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문재인 정부의 과제 중 최상위에 오른 언론적폐청산의 성패가 달린 중요한 시기다. MBC 노조가 4일에, KBS 노조가 사흘 뒤인 7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전에도 방송 파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은 좀 다르다. 방송 송출 등 필수업무라고 예외는 없다. 파업에 참여하기로 한 노조원 전원이 방송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이다.

또한 1일 서울서부지검은 부당노동행위(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로 고용노동부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의 소환요구에 불응한 MBC 김장겸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양대 공영방송의 파업과 방송사 사장에 대한 영장발부가 맞물리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고, 중대해졌다. 돌이킬 수 없는 외길로 접어든 것이다. 자연 반발도 드세질 것이다.

MBC 김장겸 사장(왼쪽)과 KBS 고대영 사장이 1일 오후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 날 축하연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노조원들의 퇴진 요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이를 “언론 파괴행위로 규정”하고 2일 의원총회를 열어 정기국회 일정에 대해 전면 보이콧을 결정할 것을 예고했다. 그뿐 아니라 대여 접촉 전면 중단, 정부·여당 협의기구 일체 불참 등도 포함된 한마디로 의정활동 전면중단을 의미한다. 특히 홍준표 대표는 “군사정부에서도 있을 수 없는 언론파괴공작”이라고 발언수위를 높였다.

MBC 사태는 결국 정치권 전역으로 확전 양상을 띠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복잡하면서도 팽팽한 상황을 정리해줄 만한 사건이 곧바로 전해졌다. MBN이 전한 내용- [단독] 지상파 기자가 국정원 민간인 댓글팀 가담-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국정원 댓글조작팀에 당시 지상파 방송 기자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기자라는 단어에 불명예와 오욕의 기록이 한 줄 더해졌다.

MBN [단독] 지상파 기자가 국정원 민간인 댓글팀 가담 (보도 갈무리)

검찰은 1일 국정원 온라인 여론조작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사이버외곽팀장 18명을 추가로 수사를 의뢰했다. 이날 새롭게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현직 방송사 기자가 국정원 공작에 팀장으로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도 지상파 기자라는 것이다. 검찰은 곧 해당 기자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곧바로 “감이 잡힌다”는 반응이지만 그래도 의외의 인물일지도 모른다며 대선에 개입한 현직기자가 누군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반응들이었다. 그러나 사실 누군지는 이미 중요치 않다. 지금의 지상파 방송들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도 이상하다. 현직 기자와 아나운서가 탄핵반대 집회에 참여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기자라면 굳이 국정원 댓글팀에 가담하지 않고서도 정치적 목적을 이룰 방법과 기회는 충분하다. 또한 그렇게 해온 것도 사실이다. 정권이 언론을 탐하는 것도 그만한 효과를 얻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정원 공작에 직접 가담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반면 가담자가 한 명이라는 것도 이렇게 된 이상 비현실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MBN [단독] 지상파 기자가 국정원 민간인 댓글팀 가담 (보도 갈무리)

언론을 향한 숱한 비하의 언어가 존재했고, 이제 기레기라는 단어는 기자보다 더 친숙해졌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로 최악일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한 사건이다. 댓글팀에 가담한 기자가 리포트라고 제대로 했을 리는 만무하다. 그런데 또 돌아보면 엉망인 방송사 뉴스 리포트는 많아도 너무 많았다. 그래서 충격적이면서도 왠지 수긍이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다. 망가진 언론윤리의 토양에서 자란 기형의 독버섯 하나를 발견했을 뿐이다.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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