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둘째 주 뮤직뱅크의 결과는 의외였다. 소녀시대가 갑작스런 후속곡 준비를 이유로 불참한 가운데 지난주에 이어 1위 후보에 오른 카라는 점수가 발표되자 무척 놀라는 모습이었다. 결과는 카라 승리. 실제 인기와는 달리 아직 뮤직뱅크 왕관을 써보지 못한 카라는 마침내 무관의 한을 풀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지금의 카라가 있기까지 예능셔틀을 마다하지 않았던 한승연의 눈물은 가슴에 전해져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카라를 축하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카라는 아직 배고프고 목마르고 게다가 안심할 단계도 아니다. 아직은 넘어설 수 없는 소녀시대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새까만 후배인 티아라에게 당장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대중적 힙합그룹 에픽하이가 이번 주 컴백했고 만만치 않은 기세로 음반을 팔고 있어서 아직 마음 놓을 수 없다. 카라 자신도 그렇거니와 카라를 1위 자리에 올리기 위해 눈물 나는 노력을 쏟아온 카라 팬덤 역시 내친 김에 2주 연속 1위를 바랄 것이다.

그렇지만 카라의 뮤직뱅크 연속 2주 1위는 오르는 과정만큼이나 순탄치 않다. 우선 1주일 차이로 컴백한 티아라에게 음원과 음반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티아라가 쫓아오건 에픽하이가 컴백했건 음반과 음원 등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만 있다면 굳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당장의 걸그룹 경쟁자로 부상한 티아라를 상대로 해서는 시청자 선호도와 방송횟수에서 넘기 어려운 격차를 벌려 놓을 정도로 카라의 인기는 분명 높다.

그러나 역시 뒷심이 딸리는 것이 카라의 고민이다. 이번 미니앨범 3집의 타이틀곡 루팡의 포인트 댄스인 비상구 춤은 카라의 출세작 미스터의 엉덩이춤에 한참 모자라는 반응이며, 그에 따른 대중의 호응이 전보다 못하다. 그런 탓에 분명 컴백 2주만에 티아라에게 밀리고 있다.

현재 카라가 티아라에게 확실하게 앞서는 부분은 시청자 선호도와 방송횟수 두 가지이다. 그러나 이 둘 모두 다음 주 발표에는 일정 정도 상승할 것이기 때문에 이미 뒤처진 음반과 음원을 감안할 때에 만만치 않은 싸움이 될 전망이다. 물론 이번 주 카라의 1위에 비스트의 음반판매가 효자노릇을 한 것처럼 다음 주 역시 에픽하이의 월등한 음반판매가 티아라의 점유율을 미세하지만 감소시켜 약간의 이득을 보는 행운은 이어간다.

이 부분을 잠시 설명하자면, 모든 방송 순위는 부분별 100의 파이를 놓고 점유율로 점수를 배점한다. 뮤직뱅크의 경우 총점 20만점 중 음반 부분이 15%로 3만점이 배당된다. 만일 지난주 비스트가 없었다면 전체 음반 판매 중 소녀시대의 판매는 점유율이 높아져 카라는 또 다시 2위에 머물러야 했을 것이다. 카라는 소녀시대보다 불과 122점 앞선 점수로 1위에 올랐다.
참고로 한터집계량만 높고 뮤직뱅크 점수를 낸다면 지난주 음반 판매량 총 32,523 중 비스트 판매량 5281장을 빼면 총 27,242장이다. 그중 소녀시대 한터 집계량이 4558장이기 때문에 점유율이 16.7%가 되서 비스트가 포함된 14%에 비해 3% 가량이 높아지게 된다. 그것은 뮤뱅 점수로 환산하면 800점 가량이 된다. 비스트의 컴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소녀시대는 800점을 잃게 된 결과이다. 그래서 카라 1위의 숨은 공신은 비스트라고 할 수 있다

다음주는 카라가 뮤직뱅크 1위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볼 수 있다. 15일 2AM이 컴백하고 곧이어 정규2집 뮤직비디오를 통해서 진작부터 예고되었던 소녀시대의 깜장소시가 18일 공개될 예정이기에 다음주를 넘기면 곧바로 2AM, 소녀시대 등과 경쟁해야 하는데 이미 하향세를 보이는 카라로서는 힘에 부치는 싸움이다. 결국 비상구 없는 카라로서는 티아라와 한판 승부를 통해 이번 활동의 정점을 찍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거꾸로 티아라는 연초에 보핍보핍으로 뮤직뱅크 2주 연속 1위를 하고도 역시나 다음주를 놓치면 기회가 없는 탓에 사력을 다할 것이다. 1위인 카라와 티아라의 점수차는 고작 530점로 이번 주 앞선 음원, 음원 점수에다가 선호도와 방송횟수의 증가분을 감안할 때 충분히 싸워볼 만하다. 여전히 톱시드로 부상하기에는 기존 걸그룹에 현저하게 뒤지는 대중인지도와 FM 라디오의 외면 등에 대한 고민과 해결점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만간 분석 글을 쓸 예정이다.

한편 6주 연속 1위를 노리던 소녀시대는 신기록 달성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는 엠넷과의 음원공급중단이 결정적이었다. 뮤직뱅크의 정확한 발표가 있어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공급이 중단되기 전날인 지난주 2일분만 적용된 것으로 짐작 가는 탓이다.

그로 인해 소녀시대가 잃은 점수는 500점 정도로 추정된다. 게다가 소녀시대 점수의 효자종목인 음반점수가 이번에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되는데, 이는 좀 더 두고 봐야 정확한 사실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아직 예단키 어렵다. 결과적으로 SM의 음원공급중단 등 기타 요인들이 카라에게는 행운으로 작용되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