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시공초월 명불허전 김남길! <명불허전> (8월 12~13일 방송)

tvN 주말드라마 <명불허전>

지난 2014년, 김남길-손예진 주연 영화 <해적>이 개봉할 당시 경쟁작은 <명량>, <군도> 등 대작들이었다. 솔직히 얘기해서 스토리, 규모, 캐스팅 면에서 <해적>이 상대적으로 큰 기대를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이순신(<명량>)과 의적(<군도>), 최민식과 강동원 사이에서 ‘바다로 간 산적’이라니, 기대감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누적 관객수 860만을 기록하며 의외로 선전했다. 김남길이 이끌고 유해진이 끌어주는 콤비 코믹 영화가 제대로 먹힌 셈이다. 유해진이 특유의 애드리브로 톡톡 튀는 존재였다면, 김남길은 허무맹랑한 이야기의 톤을 전체적으로 조절하면서 뻔뻔하고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다.

tvN <명불허전>에서도 김남길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조선에서 온 명의와 현대 의사의 메디컬로맨스 드라마. 어쩌면 메디컬 드라마 특유의 무게감이나 진지함이 떨어질 수도 있는 퓨전 장르다. 그동안의 메디컬 드라마는 의술이나 권력 다툼에 집중하는 등 힘이 잔뜩 들어간 작품이 대다수였다면, <명불허전>은 첫 회부터 조선에서 온 명의가 현대 사회에 부적응하는 모습을 대놓고 코믹하게 보여줬다.

tvN 주말드라마 <명불허전>

조금은 다른 의학드라마 <명불허전>을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기대감은 김남길의 명불허전 코믹 연기에서 나온다. 과하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다. 과하게 액션을 취하거나 웃기려는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특유의 밋밋한 무표정과 능글맞은 말투의 부조화만으로도 충분히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기존 메디컬 드라마와의 차별성을 완성시키는 건 의원 허임과 인간 허임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웃음이다. 실력과 열정을 모두 갖춘 냉정한 의사 최연경(김아중)이 전형적인 의사 캐릭터라면, 김남길이 맡은 허임은 별종 의원이다. 물론 실력에 있어서는 “맥을 짚었다 하면 몸 속 오장육부 기와 혈의 움직임이 다 그려지는” 명의임이 분명하지만, 인간 허임의 캐릭터는 헐렁하고 가볍기 짝이 없다.

tvN 주말드라마 <명불허전>

허임이 과거에서 현대로 넘어오면서 코믹의 정도는 절정에 달했다. 화려한 네온사인 거리를 눈이 풀린 채 어리바리하게 걸어가고, 달리는 구급차 안에서 환자보다 더 심각한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심지어 에어컨 바람이라는 신세계에 빠져 그 앞에서 허우적거리는 허임의 모습은 아무런 대사 없이도 그 자체로 코믹하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이리 오너라. 이보오. 여기 사람이 갇혔소”라고 말하더니 엘리베이터가 내려가자 “죽을죄를 졌소”라며 기겁하고 쓰러지는 모습은 김남길이 대체불가 배우임을 증명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너털웃음을 짓다가도 중요한 순간에는 명의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나름의 이중적인 모습이 드라마의 부족한 부분을 모두 메웠다. 비록 ‘남친’의 뜻은 모르지만 다 죽어가는 소녀의 심장은 살려낸 허임, 이런 귀여운 명의 또 없습니다.

이 주의 Worst: 아빠도 아들도 없는 <아빠본색> (8월 16일 방송)

채널A 예능프로그램 <아빠본색>

분명 아빠 얘기인데 남편만 나온다. 아빠들의 고달픈 삶을 얘기한다면서 고부갈등 유발하는 민폐형 남편만 나온다. 채널A <아빠본색>의 배우 이준혁 얘기다.

“저 집은 항상 아내의 희생에 의해 뭔가 이뤄지는 집입니다”라는 김구라의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니다. 이준혁 편 영상은 늘 부엌에서 요리하는 아내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날 방송에서도 아내는 시어머니 생신상을 위해 삼복더위에 불 앞에서 진수성찬을 준비했다. 물론 남편 없이.

초인종을 누르는 대신 당당하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오는 시어머니. 친구 두 명까지 대동했다. 심지어 집에 오자마자 싱크대 문을 다 열어보며 며느리의 살림을 스캔하는, 보기만 해도 숨 막히는 상황이 연속적으로 눈앞에 펼쳐졌다. 시어머니와 친구 2인은 “며느리가 아들한테 잘해서 예쁘다. 다른 건 못해도 괜찮다”는 말로 대동단결했다. 갈수록 태산이었다. 이 정도면 <아빠본색>이 아니라 <시월드본색>이다. “시청률과 분노가 동시에 상승하는” 대목이었다.

채널A 예능프로그램 <아빠본색>

더 숨 막히는 건, 이준혁의 태도였다. 아내 혼자 생신상 다 차리고 촛불 끄기 직전에 도착한 것은 드라마 촬영 스케줄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쳐도, 집에 오자마자 밥상에 앉아 편히 밥을 먹는 모습에서는 아내에 대한 배려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 와중에 “이거 갈비 전문점에서 산거야?”라고 눈치 없이 묻질 않나, 미리 해 둔 탓에 조금 굳어서 잘라진 잡채를 보더니 “잡채를 잘게 다져놨네”라고 얄밉게 지적했다. 아내가 국자를 가져오고 물심부름을 하는 사이, 이준혁은 단 한 번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아내에게 물과 물티슈 심부름까지 추가적으로 시켰다. 여유롭게 케이크까지 다 먹고는 방에서 숙면을 취했다.

이윤석은 “객관적으로 지켜보면 뭘 해야 되는지 알겠는데 막상 저 자리에 있으면 헷갈리긴 한다”며 이준혁을 두둔하려 했지만, 말도 안 되는 변명이다. 대체 어디서 아빠 혹은 아들의 애환을 느껴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이윤석은 아들의 교육에 대해, 김형규가 아내 김윤아 없이 아들을 혼자 돌보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이 이준혁은 아내의 고군분투에만 의존해 방송 분량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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