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방송된 <추노> 19회는 한 줄로 요약이 가능할 정도로 특별할 것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할 가능성이 높은 월악산으로 향하는 무리들의 이야기였으니, 20회 혹은 그 이후에 본격적인 대결들이 월악산에서 그 안에 모여든 이들의 결투로 <추노>는 마무리될 듯합니다. 늘어지는 내용에 그리운 건 타 방송국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이하 신불사)>로 떠난 한섬이었습니다.

굵고 강직했던 한섬이 그립다.

관아로 잡혀간 언년이와 원손을 구한 대길과 송태하가 잠시 대립을 하지만 대길의 기지로 그들은 짝귀가 있는 월악산으로 들어섭니다. 이를 알게 된 철웅이 장인인 좌상의 지시도 무시한 채 월악산으로 향하고 업복이도 도망 노비들이 산다는 월악산으로 향합니다.

예고편까지 곁들여 이야기를 했지만 19회의 내용은 이게 전부입니다. 간단해서 좋지만 그만큼 회 차가 길어지면서 아쉬움은 더해가는 듯합니다. 24부 작보다 짧았다면 좀 더 강한 이야기 전달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합니다.

죽음을 목전에 둔 도망 중에도 사랑에 혼란스럽고 말과 달리 행동으로 만들어가지 못하는 언년이의 모습은 내용만 늘어지게 만들 뿐입니다. 대길 도련님은 '양반 노비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는데 송태하는 다르다는 말에 자신도 생각을 바꿔보겠다는 말이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는 대목이겠지만, 그런 생각이 바뀔 정도로 느긋하게 기다려 줄 시간은 남지 않았음이 아쉽게 작용할 듯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언년이 너는 살아야 한다는 대길의 대사는 마지막까지 언년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의미이겠지요. 언년이를 위해서라면 반정의 법도를 생명으로 여기며 살아왔던 자신의 생각마저도 바꿔보겠다는 송태하의 다짐도 언년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으니 마지막까지 이 두 남자의 언년이 사랑이 지극할 듯합니다.

두 남자의 사랑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언년이는 월악산에서 짝귀의 "언년이를 찾기 위해 추노 꾼이 되었는데 찾았느냐"는 이야기와 설화의 "저 여자가 언년이야"라는 대사를 통해 극전인 반전을 기대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지 못하던 대길이, 거칠게 대했지만 언년이를 위해 모든 것을 버렸다는 것을 알고 난다면 흔들리는 그녀의 마음도 커다란 변화를 가질 수밖에는 없겠지요. 다만 자살이기는 했지만 그 죽음의 자리에 함께 했던 대길과 오빠의 죽음이 마지막 변수가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처음 예상했던 마지막 장소인 월악산이 너무 일찍 노출되면서 과연 그 곳에서 <추노>의 마지막이 정리될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추노>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많은 것들은 월악산에서 모두 전달될 것이라는 것이지요.

홀로 남은 송태하(한섬이 있기는 하지만)와 대길의 합류로 적과 대항해야 하는 그들의 기본적인 결합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뒤이어 그들을 쫓는 황철웅 일당과 설화를 통해 알게 된(?) 월악산에 대한 정보를 들은 관군들이 그곳으로 향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불어 노비 당에도 알려진 월악산은 업복이 일행의 목적지가 되며 <추노>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한 곳으로 모여 서로의 이해득실에 따른 전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조선비의 배신으로 반정의 수뇌가 누구인지 알게 된 좌상과 '자립과 복수에 집중'하는 황철웅의 대립은 변수가 많은 결론으로 나아갑니다. 큰 그림으로 그려내기에는 부담스러운 '역사를 바탕으로 한 픽션 드라마'는 극적인 재미에 집중한 채 그들만의 전쟁으로 나아갑니다.

역사에 남지 않은, 남을 수 없는 그들의 투쟁은 정사에서는 다뤄질 수 없는 인물들로 집중되며 <추노>만의 결론을 용이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무적에 가까운 '송태하, 대길, 짝귀, 업복이' 조합이 신에 근접한 '황철웅 무리'와 관군과의 싸움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궁금합니다.

새롭게 시작한 주말 심야 드라마 <신불사>에서 악역으로 등장하는 한섬 역의 조진웅이 그리운 건 그가 충직하지만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배역이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사랑에 아파할 줄 알고 주변 사람들의 생각을 읽고 이해할 줄 아는 그는 어쩌면 <추노>에서 가장 이성적이며 감성적인 인물일지도 모릅니다.

극단적인 감정의 간극 속에서도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핵심에 다가갈 수 있는 인물은 한섬입니다. 대길이나 송태하가 언년이라는 아킬레스건에 흔들릴 수밖에 없지만 자신의 정인을 잃은 한섬은 마지막 남은 가치에 집중할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단역이지만 다른 인물들이 사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있는 상황 속에서 가장 이상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한섬이 그리운 건 늘어지는 <추노>이기 때문이겠지요. 

본격적인 황철웅 무리와 월악산 패거리들과의 싸움은 21회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여 집니다. 관군들과 업복이의 합류도 그 즈음해서 이뤄지겠지요. 죽지 않은 것이 확실한 한섬의 복귀가 그들에게 어느 정도의 의미로 다가올지는 모르겠지만 의미 있는 죽음으로 <추노>에서 인상 깊었던 캐릭터의 맥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 집니다.

이제 종영이 얼마 남지 않은 그들. "최장군과 왕손이를 살린 건 시청자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함"이라는 곽정환 PD의 발언이 설마 짝귀의 재미없는 이야기에 몰입하고 한여름 늘어진 개처럼 처진 그들의 모습은 아니겠지요? 작가와 PD가 이야기하는 희망이 어떤 의미인지는 마지막 회가 되어야만 알 수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삭막한 현대인들에게 어떤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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