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의 명가 이병훈 감독의 새 작품이 파스타 뒤를 이어 3월 22일 시작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선덕여왕의 바통을 이어받는다는 표현이 맞을 듯 싶다. 아직 한참 있어야 방영할 동이를 벌써부터 궁금해 하는 것은 이번 사극의 한 배경이 될 장악원이라는 곳 때문이다. 장악원은 궁중의 음악을 담당한 기구로써 조선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몰라서는 안될 중요한 이름이다.

수랏간의 대장금, 도화서의 성송연이 주인공이 되었던 이병훈 감독의 전작들을 둘러보았을 떄 앞으로 다룰 소재는 음악일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 가능했었고 마침내 그 예상이 적중했다. 당쟁이 극심했던 숙종조와 맞물린 시대 배경 속에서 음악이란 소재를 어떻게 다룰지가 우선 궁금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왕실 배경의 사극에서 대충 흉내만 내던 궁중음악을 얼마나 표현할 지가 기대된다.

장악원은 현재 서초동에 위치한 국립국악원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다. 거꾸로 장악원의 기원을 찾자면 신라 왕실의 음악을 담당했던 음성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많은 기록은 전해지지 않지만 음성서에 대해 남아 있는 기록에 의하자면 궁중음악을 전담했던 이 기구의 역사는 무려 1400년이나 된다.

불교에 치우쳤던 고려와 차별성을 가져야 했던 조선이 취한 통치이념은 유교이다. 건국초기 조선은 억불숭유 정책에 따라 예악(禮樂)사상으로 통치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조선 초의 성군 세종대왕은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훈민정음과 해시계 등이 워낙 큰 탓에 다른 것들에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사실 그에 못지않게 심혈을 기울인 분야가 바로 음악이었다.

조선 왕실문학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용비어천가는 사실 음악에 더 큰 비중을 두둔 작품이다. 지금까지 전해지는 궁중음악의 명작인 여민락, 보태평, 정대업 등을 이때 작곡했으며, 세종은 이를 위해 서양식 오선보와는 다른 조선식 악보인 정간보를 발명하게 된다. 물론 서양과 달리 이 정간보가 음악의 보급에 전적으로 사용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악보보다는 구전심수(말로 전하고 마음으로 받는다)의 방식으로 전수되었고, 정간보는 보조역할을 했을 뿐이다. 국악교육도 요즘은 서양방식이 많이 도입되었지만 여전히 구전심수는 유지되고 있다. 이 구전심수는 국악을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한 것인데, 영화 서편제에서 김명곤이 한 구절 부르면 오정해가 따라 부르는 방식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헌데 동이의 주요 무대가 될 장악원에 관련해서 반드시 기억해야 될 사항이 있다. 가무악 일체인 조선의 음악은 비단 노래와 연주만이 아니라 정재와 일무라는 춤까지 포함된다는 점이다. 정재는 궁중연희에 여흥을 돋우기 위한 춤이고, 일무는 종묘제례 및 문묘제례 등 제례에 추는 의식무이다.

이렇듯 사극을 흥미 있게 보는 데는 다소 불편하지만 공부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에게 한국전통음악 특히 궁중음악은 대단히 낯선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수십 년간 국립국악원이 국악의 대중화란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아직도 그 대중화의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 국립국악원 정악단의 문묘제례악 연주 모습

동이를 유달리 기다리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동이를 통해서 장악원이란 곳이 알려지고, 자연스럽게 조선 궁중음악에 대해서 소개된다면 대장금을 통해 궁중음식이 일반에 널리 알려진 것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드라마 한 편의 영향력은 수백 억 들인 정책보다 효과적이다.

추노의 설화가 억새밭에서 해금 연주 한 번 한 것이 대중에게 끼친 영향이 크듯이 동이의 방영과 또 그 성공은 부가적으로 소외되었던 우리음악에 대한 또 다른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희망을 가슴에 품게 한다. 사극 동이가 장악원에 대해서 어느 정도 무게로 다룰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전작인 이산의 도화서만큼만 다뤄준다면 그 여파는 무척 클 것이기 때문이다.

한효주, 지진희 주연의 동이는 이병훈 명품 사극 자체에 대한 기대와 흥분이 우선 앞서지만 그에 못지않게 한국 궁중 문화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음악과 춤을 다루는 첫 번째 사극이라는 것 역시 흥미를 자극한다. 동이를 통해서 드라마의 재미와 궁중음악의 새로운 세계를 대중에게 제공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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