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사실상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장관 후보자가 임명 강행되는 것은 한국 정치에서 일상이 되었다. 원인을 찾자면 서로를 탓하니 책임을 묻기도 어렵게 되었다. 그런데 청문회를 치르다만 장관 후보자의 임명 여부가 현안인 것은 분명 새로운 광경이다. 나날이 새로운 한국 정치는 경이롭다.형식적 차원에서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제대로 치러진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존재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문회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김행 후보자가 일방적으로 청문회장을 떠난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추석 연휴를 앞두고 나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드라마틱한 장면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단기적으로는 최선의 시나리오다.‘이재명 없는 더불어민주당’을 기대할 유인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내놓는 사람도 있지만, ‘이재명 체제’는 현상이지 원인이 아니다. 이재명 대표가 등장해서 더불어민주당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 문제이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가 등장한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이재명 대표가 없어진다고 더불어민주당이 거듭나지도 않는다. 그게 가능한 정당이었다면 애초에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은 예상치 못했다.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가 사실상 부결을 요구하는 글을 SNS에 올릴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정치는 유권자의 허를 찌를 때가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허를 찔렸다는 걸 겸허히 인정한다. 문제는 이게 좋은 의미는 아니라는 거다. 허를 찌른 이유가 똑같은 정치를 똑같이 계속하기 위해서라는 점에서 그렇다.표결 이후 빛의 속도(?)로 사퇴한 박광온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부결은 방탄, 가결은 분열”이라고 했다. 만일 이재명 대표가 직접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결국 병원으로 이송됐다. 일주일 남짓으로도 고통스러웠다고 회고하는 사람도 있지만, 통상 이런 방식의 단식은 20일을 넘기기 어렵다는 점에서 예상된 일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변수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있었으나 ‘상왕’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성 없는 얘기였다. 어쨌든 개인 이재명의 입장에선 건강 회복이 우선이다. 여의도 정치의 입장에선 이제 셈을 해봐야 될 때다.더불어민주당은 주말 비상 의원총회를 통해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발의 등을 결의했다. 단식의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뉴스타파가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김만배 씨를 기획 인터뷰를 해 내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대통령실이 ‘고위관계자’ 명의의 성명을 낸 것을 시작으로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칼춤을 추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도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분위기다. 여당 대표는 ‘사형’까지 거론했는데 섬뜩하다. 도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인가?좀 따져보자. 먼저 뉴스타파의 보도를 기획된 인터뷰와 보도로 볼 것인지부터다. 다들 두루뭉술하게 얘기하지만 여기서도 정도를 좀 따져야 한다. ‘기획’이라면 그게 김만배-신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단식이라는 건 극단적인 전술이다. 더 이상 방법이 없을 때 동원한다. 보통 독재 정권 시절 야당 정치인의 사례를 말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대형참사 희생자 유족의 사례가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들은 말 그대로 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단식을 했다. 단식을 그만둘 방편이 없으니 40일, 50일, 60일까지 기록도 늘어난다. 그렇게 해서 사람이 살 수 있겠는가? 살 수 없으니 소금이나 효소를 섭취하는 등 최소한의 조치를 한다. 생명은 유지되지만 몸은 비쩍 마른다. 그러한 장면에서 나오는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시작됐다. 관련 뉴스는 다 예상대로다. 한일 양국 정부는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지만 방사성 물질의 농도 등은 큰 변화가 없다는 설명을 반복할 것이고, 야당은 양국 정부에 항의하는 캠페인에 집중할 것이며, 여당은 그런 야당을 향해 ‘방탄’, ’괴담’ 타령을 계속할 것이다. 앞으로 상당 기간은 이런 구도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예상 가능한 일이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가령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고 항의하면서도 적절한 대안을 정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민주주의란 뭘까? 인류 역사의 대강을 짚어보면 하나만은 확실히 알 수 있다. 왕이 국정을 마음대로 하지 않는 체제라는 게 그것이다. 국가적 결정에는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게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거다.물론 모든 사람이 국정을 자신의 현안으로 여기고 통치에 참여하는 이상을 달성하는 것은 오늘날의 사정으로는 어렵다. 그런 이유에서 대부분의 민주 국가는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선거에서 자신의 대표자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해 통치의 방향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김은경 혁신위의 대의원제 관련 제안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이 깊다고 한다. 수용해도 문제, 거부해도 문제란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혁신위에 전권을 실어준다고 한 바도 있어 다루기 쉽지 않은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매듭을 지으려면 못 지을 것도 없다. 다들 관심이 다른 데 있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 아닌가 한다.김은경 혁신위가 활동을 마무리 하면서 지난주 제안한 내용은 제도에 관한 것으로 좁혀서 봤을 때는 합리성이 없는 안이라고 할 수 없다. 대다수 언론들은 ‘대의원제 폐지’라는 제목을 달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잼버리 대회 파행을 둘러싼 정치권의 입씨름을 보면 할 말을 잃게 된다. 서로의 탓을 하다 급기야 성범죄 우려 등을 제기하며 퇴영을 결정한 국내 참가 단체에 대해 “누구의 사주로 그런 반(反)대한민국 결정을 했는지 정치적 배후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는 의원까지 나타났다. 가짜뉴스를 유포해 공론장을 오염시키고 그 대가로 음모론자의 지지를 확보하는 전형적인 21세기 극우 포퓰리즘의 방식이다.백보 양보해 득표 논리를 따지는 각 정당이야 그렇다 치자. 파행의 책임을 따지는 언론에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올 것이 왔다고 해야 할까,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가 결국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정치권의 극한대립은 이미 시작됐다. 언론계 전반은 전쟁터가 될 것이다. 정권이 왜 이런 선택을 끝끝내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동관 후보자는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이명박 정권 당시의 ‘방송 장악’ 등을 기획하고 실행한 인물이다. 그 결과로 당시 만들어진 언론환경이 모범적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정권이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면, 아무리 내심으로는 선거 앞두고 언론을 손봐야 한다고 보더라도 겉으로는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초등학교 교사가 자신의 직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을 계기로 학교판 ‘악성 민원인’에 대한 교사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은 이런저런 입법 조치를 서두르고 있다. 이른바 ‘교권 침해’ 사례를 학생부에 기록하도록 한다거나 합법적 생활 지도 활동에 아동학대죄 적용을 배제하는 등의 내용이 언급된다.당장의 어려움을 경감하기 위한 법적 조치는 필요하다. 그러나 거기서 그칠 게 아니라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를 돌아보도록 해야 한다.가령 학교판 ‘악성 민원인’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일부 교사들이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대통령의 해외순방은 여러 뉴스를 만든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가와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은 유례없는 집중호우로 인한 참사와 맞물려 여러 생각할 거리를 안겨 준다. 이전과는 다른 대응과 각오가 필요하다는 점을 대통령이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다.윤석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파병 사례를 제외하고는 처음 있는 한국 지도자의 전시국가 방문이다. 언론은 전격적인 방문 결정으로 묘사하지만 대통령이 폴란드에 가면 인접국인 우크라이나에도 갈 수 있다는 예상은 사실 가능했다.중요한 것은 무엇을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때 아닌 정부 여당의 고속도로 인질극으로 정치와 언론 전반이 어지럽다. 도대체 이럴 일인가 싶다. 애꿎은 양평군민들만 불행해졌다.의혹의 핵심은 명확하다.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마친 고속도로 종점이 이 정권 들어 석연치 않게 변경된 배경에 권력의 손이 작동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다. 변경된 종점 인근에 대통령의 처가 일가가 소유한 땅이 축구장 5개 넓이에 달한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된다. 이게 ‘괴담’이거나 ‘가짜뉴스’라면 그렇지 않다는 설명을 잘 하면 된다.그러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별안간에 ‘전면 백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윤석열 정권의 최근 두드러진 통치 방식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전 부처의 수사기관화이다. 감사인지 수사인지 직장 내 괴롭힘인지 구분되지 않는 일을 계속 벌이는 감사원이 대표적이다. 국민권익위원장도 검사 출신이 맡는다고 하니 ‘환상의 콤비’가 될지 모르겠다. ‘건폭’ 단속하는 국토교통부, ‘킬러문항’ 체포에 나선 교육부, 보조금과 노조 회계 장부를 지명수배한 기재부와 고용노동부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3일 한겨레 등의 언론도 이러한 문제를 짚고 있다.이런 흐름은 대통령이 ‘검사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윤석열 대통령이 틈만 나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포퓰리즘’을 문제삼기 위한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라는 말 자체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지만 이 정권의 용례를 보면 결국 ‘전 정권은 포퓰리즘으로 통치했지만 우린 아닐 것’이란 뜻 이상이 아니다. 물론 그런 것도 의미가 없진 않다. 문제는 그나마도 과연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것인지 상당히 의문이라는 거다.여당은 연일 ‘먹방 정치’를 강행하는 분위기다.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 문제가 논란인 상황에 횟집에서 회식을 하는 걸로 불안을 잠재우겠다는 거다. 실제로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대통령의 수능 관련 언급을 둘러싼 상황은 아무리 봐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18일과 19일 언론 보도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엄중 경고까지 하였다는데, 뭐가 어떻게 잘못됐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대통령의 경험 부족과 고집에 의한 좌충우돌이 불필요한 갈등을 낳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대통령의 발언 진의에 대한 대통령실의 해명은 결국 ‘킬러문항’을 문제삼은 거라는 얘기다. 이건 비교적 분명한 것 같다. 문제는 대통령이 ‘킬러문항’이 문제라고 보는 이유가 무엇이며, 그래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의 차기 방통위원장 내정설은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오만가지 생각을 안 할 수 없게 만드는 얘기일 것이다.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일이다.언론이 따라가는 쟁점은 ‘학교폭력’ 문제인데, 피해자니 아니니 논란도 있지만 중요한 건 이 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동관 특보가 외압을 행사한 사실이 있느냐다. 이동관 특보는 대통령실을 통한 해명 과정에서 당시 하나고 이사장을 겸했던 김승유 하나금융회장과 통화한 사실을 인정했다.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려고 했다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아빠 찬스’ 특혜채용 의혹은 선관위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사건이다. 그런데 정치권이 이 사건을 계기로 선관위를 바람 불기 전에 드러눕는 존재로 만드는 게 바람직할까? 그렇진 않다. 그렇잖아도 정치권은 선관위와 ‘이해충돌’ 관계에 숙명적으로 놓여있지 않나.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 다루듯 해야 할 텐데, 전혀 그런 고려는 없어 보여 유감이다.“선관위가 감사원의 감사를 거부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과 유착됐기 때문”이라는 식의 정권 차원의 총공세를 어떻게 봐야 할까? 선관위의 감사 거부가 자신들의 ‘철밥통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보수언론은 감탄하기 바쁘지만 G7 정상회의에 대해선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할 대목은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과 만남을 가진 것이다. 이 분들은 양국 정부로부터 충분한 배려를 받지 못했고 사회적으로는 혹시라도 멸시의 대상이 될까 두려워 자신들의 피해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해왔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은 이 분들 표현대로 ‘꿈같은 일’이었을 거다. 감히 말하건대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 안보와 관련해 한 일 가운데 가장 잘한 일이다.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