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MBC 김장겸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빌미로 1일 시작된 정기국회를 보이콧하고 대여투쟁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자유한국당은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지만 명분이 너무도 약한 가운데 무리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장겸 사장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은 PD를 스케이트장 관리로 내쫓는 등의 부당노동행위에 따른 행정조사에 불응한 때문이고, 이런 불량한 이유로 새 정부 들어 첫 정기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비판에 몰리고 있다. 보이콧할 건수만 찾은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제1 야당이 국회를 너무도 가볍게 본다는 것이 대부분의 여론이다. 자유한국당이 국회를 보이콧하거나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 벌써 몇 번째인가. 여당일 때도, 야당일 때도 툭하면 꺼내는 보이콧에 지겹다는 반응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일 오후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 영장 발부와 관련 긴급 의총을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트위터에 “여당일 때도 국회의장 연설 맘에 안 든다고 국회 보이콧, 국장감사도 보이콧. 야당 되자 첫 정기국회부터 보이콧. 일하기 싫으시면 의원직 단체 사퇴하시길”이라며 대응했다. 표 의원만 그런 것은 아닌 것은 SNS나 기사 댓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이 영장청구를 결정할 수 있나.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면밀한 시나리오를 갖고 영장을 청구한 것이다”고 사태의 책임을 정부로 몰아갔다.

그러나 곧바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의 팩트체크에 걸렸다. 한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특별사법경찰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체포영장 청구사례 있냐고 홍준표 자유당대표께서 물으시니 알려드립니다. 2017년 체포영장 발부 872건, 2016년 1,459건입니다. 구속영장도 2017년 26건이고요”라고 홍 대표의 주장을 일축했다.

MBC 김장겸 사장이 1일 오후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방송 진흥 유공 포상 수여식에 참석하며 노조의 퇴진 요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MBC의 경우 지난 6월 특별근로감독이 착수됐었다. 이에 따라 사장에게 조사를 위해 소환했으나 세 차례나 불응하자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이다. 특별근로감독관은 사법경찰권을 가졌으며, 위법행위를 조사해 사업주 등을 검찰 고발을 통해 형사 처벌할 수 있다.

심지어 홍준표 대표는 2008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에 “KBS 사장에게 소환장을 2,3번 발부했으면 다음엔 법에 따라 체포영장이 발부돼야 하고, MBC PD수첩 압수수색 영장이 들어가야 한다”고 검찰을 압박한 사실도 있었다. 방송장악의 의지를 전혀 숨기려 들지 않았던 2008년과 2017년의 홍준표 대표는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말을 바꾼 것이다. 홍준표 대표는 무리한 주장에 정당성 한 줌이라도 더해볼 요량이었겠지만 스스로 팩트 함정에 빠진 형국이다. 이쯤 되니 자유한국당에 국회 보이콧의 명분도, 자격도 찾아보기는 어려워졌다.

3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영화 '공범자들' 시사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관람객들이 전국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왼쪽), 성재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위원장과 함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사정이 이러하자 야당들도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자유한국당의 보이콧 선언에 대해서는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즉각 비판에 나섰다. 비록 바른정당은 정부와 자유한국당 모두를 비판하는 논평을 내면서도 자유한국당 손을 들어주지는 않았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마저도 편들어주지 못할 정도로 자유한국당의 보이콧은 과한 액션임을 의미한다.

이 모든 사태는 공영방송의 사유화라는 비정상화에 있다. 거기에 여야가 똑같이 MBC 정상화를 외치는데 의미는 딴판인 부조리한 상황까지 더해졌다. 지난 적폐는 대통령도 끌어내려 교도소로 보낼 정도로 지독했다. 그래도 국회는 돌아갔다. 그런데 방송사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이유로 국회를 공전시키겠다는 것에 어떤 정당성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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