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가 4일 0시를 기해 총파업에 들어갔다. 언론노조는 파업에 앞서 국민들에게 양해의 말부터 전했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KBS·MBC의 총파업으로 방송에 불편을 끼쳐드리게 돼 송구하다. 반드시 언론 정상화를 위한 싸움에서 승리해 '국민의 언론' '언론다운 언론'을 품에 안겨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승리를 다짐했다.

또한 언론노조는 이번 총파업에 “1차적으로 공영방송 KBS·MBC의 정상화이며,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 언론의 총체적 개혁”이라고 의미를 밝혔다. 정권교체와 더불어 찾아온 환경변화로 인해 방송노조의 공정언론회복의 의지와 기대가 타오르고 있다. 힘들고 험난한 길에 접어든 그들이지만 ‘YTN·MBC·KBS가 공정방송 경쟁할 날’의 청사진을 그리며 희망에 찬 모습이다.

MBC 김장겸 사장(왼쪽)과 KBS 고대영 사장이 1일 오후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 날 축하연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노조원들의 퇴진 요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파업은 성공할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국회보이콧을 선언하며 파업에 찬물을 끼얹으려 하지만 국민은 물론 야당에게도 지지를 받지 못한다. 체포영장 발부 이후 잠적설이 떠돌았던 김장겸 사장은 파업 당일 모습을 드러내는 등 버티려는 의지를 보이지만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지질 거라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양대 공영방송의 파업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예전과 조금 다르다. 파업을 알리는 기사 댓글에 단순한 지지가 아닌 비판이 섞여 있다. 공영방송의 공정성 회복은 당연하며, 파업을 응원하지만 불안도 있다는 것이다. 이 불안의 원인은 소위 한경오 논란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공영방송의 정상화는 이대로 일정을 밟아 가면 된다. 다만 그 이전에 공영방송 구성원들의 반성과 사과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MBC가 만나면 좋은 친구였던 시절에도 공영방송은 노무현 정부에 대해 진지하지 못했다. 그 결과는 너무도 참담했다. 국민은 사랑하는 대통령을 잃었고, 방송은 자유와 공정을 빼앗겼다.

언론의 자유란 유혹이 많은 법이다. 언론의 자유가 보장될수록 언론의 권력 또한 커진다. 그런 환경에서는 칼보다 무섭다는 펜의 무게를 망각하기 십상이다. 언론을 존중한 민주정부에게 기계적 중립을 앞세워 보도의 무게중심을 잃었던 것을 언론은 잊었을 수 있어도 시민들은 잊지 못한다. 2012년의 파업과 지금의 파업에 대한 시민의 온도차가 있다면 그 이유는 거기에 있을 것이다.

1일 방송의 날 기념식이 열린 여의도 63빌딩에서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 문화제 '돌마고 불금파티'가 열렸다. MBC 김민식 PD와 행사 참석자들이 함께 고대영 퇴진을 외치고 있다.

방송이 정상화되어 PD수첩도 100분 토론도, 무엇보다 뉴스들이 공정보도를 경쟁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정상화 후 일정 기간은 공영방송 스스로 삼가는 모습도 보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나 파업의 잔상이 사라질 때쯤이면 또 다른 경쟁이 시작될 수도 있다. '언론은 비판하는 것'이라며 정부 까기에 나설 것은 사실 안 봐도 비디오다.

물론 잘못한 것은 비판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본질과 진실을 알고 비판하는 것과 비난의 마차에 편승해 소리 지르는 것과는 구분해야 한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방송판 한경오가 될 것인지에 대한 불안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는 시민 대 진보언론의 갈등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된다. 신문과 방송은 재원마련의 규모와 구조가 다르다. 훨씬 더 힘든데 이길 수도 없는 싸움이 된다.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면서도 동시에 두려운 이유다.

저널리즘의 회복이란 말, 참 간절하다. 그런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잘못된 정권에 의해 부정된 언론에 대한 불편함과 분노는 몸 안에서 부글거리는데, 너무도 간절한 '언론의 정상화'는 왜 이리 불안한 건지.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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