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보면 부시 정권의 이라크 전쟁에 활용된 ‘대량살상무기론’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중단’(정부의 표현이다) 결정을 보면서 당시를 떠올렸다.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대외정책을 파탄지경으로 몰아갈 정도의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으나 있다던 대량살상무기는 찾을 수 없었다.정부는 ‘개성공단 전면중단’의 이유로 개성공단 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북한에 유입된 현금이 총 6160억원에 달하고 정부와 민간에서 총 1조190억원의 투자를 했음에도 이러한 비용이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을 고도화하는데 쓰여 졌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주장을 쉽게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개성공단 인건비, 정말 핵무기에 쓰였나정부가 언급하고 있는 현금과 투자에 대해 생
tvN 시리즈의 영향일까, 사회가 어려워서 일까. 언제부턴가 한국 사회에 복고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그리고 그 관심은 과거에는 유행했지만 현재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공간에 대한 그리움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겨울 서민들의 난방을 책임졌던 연탄가게, 사장님의 독특한 작명 실력과 IQ 증진을 운운했던 오락실, 그리고 하굣길 잠시 짬을 내어 다채로운 작품의 세계에 빠질 수 있었던 만화방. 물론 이런 공간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단지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지며 잊혔을 뿐이다.하지만 이러한 추억의 공간 중에서 만화방은 모두에게 천덕꾸러기 같은 존재였다. 경찰이나 학교, 학부모 차원에선 오락실과 함께 비행 청소년의 온상으로 여겨지며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그나마 오락실이 기성세대에
뻔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북한이 예고한대로 로켓을 발사했고 이를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으로 간주한 정부와 정치권은 ‘대책 마련’이라는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다. 한미 간의 사드 배치 협의가 공식화됐고 훈련을 빙자한 무력시위를 대규모로 진행하기로 했으며 대북 확성기 방송을 확대하기로 했다.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듯이 이 모든 것은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 발사를 실질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물론 실질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을 당장 내놓으라는 건 무리다.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 무언가를 하는 거다. 문제는 그 ‘무언가’를 할 때도 이와 관계된 각국과 세력이 여러 계산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데서 생긴다. 대표적으로는 사드다. 사드 배치는 기본적으로 남북관계를 구실로 한 미중 간의 이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합동참모본부는 7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예고한 기간의 첫 날인 7일 오전 9시 30분 쯤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고 밝혔다.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서해에서 탐지활동을 벌이고 있던 이지스함을 통해 장거리 로켓 추정 물체를 포착했다. 발사체는 서해를 거쳐 필리핀 방향으로 비행한 후 우리 군 레이더망에서 사라졌다. 군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이 1단 추진체와 페어링(로켓 연결 덮개) 분리에 성공한 것으로 보고있다. 다만, 군의 판단에 따르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은 제주 서남방에서 소실돼 발사에 실패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미 양국은 북한 마시알 발사 성공 여부를 공동평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버니 샌더스와 자신의 유사성을 연상할 수 있도록 발언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냥 웃었다. 그냥 웃었다는 것은 조소했다는 게 아니다. 정치인이 그런 농담도 하면서 뭉갤 수 있는 거니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을 보면서,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룰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버니 샌더스는 배울 게 많은 정치인이다. 그건 이미 전의 글에서 논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인들이 버니 샌더스를 언급하고 이를 둘러싼 논쟁을 벌이는 상황을 짚어보기 위해서는 '버니 샌더스 현상' 자체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진보정치의 가장 큰 적은 정치적 냉소주의다. 한국 사회는 정치적 냉소주의의 극단을 달리고 있다. 세계 체제를 이끌어가는 미
원주민이 이주민에게 갖는 태도는 크게 두 가지 개념으로 분석된다. 하나는 자국에 대한 신념으로 구성된 상징정치(Symbolpolitik)이론에서 파생된 기준으로 개인이 가진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정체성이 이주민들에 의해서 훼손된다고 판단하는 태도며, 다른 하나는 이주자들이 정착국가에서 얻게 되는 경제이득에 의해 파생되는 자신들의 위협을 평가하는 경제이익(sociotropic)이론이 있다. 삶이 팍팍해지는 우리나라 상황에 이 두 가지 전제를 도입해보면 쉽게 이해된다. 전자는 우리나라가 한민족이기 때문에 이민자들이 유입될 경우 민족정체성이 흐트러진다고 주장하고, 후자는 사회적으로 실업률과 가정경제위기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성향이 속한다. 현재 독일에서 취하고
명절은 전국 민심이 교차하는 기간이다. 명절 밥상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에 따라 이후 정치의 국면이 달라진다. 이번 설은 총선을 앞두고 있는데다 기성 정당의 주요지지 기반 지역 여론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에 특히 더 중요하다.초미의 관심사는 호남 여론이다. 제1야당이 호남 여론을 중심에 놓고 분열하였기 때문이다. 다 같이 국민여론이라는 점에서는 최소한의 공통지반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그간 호남지역 여론과 수도권 여론이 일정하게 분리된 형태로 움직여왔던 것도 사실이다. 수도권에서 안철수 의원의 신당창당을 비교적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흐름이 강했다면 호남의 경우 “서울에서는 아직도 문재인이 인기라던데?”라며 의아해하는 경우가 있었을 정도다.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두고 저울질하는 호남 민심이
한국방송협회 창립일인 2월 1일(월) 홀로 북한산국립공원의 여러 봉우리에 올랐다. 기분 좋은 산행이었지만, 마구잡이로 지어올린 아파트 단지들을 바라보면서 도시의 난개발 문제가 심각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제 버릇 남 못 주듯 자연스레 “우리나라 방송도 난개발이지”라고 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방송의 난개발’, 하산하는 내내 방송이 산업적인 수익 추구 대상으로만 전락한 게 아닌지, 세수 확대의 수단 정도로만 치부되고 있는 게 아닌지 맘이 무거웠다.물론 최근 방송의 제작-공급-시청행태와 새로운 변화들을 미디어학적인 차원에서 다시금 곰곰이 생각해 보면, 분명 혼란스러운 방송 환경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은 인정되지만, ‘마샬 맥루한(Herbert Marshall McLuhan)’ 이후 수많은 학자들이 논의했
졌지만 이긴 버니 샌더스, 이겼지만 진 힐러리 클린턴…. 그런 평가도 있다. 어찌됐건 미국 대통령 선거가 점점 더 흥미로워지고 있는 건 맞는 얘기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아이오와주 민주당 코커스의 절묘한 결과에 많은 사람들이 여러 이야기를 보태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번 코커스에서 두 후보는 사실상 동률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의 아슬아슬한 승부를 펼쳤다. ‘힐러리 대세론’이 붕괴할 것인지를 지켜봐야 하고, 또 민주당 지지층이 어디까지 확장되는지 아니면 움츠러드는지도 이후에 판단해봐야 한다.벌써 일부에서는 ‘흥분하지 말라’,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는 주장도 내놓는다. 그리스의 알렉시스 치프라스와 스페인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에 이어 버니 샌더스라는 진보의 ‘아이콘’에 대한 맹목적 지지를
최근의 몇몇 신문기사에서 제시되었듯이 2016년은 미디어의 빅뱅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이유는 작년부터 주목받았던 미디어 관련한 대표적인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다. 즉, 3월 15일 한·미FTA가 발효되었고, 10월 말 SKT와 CJ헬로비전의 합병 발표가 있었으며, 12월 20일 한·중FTA가 발효되었다. 또한 올해 1월 7일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하였다.아직까지 한·미FTA 발효로 눈에 띄는 실효적인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FTA와 연계되어 올해에는 글로벌 자본으로 성장한 중국자본(차이나머니)과 글로벌 미디어 기업인 넷플릭스가 국내 방송시장에서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SKT와 CJ헬로비전의 합병 결과 역시 유료방송 시장의 개편을 야기할 것이다.
▷ 한겨레 / 최현준 정환봉 기자 (2016. 2. 1.)“거부할 수 없는 압력이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채용 실무를 담당한 권태형 전 운영지원실장이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실에서 일했던 인턴이 덜컥 공단 채용에 합격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채용 청탁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최경환 의원 사례처럼 전혀 자격이 안 되는 지원자를 점수 조작까지 해 합격시키는 경우는 상당히 예외적인 일”이라고 했다. 권태형 전 실장은 “신규 채용에서 최종 합격자의 10~15%는 청탁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 이름도 거론됐다. 권 전 실장은 박철규 공단 이사장으로부터 정 의원의 취업 청탁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편집자 주 _ 음악웹진 의 김학선 편집장이 미디어스에 매주 를 연재한다. 한 주는 최근 1달 내 발매된 국내외 새 음반 가운데 ‘놓치면 아쉬울’ 작품을 소개하는 단평을, 한 주는 ‘음악’을 소재로 한 칼럼 및 뮤지션 인터뷰 등을 선보인다. * 국내 음반이호석 (2016. 1. 20.)사색의 앨범이고 사색하게 하는 앨범이다. '철학'이란 낱말이 들어가 있는 제목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앨범은 조곤조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음악 안에 담긴 정서를 공유하게 한다. 이아립과 함께한 프로젝트 하와이를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이호석은 자신의 두 번째 앨범을 통해 확실하게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게 됐다.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에
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주의 BEST : ‘믿고 보는 배우’ 박시후가 돌아왔다 (1월 23~24일 방송)백시윤(박시후)은 한 때 중앙정보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요원이었다. 거대한 작전을 수행하던 중 명령 불복종으로 아끼는 후배 진우(지일주)를 잃었다. 이후 교도소 수감생활을 끝낸 백시윤은 전직 요원들의 아지트인 ‘Bar 이웃’을 인수받아 그 곳에서 복수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제작진의 기획의도에 따
일견 혼탁한 상황이지만 결과는 보이는 듯 하다. 명색은 ‘의무보육’으로 바뀌었으나 여전히 국공립어린이집은 5%에 머물고, 국공립유치원은 50%를 간신히 넘는 상황에서 이들 이해관계 집단의 화살이 지방교육청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선거가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집단 행동은 명확하게 누리과정예산 편성을 미루고 있던 교육감들과 지방의회를 향하고 있다. 결국 복지 제도는 결과론적인 ‘무상'에 놓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공급하는 과정의 ‘공공성'을 통해서 달성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흥미로운 것은 이 4조원에 달하는 예산싸움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이미 다른 글(‘보육대란, 국가에 책임감을 묻는다')에서 당초 이 사업이 이명박 정부의 쪽지예산에서 시작되어 박근혜 정부의 공약으로 시작
하루하루가 고통이다. 무너진 공영방송의 현재를, 그 밑바닥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MBC의 ‘알려드립니다’를 보면서 이런 고통은 배가되었다. 벽을 보고 말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이라는 표현은 이제 단지 비유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가 공영방송 MBC를 둘러싼 여러 추문에 대해 고민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문제의식을 전달한지 여러 날이 되었으나, 이른바 녹취록 사태는 비상식에서 상식으로의 변화를 추동하는 게 아닌 밑바닥의 아래에 또 다른 밑바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만 기능하고 있다.MBC는 이 사태를 “MBC 본부장과 간부가 한 인터넷 매체 사람들과 사적 대화를 나눈 것을 녹취록이랍시고 폭로하여 마치 엄청난 일을 저지른 것처럼 침소봉대하고 본질을
편집자 주 _ 2015년 1월부터 6월까지 연재됐던 [주목! 이 뉴스]가 돌아왔습니다. 매일(평일) 오전, 미디어스 기자들이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주목’한 뉴스를 전해드립니다. ▷ 경향신문 / 김지환 기자 (2016. 1. 28.)‘노조파괴 컨설팅’이라는 말은 현대차와 창조컨설팅이 유성기업이 행한 일련의 공작에서 나왔다. 그러나 각종 수사과정에서 현대차는 그 책임을 피해갔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검찰과 고용노동부가 조사과정에서 이 사건의 주범이 현대차라는 여러 증거를 확보하고도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속노조와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28일 당시 검찰의 수사기록에 현대차의 직접적인 개
2015년 8월 1일, 강정생명평화대행진 마지막날 강정천 축구장에서 열린 제주해군기지반대 투쟁 3000일 문화제의 사회를 봤다. 제주 강정에는 주민들과 우리 모두의 바다에 시멘트를 부어 해군기지가 다 지어졌고 해군들이 마을을 돌아다닌다. 해군기지 반대싸움은 계속되지만 이제 정말 시즌2를 새롭게 시작해야 할 때다.2015년 12월 26일, 경남 밀양 문화체육회관에서 열린 밀양송전탑 반대 투쟁 10년 문화제의 사회를 봤다. 765KV 송전탑 69개는 모두 세워졌고 밀양할매들의 눈물을 타고 전기가 흐르지만 밀양을 찾는 연대의 발걸음은 지속되고 있다. 송전탑 반대 투쟁백서와 사진집 발간으로 한번 매듭을 짓고 이제 밀양은 탈핵 탈송전탑 운동으로 더 넓고 깊어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2015년 12월 3
최근 국내뉴스에서 유난히 독일과 관련된 기사들을 손쉽게 볼 수 있다. 작년 섣달그믐(Sivester) 퀼른(Koln)시(市)에서 발생한 난민들의 집단 성추행/성폭행 사건 때문이다. 자극적인 기사를 좋아하는(?) 국내언론들은 이 사건을 독일의 정치적 갈등이 강화되는 기조로 보도하고, 몇몇 사람들은 가뜩이나 저조한 국내의 난민입국허가를 옹호하는 어조를 표명하는 근거로 사용하고 있다. 쾰른사건이 발생하기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동과 북아프리카지역에서 밀려들어오는 난민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메르켈 독일 총리의 태도에 찬사를 보냈던 언론사들의 논조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독일 내에서 그의 지지율 하락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우리의 폐쇄적인 정책이 안정을 가져다주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번에
사례 하나“경영학을 전공하고 광고회사에 다니는 영은씨는 퇴근 후 집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SNS에 즐겨보는 드라마 후기를 올린다. SNS 친구들이 영은씨의 글을 보고 ‘좋아요’를 누르기도하고, 영은씨의 글을 공유하기도 한다.”“대학시절 미국드라마 번역동아리 활동을 했던 영은씨는 이른바 ‘미드’ 매니아다. 이노베이터(innovator)는 아니더라도 얼리어답터(early adopter)에는 속한다고 생각하며, 다양한 전자제품을 이용하고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다. 가끔은 주말에 바빠서 못 봤던 미국드라마 시리즈를 몰아서 보기도 한다.”사례 둘“식품회사 영업부의 고부장도 미드 매니아다. IT 제품에 관심이 많으며, 미국드라마나 영화를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보는
‘영화 같은 현실’이라는 관용적 표현이 우스개의 대상이 된지는 오래다. 왜냐하면 현실이 언제나 영화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공개된 MBC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과 보수인사들의 2014년 발언들은 그야말로 ‘영화를 압도하는 현실’이라는 수식을 붙여주기에 충분하다.물론 누군가는 단지 몇 사람이 모여서 이런 저런 발언을 한 걸 가지고 너무 크게 문제 삼는 것 아니냐는 항변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그렇게 볼 수 없는 것은 이들이 나눈 대화에 드러나는 인식이 결국 현실에 어떤 영향을 줬다는 게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들이 했다는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MBC 주변에 풍문처럼 떠돌았던 어떤 ‘비사’들이 사실에 가까운 것이라는 심증을 가질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