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먼저다”

아마도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가장 빠져든 말이 이것이었을 것이다. 이 단순한 문장의 해석판이라 할 수 있는 또 세 개의 문장이 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지난 세월 동안 우리가 겪지도, 구경도 하지 못한 세 개의 가치. 그 가치가 존재하는 또 단 하나의 이유, 사람. 바로 우리들.

29일 정부는 이낙연 총리 주재로 국회에 제출한 2018년 예산안을 확정했다. 전년 대비 28조원(7.1%)이 늘어난 총 429조원 규모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예산안이 정말 다른 것은 그 내용에 있다.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사람과 복지는 늘리고, 그간 과도하게 편중됐던 산업과 사회간접자본(SOC)는 줄였다.

“사람이 전부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예산은 어렵다. 그러나 “사람이 전부다” 이 한마디면 내년 예산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2018년 예산안 및 국가재정운용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기본적으로 ‘소득주도 성장’을 주창하고 있으며, 이는 복지와 재분배를 통한 서민경제 활성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본다. ‘소득주도 성장’이란 사람 중심의 성장을 의미한다. 즉, 일자리를 중심으로 한 보건·복지·노동 예산이 12.9%로 증가 1위를 차지했다. 교육예산도 비슷한 수준(11.7%)으로 늘렸다.

대신 물적 투자 축소방침에 따라 SOC는 무려 20%나 줄였다. 문화·체육·관광도 8.2%, 환경도 2% 줄여야 했다. SOC가 대폭 삭감된 것 때문에라도 국회에서의 소란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국회에서 나올 소리는 이미 들은 것처럼 생생하다. 또한 시민단체에서는 거꾸로 복지가 부족하다는 말이 나올 것이다.

어쨌든 문재인 정부의 내년 예산은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4.5%)보다 높은 수준으로 증액한 것이 걸리는 부분이다. 정부가 늘려놓은 것만큼 세금이 증가할지가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복지나 보건 등의 지출은 일단 시행하면 지출이 매해 증가하는 것도 우려를 낳는 부분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3단계 재정혁신을 통해 최대한 맞춰가겠다는 의지다. 정부지출의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29일 보도된 정부부처의 특수활동비 대폭 삭감을 예로 들 수 있다. 특히 청와대, 검찰, 경찰 등에서 임자 없는 돈처럼 마구 써왔던 특수활동비를 내년에만 718억을 줄일 계획이다. 모범을 보이기 위해 청와대가 먼저 22.7%를 줄이기로 했다. 거기다가 올해 예상되는 추가세수 15조원의 존재도 정부를 든든하게 해준다.

[기획재정부 제공]

그렇게 해서 달라질 내년 살림살이를 들여다보면 대충 이렇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LH가 수도권의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신혼부부와 1인 여성가구에 저렴하게 임대해주는 사업이다. 기존 부동산정책과 더불어 임대사업을 이 사업의 시너지까지 감안한다면 청년층의 주거안정에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내년에만 우선 3200호가 공급될 예정이다.

만5세 이하 아동이 있는 집에는 매달 10만원을 지급한다. 공립어린이집을 450개 더 만든다. 거기에 공공형 어린이집 150개 더한다. 청년들을 위해 희망키움통장을 마련해 3년 후 1500만원의 목돈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또한 병역의무를 하면서도 집에서 돈을 타가야 하는 병사들의 애로도 줄어든다. 현재 병장 기준 21만 원 정도인 군병사들의 월급이 내년에 우선 40만원으로 오르고 차츰 더 올라 21년에는 67만원 수준으로 맞출 계획이다.

치매안심센터가 운영되고, 대중교통이 닿지 못하는 곳에 공공형 택시가 지원된다. 도시재생사업으로 지역간 격차를 해소한다. 민간, 공공 일자리가 대폭 늘어난다. 민간은 3명 채용시 1명 인건비를 지원하고, 공무원도 5년간 17만 명 증원한다. 복지는 아니지만 결국엔 복지인 예산확충도 눈에 띈다. 농산물 안전성 조사예산을 늘렸다. 1년에 한 번만 하던 잔류농약검사도 횟수를 늘려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또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기업이나 대학 등의 연구소에 안전관리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비를 지원한다.

사람에 투자하고, 사람을 보살피는 사람 중심의 예산이다. 사람이 먼저고, 사람이 전부인 정부의 예산은 이렇게 다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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