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민주당 의원 몇 명이 SNS에 한 법안 발의를 취소한 것을 서둘러 알리는 일이 벌어졌다. 다름 아닌 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대표발의한 ‘종교인 과세 2년 유예’ 소득세법 개정안에 동참했다가 급히 이름을 뺀 것이다. 사실 다른 당 의원도 아닌 같은 당 의원의 법안에 공동발의를 했다가 취소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그렇게까지 한 것은 그만큼 여론이 나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진표 의원이 민주당 소속이고, 국정기획자문위 위원장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중책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시민들이 받은 충격과 그로 인한 우려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김 의원이 발의한 ‘종교인 과세 2년 유예’는 곧바로 강력한 여론의 반발에 직면했고, 깊이 검토하지 않고 공동발의에 이름을 올렸던 민주당 의원들이 속속 발을 뺀 것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종교인 과세 유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종교인 과세에 대해 여론은 호전된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21일 김진표 의원은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종교인 과세는 하되 세무조사는 하지 말라는 주장을 했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 납세 현실에서 ‘어느 교회, 어느 절이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았다더라’ 알려지는 것 자체가 충격을 준다”면서 탈세가 의심되더라도 세무당국이 아닌 종단을 통해 조사를 하도록 하는 국세청 훈령을 만들자는 주장이다.

김 의원 등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21일 김 의원 등이 낸 보도자료에 의하면 종교인 과세법안이 “조세형평성에 크게 어긋나 헌법 위반의 문제가 있으므로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반응은 역시나 뜨겁다. 김진표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열차에 승선할 자격이 없다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 기사 댓글 반응은 매섭게 김 의원을 추궁하고 있다. 게다가 처음도 아닌 이런 반응에도 점입가경인 것을 보면 김진표 의원이 현실과 여론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당에 어울리는 사람이 민주당에서 설치네...(artbo****), 김진표도 선을 넘었네.(중략) 최순실이야?(지오**), 이런 인사는 자한당으로 가 같이 이땅에서 사라져야....(자**), 이쯤되면 종교가 마약정도는 아니지만 프로포폴 정도는 된다는 얘기다.(무현재인이꿈꾸는**)

김진표 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청에서 열린 '새 정부 국정운영 정책설명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 댓글들에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지만 김진표 의원을 적폐로 지목하는 부분에 큰 공감대가 형성된 것을 알 수 있었다. 트위터 등 SNS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다만 김진표 의원만 여론을 모르거나 무시하는 것인지를 의심케 한다. 또 모르는 것은, 이런 식이면 결코 김진표 의원이 감싸고 싶은 종교에 대한 민심만 악화된다는 사실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철학은 ‘사람이 먼저다’에 있다. 이것은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는 인권사상에서 출발하여 오랜 세월 대한민국을 병들게 했던 모든 부정을 없애겠다는 실천의지이다. 김진표 의원의 거듭된 종교 감싸기 행보는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에 위배가 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 슬로건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롭게”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종교 감싸기에 정신을 빼앗긴 듯한 정치인이 ‘평등, 공정, 정의’를 몸과 마음으로 실천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