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문재인 정부 100일맞이 대통령 기자회견에 이어 20일에는 청와대에 장관과 수석들이 국민들의 질문에 직접 대답하는 대국민 보고대회 ‘대한민국, 대한국민’이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와 국민들이 직접 듣고 싶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설치했던 <광화문1번지>를 통해 접수된 국민들의 제안과 요청에 대해서 대통령의 답변을 듣는 순서가 단연 하이라이트였다.

청와대 수석도, 각부 장관도 심지어 비서실장조차도 대통령을 만날 수 없었고,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시대에 살던 우리들로서는 어리둥절할 정도로 새롭고, 또 다시 “이게 나라다”를 말하게 된다. 인터넷에서는 "대통령 만나기가 동네 이장보다 쉽다"는 우스갯말도 보였다. 그러나 그 시절 집권여당이었던 지금의 야당들은 이런 모습을 소통이 아닌 ‘쇼통’이라고 폄하하고 나섰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주호영 원내대표, 이혜훈 대표, 하태경·정운천 최고위원 Ⓒ연합뉴스

야당의 비판본능을 백번 인정하겠노라 다짐해도 매번 실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게 100일을 줄기차게 반대 일변도로 나갔는데 야당들의 지지율이 점점 하락하는 이유 또한 거기 있다. 말로는 국민을 꺼내는데, 도대체 야당들의 그 국민은 어디에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에 양대 포털에 “고마워요 문재인”이란 검색어가 동시 떠오른 것을 ‘여론조작’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인식의 한계, 경험의 한계가 바로 현재 야당의 위치를 말해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18,19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85.3%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위기설에 살충제 계란 파동이 겹쳤지만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더불어민주당도 최고치인 54.8%로 지지율이 치솟았다. 반면 야당들은 조금 오르거나 내렸으나 자유한국당의 10.3% 외에는 모두 한 자릿수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새 정부 출범 100일 기념 국민인수위원회 대국민 보고대회인 '대한민국, 대한국민' 2부 행사인 '국민이 묻고 대통령이 답하다'에 참석,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 100일 기자회견에 문재인 대통령은 특별히 한 언론의 표현을 인용하며 반박했다. 이른바 ‘산타복지’였다. 대통령이 인용한 만큼 민감한 용어라 생각하고 공략지점으로 판단했는지 타 보수언론에서 확대재생산에 나서기도 했다. 보통은 기자들을 통해서 알리던 통념을 깨고, 정부가 직접 ‘대국민 보고’를 하게 된 심리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도 거기서 일정 부분 찾을 수 있다. 적어도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국민에게 직접 전해야 마음이 편할, 그런 언론 분위기 때문은 아닐까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일자리 만드는 데 쓰는 것이 세금을 가장 보람 있게 사용하는 것”이라면서 그렇게 사용된 세금은 소비를 진작시키고, 또한 저출산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는 취지의 설명을 덧붙였다. 정부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선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것이라는 확신을 보여준 것이다. 야당과 언론이 뭐라 하든 국민들로서는 일자리 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이런 확신만큼 반가운 것이 있을 수 없다. 이런 소통, 이런 소식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물론 100일은 결코 새로운 정부의 정책을 판단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이 제대로 시장에 먹힐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지독하게도 비리와 부조리가 심했던 지난 정부에 대한 반발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최소한 반면교사라도 충실하게 했을 새로운 정책에 미리 초를 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새 정부 출범 100일 기념 국민인수위원회 대국민 보고대회인 '대한민국, 대한국민' 2부 행사인 '국민이 묻고 대통령이 답하다'에 참석,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한 함부로 ‘산타 복지’라 폄하하는 것도 금물이다. 지난 10년간 그렇게 기다려도 오지 않았던 산타가 아니었던가. 지난주 <추적 60분>은 우체국 집배원들의 노동과 죽음에 대해 집중 보도했다. 이들이 엄청난 강도의 노동과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사고를 당하거나 더 큰 비극에 처할 때 그 문제점은 보도하면서 왜 집배원의 수를 늘려 노동 강도를 완화시킬 수 있는 추경에 반대하는 야당의 문제에 침묵했는지 모를 일이다.

촛불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대한민국은 아직도 박근혜 정부의 시계, 아니 최순실의 시계가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보수야당들과 언론들의 시계는 아직도 그때의 시계에 맞춰져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지지 받지 못하고, 박수 받지 못하는데도 과거와 똑같이 행동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바뀌었다. 다만 대통령만 바뀌었다. 거대 야당이 그대로고, 언론도 그렇고, 무엇보다 그 모든 것을 움직이고 조정하는 재벌이 그대로이다. 장충기 문자 파동이 그것을 확실히 증명했다. 따라서 이런 소통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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