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68%가 일하다 다쳐도 산재보험 처리를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발표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 총 1천777명 중 31.2%(554명)가 건설업 종사자였다. 이주노동자 산재 사망자 총 88명 중에서는 45.5%(40명)가 건설업에 종사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비단 건설업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지난 5월에는 경북 군위와 경기 여주 돼지농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4명이 제대로 된 안전장비도 없이 정화조를 청소하다 분뇨 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관련기사-구의역 참사 1주기, 또 다른 김군의 죽음)

그리고 지난 8월 6일, 충북 충주의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일하던 27살 네팔노동자 케샤브 슈레스타(Keshav Shrestha)씨가 회사 기숙사 옥상에서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선택했다.

“날짜 : 2017년 8월 6일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오늘 세상과 작별 인사를 합니다. 제가 세상을 뜨는 이유는 건강 문제와 잠이 오지 않아서 지난 시간 동안 치료를 받아도 나아지지 않고, 시간을 보내기 너무 힘들어서 오늘 이 세상을 떠나기 위해 허락을 받습니다. 회사에서도 스트레스도 받았고, 다른 공장에 가고 싶어도 안되고, 네팔 가서 치료를 받고 싶어도 안되었습니다. 제 계좌에 320만원이 있습니다. 이 돈은 제 아내와 여동생에게 주시기 바랍니다.”

이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뒤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와 청주이주민노동인권센터, 이주노동조합 등은 사업장을 방문하여 관계자들과 면담을 진행하였다. 이후 11일 노동부 충주지청 앞 기자회견, 14일 청와대 앞 기자회견, 16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청사 앞 기자회견을 통해서 고용허가제 폐지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언론에서도 이주노동자 사망을 불러온 고용허가제도에 대한 인터뷰, 특집기사들을 연일 내보내고 있고 특히 한겨레에서는 지난 14일 <이주노동자 죽음 부른 ‘고용허가제’ 폐지 논의할 때>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보내기도 했다.

2004년 8월 17일 시행된 고용허가제가 사실상 시효 만료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쟁점은, 고용허가제로 들어오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다른 건 다 참아도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사업장 변경 문제만큼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SNS 등을 통하여 이주노동자 사망 관련 뉴스가 확산되며 고용허가제가 결국 사람까지 죽이는 제도라는 것에 대한 분노 역시 퍼져나가고 있다.

청와대 앞 기자회견

이는 자연스럽게 8월 20일로 오후 2시 반 보신각에서 열리는 <모든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노동허가제 쟁취! 전국이주노동자결의대회>에 이주노동자들이 대거 참석하자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특히 이번 집회의 경우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투쟁을 하기 위해 버스상경 등을 예정하고 있어서 규모가 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한 번의 집회로 많은 것이 바뀔 수는 없겠지만 전국에 모인 이주노동자들이 공동투쟁의 장으로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한국은 전체 이주민이 200만 명을 넘어섰고, 그 가운데 이주노동자가 100만 명에 달하고 있다. 전국의 아파트 건설현장에 이주노동자가 없는 곳이 없고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농수산물 역시 이주노동자들이 피땀 흘려 농사를 지은 결과물이다. 우리가 쓰는 대부분 제품의 가장 기초적인 부품들 역시 이주노동자들이 뿌리산업에서 장시간 고강도 저임금 노동을 감내하면서 만들어내고 있고, 그 밖에도 수많은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한국경제의 가장 밑바닥을 책임지고 있다.

8월 20일로 오후 2시 반 보신각에서 열리는 <모든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노동허가제 쟁취! 전국이주노동자결의대회> 포스터

이주노동자들 모두 본국에선 귀한 아들, 딸이며 한국어능력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몇 년간 열심히 공부하면서 이른바 코리안드림을 가슴에 품고 온 소중한 사람들이다. 그/녀들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이지, 죽음을 택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이주노동자가 얼마나 더 죽어야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을 것인가?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정부는 고용허가제의 폐지와 이주노동자 인권, 노동권 보장을 위한 새로운 제도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 8월 20일 전국이주노동자결의대회에서 한국사회의 적폐, 죽음을 부르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하는 투쟁에 함께 연대하자.

박진우_ 2012년부터 이주노동조합의 상근자로 일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어서 언젠가는 이주아동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을 한 지 5년이 되어가지만 부족한 외국어실력 탓인지 가능한 한국어로만 상담을 하고 있다. 이주노조 합법화 이후에 다음 역할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무엇을 하더라도 스스로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