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라맛뽀 필리핀, 눈물의 단비가 확실하게 유쾌한 단비로 변신을 완료했다. 캄보디아 편부터 투입된 정형돈으로 시작된 단비의 변화는 탁재훈 대신 마르코 그리고 최초로 남녀 단비천사로 등장한 송지효, 닉쿤 편인 필리핀에서 분명한 지향이 정해졌다. 덕분에 지난주는 시청률도 거의 두 자리 수에 육박했으며 아마도 이번 주 시청률 역시 올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런 단비의 변화가 모두에게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돌아온 쌀집아저씨의 일밤 단비가 지향하는 원칙은 사실 첫 작품인 아프리카 잠비아의 우물이었다. 그리고 그 정신은 한동안 이어졌다. 그러나 처음에 환호와 호평 일색이었던 민심이 말없이 돌아서기 시작했다. 취지는 좋으나 재미없고 무겁다는 이유다. 예비군 훈련 정신교육도 아니고 강제로 티비 앞에 앉을 사람은 없기에 아쉽기는 하지만 대중의 선택을 돌려놓을 수는 없었다.

악마와의 거래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단비가 해온 일은 계속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시청률의 덫에 걸려 단비마저 폐지된다면 앞으로 단비의 도움을 받게 될 사람들의 그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 우선 안타깝고, 그 이후에 일밤의 대안이 마련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우선 일밤의 간판 코너 단비가 자리 잡는 것은 의미가 크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유재석의 가담을 위해서도 단비는 잘 되는 것이 좋다.

재미와 의미 잘 섞인 짬짜면 같은 단비

필리핀 편은 배우 송지효와 2PM 닉쿤이 동행했다. 얼핏 보면 여자가 둘인가 싶을 정도로 뛰어난 미모(?)의 닉쿤과 지금까지 단비천사 중에서 가장 적극적이었던 송지효의 활약은 여느때보다 돋보였다. 재미있게 하는 것은 허섭삼형제와 자막삼남매가 알아서 해주지만, 단비의 선하고 몸을 사리지 않는 봉사정신을 모범을 보여주었다. 리조트에서 두 여자 아이들을 혼자서 알아서 씻기고 챙기는 모습이 진짜로 천사같았다.

닉쿤 또한 예능 출연이라는 것보다는 평소 착한 모습 그대로 먼저 나서서 돕는 모습이 좋았으며, 그런 모습과 대비되어 허섭삼형제와 자막 삼남매의 좌충우돌이 지루함 없이 단비를 시청하게 해주었다. 요즘 중급 집 메뉴로 인기 있는 짬짜면처럼 착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 조합을 이루었다.

지난주 필리핀 파야타스 쓰레기마을 어린이들을 하룻밤 리조트 체험을 해주는 것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했다. 양쪽 의견 모두 틀리지 않은 사려 깊고, 따뜻한 마음이다. 우리 사회가 이런 논쟁만 벌일 수 있다면 근심걱정 없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건강한 고민들을 나눠가졌다. 그러나 제작진 역시 그런 고민과 최소한의 해결방법을 갖고 있었다. 단비다운 준비성이었다.

아마도 단비의 맏형 김용만이 그동안 단비 촬영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을 까마귀 색깔 아이들과의 즐거운 목욕은 일단 생각을 접어두고 한껏 즐거워질 수 있는 장면이었다. 화면 한가득 아이들을 귀하게 대하는 용만 이하 모든 출연자들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그리고 쓰레기 속에서 골라낸 음식물을 먹는 아이들에게 근사하게 차려진 저녁식사를 나눴다.

그리고 다음날 아이들이 그토록 먹고 싶어하던 햄버거와 후라이드 치킨까지 먹고 돌아온 쓰레기 마을 입구에는 하룻밤 깜짝 선물로 그치지 않은 더 큰 선물이 준비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아프리카, 캄보디아 등은 물이 문제였지만 필리핀 파야타스는 먹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였다. 그들을 위해 처음으로 단비빵집을 세운 것이다. 다른 곳처럼 학교까지 관심을 주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쉽지만 그럴 만한 사연이 있었을 거라 여겨진다.

단비 빵집에 또 한번 폭죽처럼 터지는 아이들의 미소에 한주간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풀렸다. 게다가 쓰레기 마을의 약 300여명의 어린이들이 돌아가면서 일년에 4번 정도는 바깥으로 나가 박물관 등의 견학을 다닐 수 있도록 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비록 그 아이들이 리조트에서 체험한 그 하룻밤보다는 분명 부족하지만 더 이상 쓰레기더미를 뒤져 음식을 찾지 않아도 되고, 미래의 꿈을 위한 견문 쌓기를 할 수 있으니 그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했던 빵과 꿈이 주어졌다.

사람다운 한 끼니에 고작 200원, 위젯을 달자

그렇게 아이들을 먹이는 비용은 하루에 고작 6만원 1년이면 대략 2천만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간다. 그러나 한 아이를 놓고 보면 하루에 200원이고 1년이라야 7만원 정도다. 파야타스 어린이들이 쓰레기가 아닌 사람답게 한 끼를 해결하는데 불과 200원이면 된다. 오래전부터 단비는 옥션과 협력해서 단비방울 후원을 받고 있다. 일밤 홈페이지 왼쪽 아래 위젯을 클릭하면 후원 싸이트로 이동할 수 있다. 직접 현금 후원도 되고, 옥션 포인트로도 후원할 수 있다.

우선 블로그나 까페 등에 단비방울 위젯을 설치하는 것부터 실천하기를 권하고 싶다. 작은 도움이 모여 그렇게 빵집도 세우고, 또 어딘가에 우물과 학교를 지어줄 수 있다. 단비팀이 마을로 돌아왔을 때의 하면에 흐른 자막에 '서로에게 너무 고마웠던 시간들'이라고 아이들과의 하룻밤을 표현했다. 단비팀의 마음가짐을 알게 해주는 참 의미 있는 한마디였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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