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30%가 넘는 시청률로 MBC가 상당한 수익을 거뒀을 것 같지만 실상을 따져보면 손실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제기됐다. 오늘(5일) 종영하는 MBC <태왕사신기> 얘기다.

최근 발행된 MBC 방송경영인협회보(발행인 진종재)에서 MBC 글로벌사업본부 해외사업팀 조소형씨는 <태왕사신기>의 기회비용으로 △해외판매 기회수익 손실 △땜빵 프로그램과 텅빈 편성표 △채널 유통전략 포기 △자체제작능력을 들었다.

‘태왕사신기’ 저작권은 김종학 프로덕션에…부가사업 권한도 넘어가

▲ 11월29일자로 발행된 MBC 방송경영인협회보.
그는 “일반 외주계약에서는 MBC가 저작권을 갖지만 <태왕사신기>에서는 당연히 ‘김종학 프로덕션’이 저작권을 갖는다. 저작권은 향후 해외판매, 포맷사업, 타이틀 사업 등 모든 부가사업의 권한을 결정하는 중대 사안이다. 따라서 소문난 잔치인 <태왕사신기> 해외판매에서 MBC는 땡전 한푼 먹는 게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본에서 DVD 로열티로 차후 1~2년 동안 발생할 수익, 2차 저작물 사업, ‘김종학 프로덕션’에서도 적극적으로 진행 중인 각종 부가사업 수익까지 고려하면 더더욱 만만치 않은 손실”이라고 주장했다.

2007년 MBC 드라마 편성, 김종학 한마디에 ‘휘청’

다음으로 MBC가 잃은 것은 수차례 방영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편성의 혼란이다.

조씨는 “다들 <태왕사신기>가 내고 있는 시청률에 박수를 보낼 뿐, 땜빵 프로그램으로 광고가 서너개밖에 안팔리던 어려운 시간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드물다”며 “MBC 먹여살리는 드라마 편성은 <태왕사신기> 한 편에, ‘김종학 프로덕션’ 한 마디에 휘청거리며 그 취약성을 발가벗듯 드러내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태왕사신기>의 방송 지연으로 준비 중이던 여러 기획들이 무산됐고 그 부작용은 2008년까지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포함됐다.

“광고수익 얻었다고? 자체제작 의욕 무력화 우려”

MBC 방송경영인협회보는 또 케이블과 인터넷권의 일부를 김종학 프로덕션으로부터 ‘허락’ 받은 과정을 설명하며 “MBC는 그동안 표방해 오던 미디어그룹으로서의 위상을 포기했고, 그룹의 콘텐츠 유통전략에서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 김종학프로덕션 김종학 사장. ⓒMBC

조씨는 “<태왕사신기>가 보통의 드라마보다 더 벌어다주었을 광고수익의 총합은 아마도 해외수익 손실을 뛰어넘을 것”이지만 “미디어그룹으로서의 MBC의 위상, 편성권자로서의 결정권, 시청자의 신뢰, 다른 기획드라마의 가능성 등을 모두 포기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태왕사신기>로 인한 가장 두려운 손실은 MBC의 외주제작 의존을 고착화시키고, MBC의 자체제작 의욕을 무력화시킬지도 모른다는 점”이라며 “당시 의사결정자들의 근시안적인 결정으로 말미암아 앞으로 쭉 자의가 아닌 타의로 우리가 가진 것들을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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