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친정부 방송'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KBS에 대한 비판을 법적으로 보장받은 제20기 KBS 시청자위원회(위원장 손봉호)의 운영실적이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사옥 ⓒ미디어스
지난해 9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제20기 KBS 시청자위는 시청자 대표성과 상관없이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이 다수 선임돼 "KBS가 시청자위마저 정치권력을 위한 정략적 도구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미디어스>가 제18기부터 제20기까지 KBS시청자위의 운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제20기 KBS시청자위의 운영실적은 지난 2월까지 매달 평균 20여건에 불과했다.

운영실적이란 매달 정례회의를 개최한 KBS시청자위가 보도·교양·오락 등 방송프로그램의 내용과 편성에 관해 의견을 제시하거나 시정을 요구한 건수를 의미한다.

2007년 9월부터 2008년 8월까지 활동했던 제18기 KBS시청자위가 매달 약 39건, 2008년 9월부터 2009년 8월까지 활동했던 제19기 KBS시청자위가 매달 약 35건을 논의한 것과 비교할 때 절반밖에 안 되는 수치다.

"제 할일 안하니 운영실적 적을 수밖에…"

이를 놓고 "KBS시청자위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운영실적이 저조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노골적으로 홍보한 지난 1월 5일 KBS '뉴스9' 캡처
노영란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운영위원장은 "시청자위라면 방송 전체의 방향을 바로잡아줄 수 있는 부분들을 지적해야 하는데 이번 KBS시청자위는 지엽적 내용만 신경쓰고 있다. 제 할일을 안하다 보니 당연히 운영실적이 적을 수밖에 없다"며 "현 시청자위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임기의 절반을 넘긴 제20기 KBS시청자위는 지난 6개월간 언론계 안팎에서 지탄의 대상으로 떠오른 'KBS 친정부화' 문제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기상캐스터의 의상, 투박한 마이크 모양, 부적절한 자막처리 등 형식적인 문제만 지적하고 있다.(▷관련기사: 'KBS의 김비서화' 거드는 KBS시청자위)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실장은 "친정부 방송으로 전락한 KBS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다루지 않고, (방송의 내용보다는) 외형적인 것에 치중하다보니 운영실적이 저조한 것"이라며 "이는 임명부터 예견됐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제19기 KBS시청자위원을 지낸 바 있는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도 "운영실적이 저조하다는 것은 현 시청자위가 충실하게 활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회의 내용을 들여다봐도 본질을 꿰뚫는 발언은 회피하고 있다. 형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수는 있지만 주변적인 것으로만 일관하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KBS뉴스·프로그램 비판할 수 있는 공식 창구 없는 셈"

KBS시청자위가 제 역할을 하지 않음에 따라 KBS가 더욱더 총체적 난국의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2월 24일 발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특보 캡처.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실장은 "이번 시청자위는 KBS의 보도에 대해 기본적으로 문제의식이 전혀 없다. 일종의 직무유기"라며 "(KBS시청자위가 제 역할을 못함에 따라) KBS에는 KBS의 뉴스와 프로그램에 대해 비판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공식적, 법적 창구가 없는 셈이다. KBS는 총체적 난국의 상태"라고 꼬집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오더성 아이템 등으로 인해) KBS 제작진들이 스스로 자기검열을 해나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 시청자위원들이 제3의 시각으로 제작진들을 견제한다면 KBS내에서 새로운 전환이 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그런데 이것조차도 이렇게 무기력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노영란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운영위원장은 "KBS시청자위가 KBS의 친정부화를 바로잡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 비록 방송사에서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지속적 비판을 통해 문제를 인식시켜주는 것이 시청자위의 역할 중 하나"라며 "시청자위에서 KBS의 자기검열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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