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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까지 나서 언론을 장악코자 한다고?[기고] 한국사회 재민주화를 위해 주저할 것 없다
전규찬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승인 2017.08.23 14:24

문재인 대통령이 작심한 듯 언론문제, 방송현안에 관해 중요하고 강력한 발언을 내놓았다. 공영방송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지난 10년 동안 땅에 떨어졌고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도 크게 위축되었다 지적하면서, 방송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을 요구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소위 ‘핵심정책토론회’에서 “비전문가 관점”이라며 내놓은 내용이다. 이효성 신임 위원장이 제4기 방통위를 출범하면서 한 그 이전 시기에 대한 ‘반성’ 표명을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로써 확인시켜주는 모습이다.

대통령의 말을 “쓴 소리” “질책” 등으로 옮기면서 신문 기사들은 발언의 의미를 고의로 축소시키려 든다. 일부 매체들은 대통령까지 나서 방송장악을 하려든다며 볼멘소리 하는 극우, 보수 야당의 목소리에 은근히 힘을 실어줄 것이다. 뻔히 예상되는 작태다. 진보진영 일부에서 오히려 예기치 못한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 KBS와 MBC를 중심으로 부역적폐의 체제를 청산하려는 현장투쟁의 움직임이 가열되는 상황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발언해 정치쟁점을 초래하는 게 원칙적으로나 전략적으로 정당하고 타당한가?

이에 대해 개인적 답변을 내놓는 게 이번 칼럼의 의도다. 간단히 말해, 글쓴이는 이번 ‘반성’ 표방을 현 대통령이 내놓은 이명박·박근혜 역사에 대한 너무나 당연한 책임 추궁, 청산의 의사로 파악한다. 언론탄압, 방송장악을 끝내라는 촛불혁명의 명령에 순응하겠다는 대통령의 다짐으로써 반갑게 읽는다. 선거에서 합법적으로 승리한 그가 여론에 기반하고 또 민심을 상대로 해 공개적으로 취한 정상적인 정치행위, 당연하고 시의적절한 정치적 행사다. 언론장악과 아무 상관이 없고, 차라리 그에 역행하는 민주적 발언이다.  

오히려 본인은 대통령이 더 근본적으로 나아가지 못한 게 유감이다. 언론통제에 대한 국가권력의 책임을 보다 직설적으로 토로했어야 했다. 언론자유를 보호하기는커녕 실제적으로 탄압하는데 바빴던 국가기관들을 조목조목 짚어내서야 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물론이고 국가정보원까지 나선 조직적 언론통제의 과거사를 구체적으로 성찰해야만 했다. 국가의 자백. 민주주의에 절대적이고 진보정치에 근본적인 언론자유를 유린한 전체주의 괴물국가시스템과의 단호한 결별. 그 약속까지도 듣고 싶었다면 과한 욕심인가?

국가는 언론매체의 문제에 대해 딱 두 가지 태도를 취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언론을 인·민의 쌍방향적 기본적 주권으로 인정한 상태에서, 그 사회정치적 실행 채널이자 공간인 각종 매체의 공적인 가치와 사적인 자유를 균형감 있게 고양하기 위해 간섭하는 것이다. 우리가 민주적 혹은 진보적인 것이라 평가할 수 있는 정책모형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현실 역사에서는 단 한 번도 경험치 못한 이상적 규제에 해당하는 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칸트가 말하는 ‘규제적 이념’ 즉 사회진보의 가치로서 우리에게는 여전히 유효하고 지향해야 할 모델이 된다. 

두 번째는, 그와 전혀 반대되는 지극히 현실적인 상으로서, 언론을 철저히 권력의 수단으로 사물화해 통제하는 입장이다. 현실의 국가를 통해 우리가 반복적으로 체험해 온 모습이다. 우선, 일제 식민지 파시즘의 유산을 이어받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군사국가가 언론을 주민의 권리와 무관한 일방홍보 및 선전동원의 기관행위로 타락시켰다. 한참 후 출현한 이명박, 박근혜 신자유·신보수주의 자본국가가 이 전체주의 전통을 부활시켜 언론을 여론조작의 국가통치기관, 국가이념장치로 재차 후퇴시켜 놓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 역사는 이렇듯 근래까지도 국가가 언론자유의 원칙을 반역한 비정상의 역사에 다름 아니었다. 국가가 현실의 언론을 왜곡하고 매체를 장악하는 반민주, 반정치의 역사가 계속되었다. 언론자유통제를 밥 말아먹듯 하는 야만적 국가권력지배의 역사. 세월호 참사의 충격적 현장에서 목격했고, 최순실-박근혜-이재용의 추악한 커넥션에서 확인한 바다. 국가는 오직 각종 매체를 통해 인·민의 자유로운 언론 즉 커뮤니케이션 행위를 조직적으로 통제하려고만 들었다. 민심을 잡는데 혈안이었고, 여론의 조작이 목적이었다.

공영방송과 인터넷이 다 알 듯 사회 공론적·정치 매개적인 기능을 상실한 채 국가권력의 선전홍보수단, 감시통제대상으로 전락했다. 결과적으로, 자유공론상태에서만 운용 가능한 민주공화국의 헌정질서가 위험하게 금이 간다. 이런 비상사태를 초래한 지난 정권은 물론이고 비정상의 국가(권력기관들)에 대해 책임을 묻는 일. 반성의 표현에서 나아가, 대통령이 촛불혁명의 명령을 따라 할 일이다. 한국사회의 재민주화를 위해서다. 이를 방송장악을 노린 메시지라 비난하는 세력은 지난 언론통제국가시스템의 부정한 잔재일 뿐이니, 주저할 것 전혀 없다. 

전규찬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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