. 그런 야당들의 행태에 언론도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당은 김이수 후보자 부결 이후 곧바로 맞은 김명수 대법원장 비준에 고민을 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물론 비준에 동참할 것이라면 고민할 이유는 없다. 부결을 염두에 두고 있기에 고민이 깊어지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국민의당을 향해 말로만 호남을 외친다는 비난이 달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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