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오늘자(6일)에서 “5년마다 온나라가 사기꾼에 놀아난다”고 울분을 삼켰다. 중앙일보는 “BBK 진실게임은 이제 막이 내렸다”고 단정했다. 검찰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모두 무혐의 결정을 내린 소식을 전하면서 이들 두 신문이 내린 ‘결론’이다.

지나치게 앞서 간다. 반발 정도 보폭조정을 해도 될 것인데 동아와 중앙은 검찰 수사를 100% ‘진실’로 단정 짓고 있다. 조선일보조차 오늘자(6일) 5면에서 ‘이명박 후보의 남은 의혹들’이라는 기사를 싣고 있는 반면 이들 두 신문은 검찰 수사의 문제점 기사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 동아일보 12월6일자 1면.
검찰 수사가 남긴 ‘뒤끝’과 ‘문제점’은 전혀 보이질 않는 건가

오늘자(6일) 대다수 신문이 일제히 지적했지만 검찰 수사와 관련해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다. 우선 다스의 실소유자가 누구인가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검찰조차 “다스가 ‘이명박 후보 소유가 아닌 것 같다’가 아니라, 다스가 ‘이 후보의 소유라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다소 궁색한 입장인데, 문제는 정작 이 문제를 파헤칠 수 있는 핵심고리 중의 한 명인 이명박 후보의 형 상은씨를 검찰이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 경향신문 12월6일자 4면.
검찰이 수사하지 않은 것은 또 있다. BBK 계열사로 명시돼 있는 이명박 후보의 명함 진위여부다. BBK가 명시돼있는 이 후보의 명함을 직접 받았다는 이장춘 전 대사의 증언도 있었지만 검찰은 이를 ‘무시’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이미 지난 2000년부터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BBK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선진 금융기법을 도입했다”고 주장해온 점 그리고 BBK 홍보책자를 만들기 위해 이 후보가 직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는 이 후보의 비서 이진영씨의 진술도 있었지만 검찰은 여기에 비중을 두지 않았다. 이외에도 검찰 수사의 문제점은 많다.

정리하면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반박 근거’가 상당히 많다는 얘기다.

‘BBK 판 접고 대선으로 가자’는 동아와 중앙

▲ 조선일보 12월6일자 5면.
하지만 오늘자(6일) 동아와 중앙일보는 ‘검찰 수사결과 발표로 BBK 정국은 끝났으니 이제 접고 하루 빨리 대선으로 가자’는 분위기다.

대다수 신문이 그나마 최소한의 문제의식을 담아 검찰 수사의 ‘허점’과 ‘개운치 않은 뒤끝’을 지적했지만 이 두 신문에는 도통 그게 없다. 동아와 중앙은 “진실은 밝혀졌다. 이제 접자!” 이렇게 외치고 있다. 검찰 수사에 비중을 두면서도 남은 의혹들을 정리한 조선일보가 상대적으로 돋보일(?) 정도다.

중앙은 5면에서 자신들의 홍종국(다인벤처스 대표) 인터뷰로 ‘상황이 종료됐다’고까지 했다. ‘진실’이 밝혀지는데 김경준씨 동업자였던 중앙일보의 홍종국 인터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인데, 참 웃긴다. 김경준씨와 ‘동업자’인 홍종국씨는 BBK 지분을 김경준씨에게 모두 넘겼다고 밝혔지만, 지분을 넘긴 시점과 국회 국정감사 때와 증언을 번복한 경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번복’은 김경준씨만 한 게 아닌데 모든 언론의 관심은 김씨에게만 쏠려 있고, 홍종국 대표의 증언번복은 주목하지 않는다. 중앙은 이 모든 ‘의혹’을 모른체 하면서 ‘자뻑’하는 데만 열을 올린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따로 없다.

▲ 중앙일보 12월6일자 6면.
김경준씨는 이회창 후보 캠프 소속 김정술 변호사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3차 조서를 만들 때부터 영상 녹화 없이 검사와 단 둘이 조사했고, 검찰이 회유하며 3년 구형을 제의해와 문서화하자고 했더니 우리를 믿으라고 했다.” 물론 김씨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김씨의 이 같은 언급은 앞으로 전개될 법정 다툼에서 검찰에서 밝혔던 자신의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허긴 김씨가 진술을 번복한다고 한들 ‘대선 판’이 정리된 후의 일이니 언론의 주목도는 지금에 비해서 현저히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동아와 중앙이 ‘검찰 수사 100% 진실’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건가. 그럴 지도 모르겠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