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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킥 126회-마지막 회가 최악일 수밖에 없는 이유[블로그와] 자이미의 베드스토리
자이미 | 승인 2010.03.20 14:48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이 126회를 마지막으로 끝이 났습니다. 장장 6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주말을 제외한 매일 저녁시간대 많은 이들과 소통을 하던 시트콤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회는 방송이 안 되어도 좋았을 만큼 아쉬운 내용이었습니다.

   
 

사족이 되어버린 마지막 회, 안 볼걸 그랬어

1. 스스로에게 갇힌 채 벗어나지 못한 진부한 마무리

리뷰를 써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식상하고 재미없었던 마무리였습니다. 여러 가지로 의미부여를 하며 이야기를 한다면 그들의 사랑을 한없이 특별하게 만들어낼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는 단순히 김병욱 PD 혼자만을 위한 마무리였습니다.

자신은 직접적으로 죽음이라 이야기하지 않은 채 돌려 이야기를 하지만 정황상 그들이 살아남은 부상자 20명은 아닌 것은 분명하지요. 3년이 지난 후 정음과 준혁의 회상만으로도 그들이 죽음으로 마무리되었음은 분명하니 말입니다.

다른 작가들은 몰라도 감독은 처음부터 죽음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트콤에서 항상 웃기고 즐겁게 마무리해야할 이유는 없겠지만 유독 자신만이 죽음과 절망으로 마무리하는 경향을 봤을 때 김병욱 PD의 스타일이 이번에도 적용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염세적이면서도 사랑에 대한 그의 가치관을 투영함으로써 정극에 가까운 시트콤의 새로운 전형을 개척한 공로는 인정해줄 수 있겠지만, 시청자와의 소통이 부재한 그들만의 이야기는 아쉬움이란 결과만 남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이 공개된 후 여러 매체에서는 그동안 보여 줬던 소품들과 상황 속에서 죽음의 징후들을 찾아낼 수 있다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허술하기 그지없는 지적 중 정점은 '지옥에서 온 식모'라는 일반적 게임 캐릭터를 응용한 대목에서 마저 '죽음의 기운'을 끄집어 낼 정도로 허술한 결과에 맞는 가능한 모든 허술한 것들을 끄집어 이야기하기 바쁩니다. 마지막 죽음을 위해 정교하게 엮어 놓은 추리물 같은 시트콤이었다는 이야기까지 있지만 김병욱 PD에 너무 경도되어 만들어진 그럴 듯한 후기에 불과합니다.

오랜만에 재회한 아버지와 가슴 찡한 해후를 하는 세경 자매들은 행복하기만 합니다. 여전히 자신과의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는 해리가 아파하지만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애로서는 모두 감내할 수 있는 이별입니다. 떠나는 순간까지 자신이 마음속으로 품었던 사랑을 잊지 못하는 세경의 머뭇거림은 예정된 운명을 위한 준비였습니다.

지긋지긋한 드라마의 클리셰를 위한 마지막 장치인 비가 마침 쏟아지고 그들은 운명처럼 함께 합니다. 수많은 상황 속에서도 마음속으로만 담아내던 세경은 마지막이라는 이유로 정음에게 향하던 지훈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 버립니다.

그리고 유혹하듯 던진 "잠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는 주문처럼 차안을 무겁게 감쌀 뿐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그들만이 만족할 수 있는 결과에 집착하게 됩니다. 빗길 운전임에도 불구하고 주문을 외운 세경의 얼굴만 보던 지훈으로 인해 8중 추돌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렇게 4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하니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요? 그저 멈춰버렸으면 좋았을 시간과 현실의 차이는 극명할 뿐이죠.

   
 

2. 운명론으로는 부족한 긴 여정의 여운

모든 것이 운명이었다는 것처럼 식상한 이야기는 없지요. '운명 같은 사랑에 이끌려 순재네 집으로 향했고 애달픈 사랑에 아프고 힘겨웠던 세경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하고 나서야 비로소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라는,  신파를 넘어설 수 없는 한없이 식상한 이야기가 그동안 애착을 가지고 있었던 <지붕킥>의 전부라는 것은 허탈함을 넘어 짜증을 불러올 정도입니다.

다양한 사회적 이야기들을 담아냈던 에피소드들 역시 그저 현실의 모습을 투영해 보여준 일상의 모습일 뿐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함은 아니었습니다. 문제가 많았던 순재네 회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성장가도를 달리고 최악의 인간이 되어버린 보석은 갑자기 기업 운영에 눈을 뜨며 차기 사장자리를 예약합니다.

그렇게 그들의 삶은 흔들림은 있었지만 커다란 어려움 없이 마이웨이를 부르며 살아갈 뿐입니다. 88만원 세대를 대변하던 광수는 여전히 혼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김PD의 성향상 인나와 재결합 했을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대학생이 되었지만 특별한 감흥도 흥분도 느끼지 못하는 준혁은 현실을 도피하듯 군대로 갑니다. 부팀장이 된 정음이가 그나마 가장 성공한 인물로 남았을 뿐 청춘들의 일상은 지리멸렬할 뿐입니다. <지붕킥>에서는 사랑도 일에서도 그 어떤 희망도 청춘에게는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해버렸습니다.

이미 기반을 닦은 이들의 삶은 여전히 풍요롭지만 새로운 주역이 되어야 할 청춘들의 삶은 지독한 염세주의에 빠진 채 그저 일상의 노예가 되어 살아갈 뿐이었습니다. 그것 역시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는 특별한 의미라고 본다면 볼 수도 있겠지만 더 이상의 의미 부여는 무의미한 듯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편리하고 안일한 방식으로 채워버린 마지막 회는 만들어서 손해일 수밖에 없는 방송이었습니다. 김PD에 대한 미련도 <지붕킥>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들도 모두 한순간에 버리라고 강하게 이야기하고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지훈과 정음이 만나 행복하게 살았다'를 원하는 것이 아닌,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힘겨운 청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도 충분히 알찬 마무리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하게 끌어왔던 사랑 이야기에 도끼 자루 썩는지 모르고 헤매던 김병욱 PD는 결국 그놈의 지겹게 반복되는 사랑놀이에 모든 것을 내던져 버리는 악수를 두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 <하이킥 3>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는 하지만, 만약 만든다면 더 이상 가족이라는 구성원을 끄집어들이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젊은 연인들의 사랑에 집중하기 바랍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갈지자로 걷는 그의 성향으로 이야기의 완성도는 사라진 채 자신의 아집만이 남아버리는 내용을 다시 보기 원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합니다.

3. 자신만을 위한 방송, 새디즘과 다름없다

김병욱 PD는 어쩌면 자신의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지붕킥>에 투영시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세경이라는 인물이 80년대 여성이라는 전제 조건을 달며 시작했듯, 자신의 기억 속에 남겨져 있던 잊기 힘들었던 여인에 대한 아련한 기억이 시트콤에 그대로 투영된 것이었을까요?

이룰 수 없었던 사랑에 대한 아픔을 그대로 간직하고 살아가야만 했던 자신의 기억을 끄집어내 그들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왔던 대사처럼 "잠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라고 추억을 곱씹은 자기만족은 아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하지만 결코 만만찮았던 과정들의 마무리라고 하기에는 무척이나 편리한 방식이었습니다. 그 어떤 말을 하든 피해가고 싶을 만큼 피해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채 자신만이 만족할 수 있는 마무리를 들고 나온 김병욱 PD의 권태롭고 지독한 새디즘의 결과물일 뿐이었습니다.

사랑은 더 많이 한 사람의 아픔이 더욱 크고 떠나고 남는 이별에서는 떠나는 사람보다는 남겨진 이들이 더욱 힘들고 아프듯, 김PD의 만족을 위해 떠나보낸 지훈과 세경보다는 희망 없는 일상에 덩그러니 남겨져 버린 이들만 힘겨울 뿐입니다.

캐릭터 암살자처럼 보석의 캐릭터를 철저하게 파괴하더니, 세경마저도 새로운 도전이 아닌 버릴 수 없는 감정에 압도되어 모든 것들을 버려버리는 못난 여성으로 국한 시켜버린 채 사랑에만 경도되어버린 여성으로 한정해버렸습니다. 더 이상의 가치도 찾아볼 수 없는 80년대 여성 세경은 그렇게 마법도 아닌 김병욱 PD의 페르소나 같은 존재의 투영이었을 뿐입니다.

   
 

4. 악마와 악수를 건넨 그들에게 남겨진 것은?

마지막 회는 앞서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철저하게 자기만족을 위한 구성이고 마무리였습니다. 개연성도 부족하고 의미도 없었으며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도 명확하지 않은 자신만 만족할 수 있는 자기를 위한 방송이었습니다. 스스로 그 인물들에 얼마나 경도되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굳이 그런 상황을 연출할 필요가 있었을까란 의문은 사라지지 않네요.

<귀곡성>을 보는 듯한 <지붕킥>.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운명론을 설파하며 슬픈 결과를 이야기 하던 <몽중인>이란 영화와 닮았을 뿐입니다. 죽음과 남은 이들에게 허탈함을 트라우마로 선사한 <지붕킥>은 지훈과 세경의 추억 여행에서 유령 같은 환영 속 지훈과 함께 앉아 추억을 곱씹듯, 김병욱 PD는 운명적 사랑이라는 허울로 죽음을 택한 주인공들을 자신의 옆에 두고 추억을 추억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세경의 여행 가방 안 책 속에 넣어두었던 돈 봉투가 죽음으로 이끈 사건의 시작이었다고 본다면 세경이 선택한 책인 <데미안>에서 마지막 애정을 가지고 의미를 유추해 봅니다. 안전한 지역에서 살다 거친 바깥세상에서 살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 이 책에서 싱클레어가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며 힘겨워 하는 상황에서 신비한 전학생 막스 데미안이 다가와 그에게 도움을 줍니다.

마치 세경이 안전하던 산골에서 행복하게 살다 거친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힘겹던 상황을 겪으며 데미안 같은 지훈을 만나며 모든 이야기는 시작되듯 그들은 <데미안>의 내용처럼 악마와의 약속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워낙 유명한 책이니 내용들은 다들 알고 계실 것이고 여기 저기 많이 인용되는 데미안이 건넨 쪽지에 적혀 있는 문구를 통해 그나마 가지고 있었던 애정을 마감하려 합니다.

"새는 알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누구든 세계를 부숴야 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자이미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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