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시도라도 계속해서 시도하니 판을 뒤집는 수가 탄생한다고, 유재석의 빅 픽처를 위한 집념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서 유재석은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수를 두기 시작했다. 게임을 위한 복선의 수를 미리 깔아 두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

어떤 게임의 룰이 정해지기 이전 깔아 놓은 밑밥은, 깔 때는 큰 효과가 없으나 게임이 시작되고 그를 이용한 트릭이 시작되며 효과는 극대화되는 식이다.

제작진이 마련해 놓은 게임 룰은 언제 바뀔지 모른다. 매번 순발력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 급작스럽게 시도되는 엉뚱한 게임 룰은 멤버를 당황케 했고, 어쩔 수 없이 당하고만 있어야 할 때가 많았다.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

유재석은 지난 게임에서도 이광수를 이용해 위기를 벗어났다. 자신이 매우 불리한 상황에 몰리자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이광수를 속이고 벗어난 장면은 웃음 나는 장면이었지만, 동시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총이 있다는 것을 들키는 순간 뻔히 악역임을 들키는 것임에도, 기지를 발휘해 벗어난 장면은 명장면으로 남는 장면이었다.

이광수를 완벽히 속여 자신만은 믿게 만드는 순발력은 놀라운 장면이며, 동시에 웃긴 장면으로 기억됐다.

이번 ‘미스터리 탈출 레이스’. 귀신이 사람의 이름표를 떼지는 못하지만 사람은 귀신의 이름표를 뗄 수 있고, 만약 사람이 사람의 이름표를 떼면 사람이 지는 룰로 진행된 게임에서도 유재석은 놀라운 장면을 만들어냈다.

한 번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는 밑밥 깔기를, 시작과 함께 맥락 없이 이광수에게 뒤집어씌운 장면부터 유재석에겐 새로운 기회 하나가 더 생겨 게임에 유리한 면을 제공했다.

워낙 유재석이 단서를 많이 찾기도 했지만, 귀신 역 이광수를 미리 악역으로 만들어 놓은 수가 효과적으로 발휘해 송지효를 속인 장면은 지금까지 깔아 놓은 모든 트랩을 회수하며 게임에 이긴 것이기에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

이광수는 귀신 역이었고, 유재석도 그가 귀신 역인 것을 알았다. 만약 송지효가 이광수의 이름표를 떼었다면 사람 팀이 이기는 것이었지만, 또 한 명의 사람 역인 하하를 버리게 하기 위해 이광수를 역으로 버리는 카드로 만들자 송지효는 이광수를 선택하며 게임에 지는 불운을 안게 됐다.

유재석과 이광수, 그리고 모든 귀신 역은 송지효가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는 시간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고, 유재석의 단독 떡밥 투척은 송지효의 선택을 움직여 결국 패하게 만들었다.

일회성 트릭은 대부분 속지 않지만, 그를 반복하면 헛갈릴 수밖에 없기에 유재석의 트릭은 앞으로도 유익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그 대상은 계속해서 이광수가 될 수도 있고, 하하가 될 수 있으며, 지석진이 될 수도 있다. 그가 맥락 없이 움직일 때 제작진도 긴장할 것이다. 게임이 생각한 것과 달리 갈 수도 있으니.

그러나 그 재미가 예상치 못한 재미를 주기에 시청자는 즐겁기만 하다. 주말 이른 시간에 하는 예능이고 주도권을 빼앗겨 시청률에서 고전을 하고 있지만, 재미는 꾸준하게 주고 있는 게 <런닝맨>이다. 그리고 유재석은 여전히 노력 중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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