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라는 게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니는 직업인 것 같지만 알고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출입처의 한정된 사람들이나 동료기자 외에는 특별히 만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속내를 털어놓고 소주 한 잔 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다. 물론 제각각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유유상종이기 십상이다. 기자라고 해서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는 말이다.그래서 나는 후배들, 특히 행정기관을 출입하는 기자들에게 가끔 이런 충고를 한다. 자신이 쓴 기사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을 반드시 체크해보라는 것이다. 그나마 형이나 누나, 동생, 어머니, 아버지가 일반 독자들의 눈높이와 가장 근접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그걸 통해 출입처 공무원이 좋아하는 기사가 일반 독
지난 2006년 8월 11일, 안기부 X파일 보도로 법정에 선 MBC 이상호 기자는 판사의 주문을 들으며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무죄였다. 당시 방청석에 앉아 있던 나는 그 순간 이상호 기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깨가 들썩이고 있었다. 나 역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혼자 힘으로 두 어깨에 짊어져야 했던 그 짐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생각하니 코끝이 시큰해졌다. 1심 재판이 끝난 뒤 법원 입구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에서 이상호 기자는 이런 취지의 말을 했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삼성을 누구보다 사랑합니다. 삼성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가슴 깊이 존경합니다. 제가 미워하는 것은 삼성도, 삼성의 임직원들도 아닙니다. 저는 삼성을 이렇게 만든 총수와 경영진을 비판하고자 하
경상수지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적신호를 울리고 있다. 지난 1월에는 11년만에 가장 큰 규모인 27억5,1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2월에도 적자가 23억5,000만달러로 이어졌다. 석유, 곡물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탓이다. 이명박 정부가 급한 대로 해외골프 여행을 줄이는 한편 외국관광객을 많이 유치해 관광수지 적자라도 줄여보려고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모양이다.서울을 비롯한 한국의 도시는 외국인의 눈에 동양적 매력이 없다. 독특한 도시임에는 틀림없지만 말이다. 어딜 가나 성냥곽 모양의 아파트 숲이 솟아 있다. 건물마다 온통 간판으로 뒤집어 써 혼란스럽다. 때와 곳이 없는 교통체증. 그것도 비슷 비슷한 모양의 승용차가 도로를 뒤덮고 있다. 색깔도 흰, 검정, 회색으로 단조롭다. 밤을 잊었는지 2,
며칠 전 가까운 친구가 부친상을 당해서 서울까지 문상을 다녀왔다. 오래전 읽은 책의 내용 가운데 20대는 결혼식장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30대는 아이 돌잔치에서 그리고 40~50대는 장례식장에서 친구들을 만난다는 말이 있었는데 아닌게 아니라 조문을 마친 후 자연스럽게 동창회가 되었다. 지방에서 올라간 나는 그렇다 치고 서울에서 사는 친구들도 자주 만나지 못했는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밀린 얘기를 나누기에 바빴다. 친구들의 직업군을 보자면 교사가 단연 많았는데, 그들은 “3월에 진짜 끔찍했지?” “나는 죽는 줄 알았다”며 마치 사선에서 돌아온 장병들처럼 잔인한 3월을 무사히 넘긴 것을 공훈처럼 챙겼다. 신학기라서 교사가 바쁜건 당연하다 싶었는데, 가까운 친구들이 사선을 넘나들 정도로 숨 가쁘게 살고 있는
개봉일이 바로 다음날이고 금요일 저녁인데도 영화 예매하기가 쉽지 않았다. 매진 때문에? 아니다. 개봉관이 별로 없었다는 얘기다. 영화 시작 30분 정도 전에 극장에 도착했는데 전회를 본 관객들이 나온다. 약 40여명은 되어 보인다. 자기들끼리 얘기한다. 영화가 좋단다.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하면서 꼭 보란다. 그런데 좀 지나자 금방 눈치챌 수 있다. 그들 대부분은 단체 관람이었다. 일반인과 학생들이 섞여 있었는데 집회에서 몇 명이 끌려가고 다음날 스터디를 하고……뭐 그런 얘기들을 한다. 그런 장면을 보면서 극장으로 들어섰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20명이 채 안되어 보였다. 영화의 첫 장면은 골 때린다. 무릎이 찢어진 사람이 자기 집에서 자기가 직접 꿰맨다. , 환자 또는 앓던 이라
지구촌의 곡물재고량이 바닥으로 떨어져 식량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수출국들이 수출물량을 제한하거나 아예 금수조치에 나섰다. 수출국에서는 수출제한에 반대하는 농민시위가 벌어지고 수입국에서는 빈민폭동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나라 농업정책은 거꾸로 갈 판이다. 공장이나 주택을 짓게 농지규제를 풀라고 야단이다. 집권세력과 산업계가 논밭을 없애라고 합창하는 형국이다. 시카고 상품거래소 기준 곡물 평균가격 추이를 보면 지난 2년 동안 곡물가격이 2∼3 배나 폭등했다. 밀 거래가격이 2006년 1월부터 금년 1월까지 2년 새 275%나 올랐다. 콩은 215%, 옥수수는 228%나 뛰었다. 아시아 지역의 주식인 쌀값은 금년 들어 급등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3월말 태국산 시세가 1t당 760달러로 석 달 새 107
화려했던 열린우리당의 과반 신화도 끝나고 선거 불패로 당당하던 한나라당의 위용도 예전 같진 않은 상태에서 보수 정당들이 전체의석 299석 가운데 291석을 가져가는 것으로 선거는 결론지어졌다.한나라당이 승리를 했다지만 간신한 과반은 냉정한 패배이다. 통합민주당은 예상했던 최악의 KO패는 아니되 압도적으로 판정패 했다. 사실상의 양당 체제가 붕괴됐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신진 세력은 보이지 않는다. 자유선진당은 과거 자민련 만큼의 위상도 확보하지 못했고, 친박연대는 유의미한 독자 세력이라 하기에는 어정쩡한 성적을 받았다. 진보 세력은 몇몇 전투의 성과로 궤멸은 면한 채 전쟁에서 패배했다. 창조한국당은 문국현 대표를 국회에 보내는 성과를 냈지만, 여전히 민주당의 종속 변수로써 유의미할 뿐이다. 모두가 졌다.
민주노동당, 80년대를 살아가는 낙후된 족속들투표 안한지 꽤 됐습니다. 투표권이 생기기 이전에 ‘운동’이란 것에 관심을 갖게 된 요즘 20대 중엔 선거 자체에 무감한 이들이 꽤 있습니다. 한총련 의장 선거 무산과 같이 학생운동이 조직적으로 붕괴하는 모습에는 언론이 꽤 관심을 갖지만, 조직운동 이외의 진보적 학생들의 정치적 선택은 언제나 언론의 관심 밖입니다. 그러니 대개의 경우 아예 없는 사람들이 됩니다. 2002년 대선 때 권영길 후보 찍었던 것이 유일한 선거 참여였습니다.사회운동을 시작하기 이전에 왠지 조금 더 진보적인 것 같아지는 기분에, 스스로 으쓱하는 마음에 민주노동당 당원이 됐습니다. 진짜로 잘 몰랐지만, ‘부유세’, ‘무상의료․무상교육’의 구호는 왠지 가슴을 뛰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제
서울에서 서울은 12000원, 경기에서 서울은 17000원이라는 대리운전 문자 메시지가 홍콩에까지 전송돼 오다니….지난 3월 27일 3박 4일의 일정으로 'IPTV 조기정착을 위한 정책방안' 국제 세미나 참석차 홍콩에 갔다. 예전 같았으면 인천공항에서 통신회사 데스크를 찾아 신청해야 했던 휴대전화 로밍 서비스가 이제는 전원을 껐다가 키는 것만으로 개통된다. 3세대 이동통신으로 통하는 WCDMA의 보급으로 홍콩에서도 국내와 다름없이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었다. 음성통화는 물론이고 문자 메시지, 무선 인터넷 그리고 화상통화까지 모든 서비스 이용이 가능했다. 휴대전화만으로 볼 때 홍콩에 있는지 국내에 있는지 구분하기 쉽지 않았다. 휴대전화 사용이 국내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편리해지다 보니 간사하게
- 4월 9일 유권자는 토론회를 거부하는 후보자와 정당을 표로 응징할 것이다 - 초록은 동색이라고 했던가. 18대 총선에 나온 한나라당 후보들의 작태가 대선시기 이명박 대통령의 못된 버릇을 그대로 닮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중앙선관위 주최 합동 토론회 외에는 일절 응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심판론으로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토론회에 나가면 표를 잃을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무수한 언론사와 단체의 합동 토론회 참석 요청을 내팽개치면서 던진 말은 중앙선관위 주최의 토론회만 응하겠다는 뻔뻔한 대답이었다. 언론과 시민사회단체가 자질도 검증하지 않은 채 투표할 수 없다며 성토했지만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에게는 소귀에 경읽기였다. 대선 후보 이명박에게 민주주의 기본 원리는 딴나라 얘기였다.
- 경찰의 ‘일산 어린이 폭행 및 납치미수 사건’ 늑장수사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논평 - 3월 26일 벌어진 일산 초등생 폭행 및 납치미수 사건의 용의자가 31일 저녁에 붙잡혔다. 사건 발생 초기 경찰은 범행 장면이 CCTV로 범행 녹화되었는데도 이 사건을 ‘단순폭행’으로 처리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참다못한 피해 어린이의 부모가 직접 나섰고, 30일 이런 내용이 방송을 통해 알려져 국민의 분노를 샀다.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흉악범죄가 잇따라 발생해 온 국민이 마음 아파하며, 민생치안을 걱정하고 있다. 그나마 이번에 범행 대상이 된 어린이가 더 큰 일을 당하지 않았다는 데 위로를 받아야 하는 형편이다. 국민들의 이런 불안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린이 대상 범죄를 가벼이 처리한 경찰의 안일한 대응은
말할 권리가 있다면, 듣지 않을 권리도 있다대선이든, 총선이든 매 선거철이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일이 있다.각 정당들은 자신의 후보를 위해 지하철 역 근처나, 그 지역의 주요 거점에서 스피커를 통해 선거운동에 열을 올린다. 그런데 문제는 스피커의 볼륨이 높을 수록 정치에 대한 혐오지수 또한 치솟아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그렇지 않아도 도심의 현대인들은 자동차 경적 소리, 공사현장에서 나오는 소음 등 각종 소음공해에 찌들어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선거철이면 각 정당의 선거공해(?)까지 시작된다. 실제로 필자의 경우, 강변역에서 150M 정도 떨어진 곳에 거주하고 있다.정확한 데시벨을 측정해 보지는 않았지만, 선거운동원이나 각 후보들이 틀어 놓은 스피커의 소음이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 3월 28일 등록금 집회’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논평 -지난 3월 28일 오후 1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 주최로 대학등록금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29일 대부분의 신문들이 이날 집회를 다뤘으나 신문마다 등록금 문제와 이번 집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확연히 달랐다.경향신문은 1면에 이라는 제목의 총선관련 기사에서 등록금 문제를 다뤘다. 경향신문은 “고교 졸업자의 80%가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에서 ‘등록금 1000만원’이 전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며 소비자물가 상승폭(2~3%)의 3배에 달하는 등록금 인상폭, 연 7.65%에 달하는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의 높은 이자 등 등록금
, 예능 왕국 MBC를 상징하는 기적과 경이의 최강자(이하 )는 대한민국 오락 프로그램 전체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이다. 의 역사는 곧 대한민국 버리이어티 쇼(variety show)의 역사이다. 의 역사는 전신인 (81년)부터이고 온전히 칼라TV의 역사이다. 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방송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전파를 타고 있는 프로그램은 (80년), (81년), (83년), , , (84년) 정도이다. 변화하는 것만이 살아남는다는 채찍질이 사나운 한국 사회에서 하나의 형식이 이토록 오랜 시간을 생존 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 자체
노무현 심판론이 대선판세를 결정했다. 노무현이 싫다며 묻지마 표를 이명박 후보에게 몰아줬던 것이다. 그래서 대운하에 대한 점증이 실종된 채 선거가 치뤄졌다. 이번 총선에서는 벼락공천으로 인물검증도 정책검증도 증발해 버렸다. 그 사이 한나라당이 공약에서 대운하를 뺐다. 모든 정당이 나서 선거쟁점화를 통해 국민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 대운하는 한반도의 물줄기를 바꾸고 뒤집어 놓는 국가적 대역사(大役事)이다.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경부운하 540~558km, 영산강을 이용해 광주와 목포를 연결하는 호남운하 84km, 금강을 통해 대전과 군산을 잇는 충청운하 140km를 연차적으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토목공사는 기술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환경재앙을 걱정하는 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집을 사고판다고 치자. 그 집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집주인이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집주인보다 모르는 건 당연하다. 만일 사는 사람이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에 그리 밝지 않을 때, 파는 사람이 집의 상태와 가격을 속이면 사는 사람은 꼼짝없이 속아 넘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이럴 경우 상식적으로 사는 사람이 현명하기를 바라는 것보다는 파는 사람이 공정하기를 바라는 편이 훨씬 더 좋다. 집주인이 그 집의 상태와 적정 가격을 제시하면 공정한 매매가 이뤄진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불공정한 거래에 따른 부당한 이익이 집주인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이 책의 저자들 가운데 한 사람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가 시장의 작동과 왜곡을 설명하기 위해 착안한 ‘정보의 비대칭성’(asymmetries of inf
지난 28일 오후 7시 경남 창원에 있는 노동회관 3층 강당에서 저에겐 굉장히 어색한 행사가 하나 열렸습니다. 강당은 엄청나게 넓었고, 앞면에 붙은 펼침막도 무지하게 컸습니다. 하지만 참석자는 30명이 될까 말까 했습니다. 출판기념회 대신 '지은이와 함께 하는 시간'현수막에 적힌 행사 이름은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와 살아가기, 지은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출판기념회'도 아니고, '저자 간담회'도 아닌 이런 어정쩡한 이름을 붙이게 된 사연이 있습니다. '지은이'란 저를 말하는 거였는데, 제가 "출판기념회는 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이 행사를 마련한 지인들이 "그러면 저자 간담회로 하면 어떻겠느냐"고 했습니다. 저는 "내가 무슨 황석영이나 김훈도 아닌데, 무슨
정치권력은 골프장을 좋아하나보다. 노무현 정권은 골프장의 총면적을 지역별 임야면적의 3%에서 5%로 확대했다. 클럽 하우스의 면적제한도 없앴다. 규제개혁위원회가 직접 나서 관련규제를 조사해 풀도록 했다. 허가를 기다리던 230개 골프장을 일괄심사해서 처리하도록 했던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는지 반값 골프장을 만든다며 논밭에도 짓도록 했다. 경기를 부양한다며 환경보존이나 식량안보는 아랑곳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집권기간 내내 경기가 살아났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도 골프장을 많이 짓겠다고 열을 올린다. 값싼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 환경-입지에 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한다. 인-허가 기간도 산업단지와 같이 6개월로 단축한다는 것이다. 또 숙박시설을 갖춘 체류형 복합관광단지를 크게 늘리도록
최근 신문방송 겸영을 주장하는 기사들이 이틀이 멀다하고 나오고 있다. 신문사의 입장에서야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하고 새로운 구조개편 논의가 나올 때 겸영 규제를 풀고 싶을 것이다.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 제한을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신문들은 신문·방송 겸영이 세계적 추세라고 말한다. 정부가 나서서 규제하지 말고 시장에 맡기는 것이 일반적인 미디어 산업의 경향이라는 것이다. 신문방송 겸영이 세계적 추세라고? 과연 그럴까? 신문방송의 겸영은 방송이라는 공적 영역을 개인 사주가 운영하는 신문에게 내주는 문제가 몰고 올 파장에 대해 치열한 찬반토론이 벌어지는 논쟁의 영역이지 세계적 추세이거나 당연히 가야 할 방향이 아니다. 예컨대 루퍼트 머독은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이미 신문과 위성방송 등 전 세
지난 55년간 국민소득이 300배 증가했단다. 세계 역사상 유래가 없는 일이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세계 역사상 유래가 없는 유일무이한 일들이 빈번한 사회이다. 유일무이한 것이 또 하나 있다. 한국은 아마 미국의 질서인 야구와 세계의 질서인 축구가 공평한 위상을 갖고 있는 유일무이한 나라일 것이다. 2002년을 계기로 야구와 축구의 위상이 교차점을 지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스포츠는 문화적 환경을 반영하기에 야구의 저력을 허투루 볼 수는 없다. 3월 29일 겨우내 기다렸던 야구가 드디어 개막한다. 야구를 기다리던 올 겨울은 유난히 스산했다. 야구의 상징적 공간인 동대문야구장의 철거 공사가 시작됐고, 현대 유니콘스도 사라졌다. 베어져나간 거목들이 아쉽지만 야구의 숲은 여전히 광활하고 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