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무섭고도 끔찍한 것 가운데 하나, 바로 전쟁이다. 그것은 패자에게는 물론이고 승자에게도 결코 승리의 기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신체의 부상이라는 보이는 흔적은 물론 그보다 더한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마저 남기 때문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살아남은 자는 평생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몹쓸 전쟁의 속성이다. 기억은 죽지 않는다. 죽지 않고 살아남아 끊임없이 지난 상처를 되새긴다.그런데도 전쟁기념관 따위를 지어 승전을 기념하겠다는 저 유치하고 비인간적인 발상은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이겼다는 것을 두고두고 기념하고 싶었던 저들의 뒤틀린 애국심 뒤에서 50년을 숨죽여 흐느끼며 고통에 몸부림쳤던 이들은 대체 어디에서 위로를 받
이 글은 독자 이민우씨의 MBC 다큐멘터리 에 대한 ‘감상평’입니다. 미디어스 독자게시판에 올린 글을 이민우씨의 동의를 얻어 ‘독자비평’ 형식으로 게재합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MBC가 1년여의 기획과 8개월간의 현지 취재를 통해 제작한 HD다큐멘터리 3부작 가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 속에 드디어 3월 14일 선을 보였다. MBC 제작팀은 방송 전 보도자료를 통해 “만능 MC 김용만이 다큐멘터리 내레이터로 나서 아나운서와 성우의 뺨을 친다”라고 하는 등의 문구로 김용만이 내레이션을 맡았다는 내용으로 프로그램을 홍보했다.쉬운 다큐멘터리를 표방하며 친근한 목소리를 찾아 개그맨 김용만을 기용했다고 이
나는 직업이 라디오 PD지만 직업을 떠나 아주 자유롭게 라디오 청취를 즐긴다. PD로서 모니터를 한다는 것은 일의 연장이기 때문에 '타 방송을 모니터한다'라는 부담을 떨치고 한 사람의 청취자 입장에서 채널을 돌려가며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디제이의 방송을 애청한다. 그들의 힘, 결코 잘난 체 하지 않는다는 것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MBC-FM 의 정선희씨와 SBS-FM 의 정찬웅, 김태균씨다. 그 이유는 그들의 '거침없는 입담'에 빠져서이다. 이들의 방송은 거의 수다와 잡담으로 일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담이 많을수록 빠지기 쉬운 함정인 산만함도 없고, 저질스럽지도 않으면서 방송의 본질을 잊지 않고 부담없이 몰입할 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야구 선수였고, 나를 포함한 많은 해태 팬들에겐 마지막 주장으로 기억되던 이호성 선수가 4모녀를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이 일어났다. 언제 그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또 어떻게 그토록 압박적인 스크롤을 내려읽었는지 조차 막막한, 정말이지 많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바로 포털의 힘이다. 포털은 미디어인가? 수십 차례의 토론회, 세미나 그리고 연구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렇다'는 대답만으로는 2% 설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포털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규정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언어와 문화와 사건들을 몰아쳐가는 포털의 힘은 날로 파괴력을 더하고 있다. 포털이 유저들에게 이호성에 대한 분노를 클릭하도록 프로그래밍한 이상, 무죄 추정의 원칙, 피의자 인권의 요구는 고상한 것이
라면, 자장면, 빵 값이 오른다고 야단이다. 한국은행의 물가동향에 따르면 밀 값이 지난 1월 1년 전에 비해 140.3%나 올랐다. 세계곡물시장은 어제 오늘 요동친 게 아니다. 최소한 지난 3년 이상 경고음을 올려 왔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농지규제 완화를 외치며 거꾸로 가고 있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아는지 모르겠다. 한국은 쌀 자급률이 95.5%로 높은 편이다. 따라서 국제시장의 수급동향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밀은 생산기반이 붕괴되어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다. 자급률이 0.2%에 불과하여 해마다 400만톤이나 수입한다. 쌀 생산량이 연간 500톤이라는 점과 견줘 보면 밀 수입량이 얼마나 엄청난지 짐작된다. 뛰는 값은 그대로 가계부에 반영된다. 1960년대만 해도 겨울 밀밭이
대통령 2명 여당 1명 야당 2명.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명시하고 있는 5명의 방통위원 추천 주체와 관련된 내용이다. 대통령과 여당의 태도와 야당의 태도를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자.첫째,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추천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이명박 대통령은 최시중씨를 추천했다. 한나라당은 소문만 무성하다. 대통령의 입장에서 어떤 의중으로 최시중씨를 추천하고 강행하고자 하는 지 정확하게 모를 일이지만 학계와 시민사회는 이에 대해서 분명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방송을 방치해 둘 수 없다는 인식이 가져온 무리수 상황론으로 설명하면, 이명박 정부가 출범 전후로 장관 후보자들을 발표했고, 그 중 3명이 낙마했다.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등이 장관 후보검증에 심혈을 기울였고,
정보의 바다로 불리는 인터넷을 통해 우리는 수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고 있다. 반면에 인터넷으로 인한 역효과도 만만치 않게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문제는 잘못된 정보의 유통으로 인한 피해를 들 수 있다. 코미디언 한무씨가 사망했다고?최근 한 대형 포털 사이트가 제공하는 인물정보에 코미디언 한무 씨가 지난해 3월2일 사망한 것으로 잘못 기재돼 네티즌들에게 비난을 받았던 일이 있었다. 이 때문에 한무 씨는 "지인들로부터 '살아있느냐'는 수십 통이 넘는 전화를 받았다"며 "버젓이 살아있는 나를 죽었다고 해서 매우 황당했다"고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이러한 오류에 대해 해당 포털 사이트 관계자는 "최근 인물정보를 대폭 수정하는 과정에서 한무
해마다 연말이 되면 미디어는 를 선정한다. 아직 9개월이 넘게 남은 2008년이지만 오늘 신문을 읽다가 문득 2008 를 장식할 1, 2위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첫 번째 1위 후보는 아마 미국의 대통령일 것이다. 11월 첫째 월요일이 속한 주의 화요일에 치러질 미국 대통령 본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전 세계 모든 미디어의 이목이 미국 대통령 선거의 간접 선거에 집중되어 있다. 마치 내게도 1년, 52번의 화요일이 모두 같은 것이 아니라 벌써 몇 번의 화요일들은 ‘슈퍼 화요일’이었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강력한 그리고 유력한 1위 후보는 북경 올림픽이다. 만약 많은 이의 예상대로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다면 단연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지 보름이지만 방송통신위원회가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방통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제로 만들자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훼손하는 문제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위원장-위원선임을 둘러싼 마찰음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집권세력은 방송을 장악할 의도를 감추지 않고 민주당이 여기에 야합하기 때문이다. 방통법 제정에 따라 없어진 방송법의 제정취지를 존중했더라면 이런 파행이 생길 리 없다. 방송법은 2000년 방송민주화 투쟁의 결과물이다. 방송에 물렸던 재갈을 뜯어내려고 시민사회단체들이 나서 싸워 이겨낸 산물인 것이다. 그 까닭에 방송위가 대통령 직속기구가 아닌 무소속 독립기구로, 독임제가 아닌 합의제로 태어났던 것이다. 이런 사회적 합의를 말살해버리니 국민적 저항이 일어나는 것이다. 5인으로
이 글은 블로거 달가드시(uaaak)님이 자신의 블로그(blog.naver.com/uaaak)에 올린 글입니다. 조선일보가 서울의 강남구와 서초구 그리고 송파구 등 일부 지역에만 ‘보너스’ 잡지를 배달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판단, 달가드시(uaaak)님의 동의를 얻어 이 글을 싣습니다.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일부 지역에만 배달되는 ‘보너스’ 잡지수요일 조선일보에서 Style이라는 잡지가 왔다.이미 조선일보의 주말 섹션은 (이런 말 정말 하기 싫지만) 일간지 중 최고다. 그것을 보면 일간지가 아닌 주간지라고 표현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정보의 양이나 편집이 기존의 일간지 수준을 뛰어 넘
최시중 방통위 내정자에 대한 최근의 비판 내용의 중점이 핵심을 비켜가는 듯 해 우려스럽다. 지금까지 나온 최 내정자에 대한 비판 내용 중 가 보도한 내용만 정리하면 이렇다.먼저, 좌경세력 대처를 위한 전두환 군사정권의 개헌론에 적극지지 입장표명 건이다.둘째, 전두환 전 대통령과 골프회동 건이다. 셋째, 최 내정자 아들의 재산세 및 국민건강보험료 상습체납 건이다. 넷째, 주한 미국대사에게 여론조사 결과 불법적 전달 건이다.다섯째, 땅 투기 의혹 건이다.위에서 언급한 5가지 모두 하나하나가 고위 공직자로서 자격미달의 사유다. 규범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되는 사안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검증하고자 하는 것은 최 내정자를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검증하려는 것이다. 일반 부
지난 2월 28일 제20회 '한국PD대상' 시상식이 있었다. 시상식은 SBS를 통해 생방송되었고 항상 카메라 뒤에만 있었던 수상자(PD)들의 얼굴이 카메라 포커스를 받았다. 그 자리에서 PD들은 단독 원샷을 받으며 수상소감을 말했다. 그 수상소감이란 것은 이런 시상식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제작에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수상자 중에 참으로 이상하고(?) 낯선 수상소감을 말하는 이가 있었다. 바로 독립제작 부문에서 KBS '들꽃처럼-두 여자 이야기'로 작품상을 받은 이승준 PD였다. "늘 배고픈 독립PD에게 힘을 주는 방법은 저작권 해결"이라는 수상소감이승준 PD는 수상 소감에서 "독립 PD들은 늘 배고프다"며 "7년간 공들인 작품이 방송에
학등록금이 해마다 뛴다. 학자금 대출이자도 따라 오른다. 등록금 1천만원 시대란다. 자녀를 둘 뒀다면 학자금만도 한해 2천만원이 든다. 웬만한 봉급생활자는 너무나 버겁다. 졸업장은 취직을 위한 자격증이다. 어머니는 허드렛일 나서고 아들, 딸은 아르바이트를 뛴다. 발바닥이 붓도록 숨 가쁘게 돌아가지만 학자금 대기가 정말 벅차다. 휴학, 복학을 되풀이하다 아들은 군대에 간다. 그 모습을 보는 부모의 가슴은 매어질듯 하다. 부모세대에는 우골탑이란 말이 있었다. 남은 재산인 소까지 팔아 자식을 대학에 보냈더니 대학은 소뼈를 벽돌삼아 지은 웅장한 건물을 자랑한다는 말이다. 그 시절에는 입주과외라고 해서 넉넉한 집에 들어가 애들을 가르치면 숙식은 해결됐다. 그 때 있던 하숙집 풍속도는 거의 사라졌다. 지방출신 학생
일본에서 종군위안부를 매춘부로 표현한 UCC 동영상이 인터넷 공간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최근 SBS 보도는 충격적이다. 방송을 보면 일본의 극우단체가 만든 이 UCC 동영상에는 "조선인은 모두 매춘부다. 조선 매춘부들의 거짓말에 일본인들이 가만히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다른 동영상에는 "위안부를 강제 동원했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며 "위안부 월수입이 일본 군인의 월급보다 수십 배 많았다"는 등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처럼 위안부에 대한 진실을 왜곡하는 동영상이 최근 한 두 달 사이에 유통되고 있는 것만도 300개가 넘는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이 같은 동영상속의 일본 극우단체 주장에 대해 그저 늘상 있어온 망언쯤으로 치부하고 무시하는 것이 옳다고
미디어, 이슈를 기억해 미디어가 메시지이건, 맛사지이건 우리가 맥루한의 시대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전(全) 감각적인 미디어의 시대를 살고 있음은 분명하다. 날로 새로워지는 미디어 환경은 쿨(cool)과 핫(hot)한 미디어의 경계를 결정할 최소한의 시간조차 답답한 ‘버퍼링’으로 느껴지게 한다. 이러한 초/광/메가 기반의 실시간 사회에서 미디어에게 어제의, 몇 달 전의 심지어 몇 년 전의 이슈를 다시 추적해달라는 요구는 어떤 의미일까?사채 광고, ‘무(無)’, ‘러쉬(rush)', ’즉시‘의 이미지친구와 함께 대출을 받으러 은행에 갔다. 자격은 되지만 도저히 준비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경한 필수 서류 목록들을 받아보며 무담보, 무보증으로 당일 대출이 된다는 사채 광고가 떠올랐다. 그리고 문득
[팔면봉] 눈치가 빠른 건지 없는 건지… KBS이사회, 대통령 후보시절 언론고문을 사장후보로 결정해 시끌. 눈치가 빠른 건지 없는 건지….조선일보 팔면봉이 2003년 3월23일 보도한 내용이다. [사설] 대통령의 사람을 다시 KBS 사장으로? KBS 이사회가 신임 사장으로 임명 제청키로 의결한 서동구씨는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언론고문을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적임자가 아니다. 후보 시절 언론 분야를 조언했던 인사를 대통령이 된 후 KBS 사장에 임명한다면 KBS는 대통령의 언론관을 홍보하고 시행하는 시범관이 될 우려가 있다.....‘대통령의 사람’이 KBS사장으로 들어오게 되면 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기대하기 어렵다...KBS는 한국 최대 언론기관으로 KBS의 정체성(正體性)은 미디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은 국민성공시대다. 성공이란 단어를 사전적으로 풀이한다면 세운 뜻을 이루거나 아니면 재산을 모으고 사회적으로 출세한 것을 뜻할 것이다. 그의 말을 들어보거나 인수위 위원, 청와대 비서진, 각료의 진용을 보면 성공이란 입지보다도 축재와 출세를 의미하는 것 같다. 성공을 너무 세속적인 잣대로 재서 그런지 그들은 재산도 많고 학력도 경력도 화려하다. 그야말로 성공한 인사들이다. 국민의 눈에는 성층권에 사는 사람들로 비춰 너무나 거리감과 이질감을 준다. 국민성공시대란 이런 것인가 싶어 거부감과 허탈감마저 느끼게 한다. 재산과다는 문제일 수 없다. 하지만 고위공직자는 축재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장관후보자는 그와 거리가 멀다. 위장전입, 미등기전매, 토지
방송통신위원장 최시중씨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대통령의 멘토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인 사람이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이 가장 강조되는 방송통신위원장에 내정되었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 그는 방송통신위원장의 자격을 상실한다.여론조사회사, 한국갤럽 회장 출신이다. 한국갤럽이 뭐 하는 곳인가? 정치관련 여론조사의 경우 단순히 지지율 조사만 하는 것이 조사회사의 일이 아니다. ‘왜 특정인물을 국민들은 지지하는가? 국민들이 생각하는 특정인물의 약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등을 여론조사를 통해 밝혀내고 그 약점을 보완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또 본래의 인물에서 전혀 다른 ‘배우’를 발명해 내는 작업도 하는 곳이 조사회사가 하는 주요한 일 중 하나다.즉 조사전문가는 부정적인 측면에서 접근
고민스럽다. 원칙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경직한 원칙과 유연한 원칙으로 개념을 구분하고 시민사회도 이제 유연한 원칙, 실용적 원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한 명의 운동가로서 유연한 원칙을 장착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 운동단체로서 갖는 유연성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사안에 따라서 그 원칙의 적용이 들쭉날쭉할 때가 많았다. 한 개인이나 한 단체의 유연성 문제가 중심이 아니라 세력 간 힘의 관계가 개인이나 단체의 원칙을 유연하게 강제했거나 경직하게 고립시켰던 것이 대부분이다. 시청자 중심 국민 중심이라는 운동의 축을 두고 시민운동가들은 그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주장을 펼쳐왔다. 때때로 시민운동가들 사이에서 그 방법론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여 왔고, 갈등하
일요일 아침, 반쯤 감긴 눈을 부비며 현관문을 열고 신문을 집어 들자 1면에 실린 가슴 찡한 편지 한 통이 눈에 들어왔다. 편지의 주인공은 씨랜드 화재로 아들을 잃자 국적도 포기하고 훈장도 반납한 채 뉴질랜드로 훌쩍 떠난 전 국가대표 하키선수 김순덕 씨였다. 아들을 잃은 슬픔과 고통을 씻는 데 9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다는 김 씨. 하지만, 그런 김 씨 가족을 더욱 가슴 아프게 했던 것은 정작 다른 데 있었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 소식을 접했다는 김 씨는 편지의 한 대목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고 책임을 서로 떠넘기며 고통은 어민이 고스란히 떠안는 것을 보고 9년 전 그때가 떠올랐습니다. 그 많은 아이의 목숨을 앗아가고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던 그때가…. 한국은 9년 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