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방송문화진흥회가 7일 MBC 시사·보도 분야 편향성을 지적한 경영평가보고서를 사실상 폐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구 여권 추천 이사진(6인)이 구 야권 이사진(3인)에 반대에도 표결로 폐기를 강행한 결과다.

방문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에서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2016년도 MBC 경영평가’ 결과 채택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구 여권 추천 이사진(6인)이 다수결로 ‘부결’을 밀어붙인 결과다.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사진=연합뉴스)

구 여권 추천 이사진은 이날 시사·보도 분야를 담당한 김세은 교수가 MBC 비판한 내용과 표현을 문제 삼으며 보고서 내용을 방문진이 자체적으로 수정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방문진 구 여권 추천 이사진은 김 교수에게 일부 보고서 내용에 대해 수정을 요청했고 이를 받아들인 김 교수가 일부 표현을 고친 바 있다. 하지만 구 여권 추천 이사진은 다시 표현과 내용의 문제를 거론하며 통과를 가로막았다.

최강욱 구 야권 추천 이사는 경영평가 통과를 반대하는 구 여권 추천 이사진을 향해 “김 교수에게 앞서서 수정을 요구했고 일부를 김 교수가 받아들였다”면서 “(구 여권 추천 이사진들은) 당시 보도·시사 책임자였던 김장겸 사장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니까. 작전을 쓰는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MBC경영평가는 지난 6월부터 진행돼 왔지만 4차례에 걸쳐 4개월 동안 채택이 미뤄지다가 결국 폐기됐다. 방문진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언론학자 4명에게 각각 1인당 용역비 1천만 원, 책 발행 2천만 원 등 총 6천만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MBC경영평가’는 방송문화진흥회법 제10조에 의거된 방문진의 의무다.

고영주 이사장은 경영평가 관련 “후속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 소위원회를 재구성하자”고 제안했지만 구 야권 추천 이사진은 소위 구성에 대해 반대, 논의는 다음 회의로 미뤄졌다.

또한 구 야권 추천 이사진은 이날 제작거부·총파업 사태를 질의하기 위한 김장겸 MBC사장의 출석 요구를 안건으로 올렸지만 구 여권 추천 이사진이 반대하며 부결됐다.

최강욱 이사는 “그동안 방문진 이사회가 경영진을 방치한 결과가 현재 MBC 상황”이라며 “진지하게 방문진이 경영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번이 MBC에 남은 마지막 기회”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이인철 이사는 “노조는 안광한 전 사장 때부터 퇴진 요구를 해왔다. 게다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도 ‘MBC무너졌다’ 발언을 했고, 방통위원장도 감독권 시사 발언을 하기도 했다. MBC 현 사태의 원인 제공이 누구인지 의심스럽다”며 김 사장의 출석 요구를 가로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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