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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으로 본 '공범자들'의 실체재판부, "MBC 전현직 임원들 고발하는 공익적 성격 강해"
이준상 기자 | 승인 2017.08.15 13:51

[미디어스=이준상 기자] 영화 <공범자들>이 오는 17일 예정대로 개봉할 수 있게 됐다. MBC 전·현직 임원들이 낸 영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다. MBC 전·현직 임원들은 영화에 자신들의 동의 없이 얼굴·음성 등이 실렸고 허위사실에 기반을 둔 장면이 구성돼 MBC와 자신들의 신뢰와 명예를 훼손했다고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판결문에서 이를 조목조목이 반박하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먼저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김정만 수석부장판사)는 14일 MBC의 상영금지신청에 대한 판결문에서 ‘전·현직 임원들의 초상권·명예권 침해는 결국 MBC의 명예·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에 “추상적인 주장만으로는 MBC의 구체적인 권리침해 사실이 갖춰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또한 전·현직 임원들의 초상권 침해에 대해서는 “공범자들은 일반적인 상업영화와 달리 영리성이 강하지 않고 언론사 및 중요 언론인들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공익적 성격이 강하므로, 초상권 침해여부의 판단에 있어서는 엄격한 심사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며 “뉴스타파 최승호 PD 등이 <공범자들>에 MBC 전·현직 임원들의 사진, 영상, 음성을 공개함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이익의 정당성, 중대성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공범자들>이 MBC 등 주요 방송사의 공익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제작됐음을 인정한 것이다.

오는 17일 개봉 예정인 영화 '공범자들'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법원은 “<공범자들>에 나타난 임원들의 사진, 영상이 공개됨에 따라 임원들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강해지고 과거 행적이나 발언이 재조명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는 언론인 채권자 임원들이 마땅히 수인해야 할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임원들은 자신들에 대한 표현에 대해서 언론사를 통해 직간접적인 반박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 그와 같은 언론인에 대한 감시와 비판 역시 폭넓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전·현직 임원들이 <공범자들>에 나타난 특정 사실 및 평가로 명예 훼손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일일이 반박했다. ‘낙하산 인사’, ‘권력의 대리인’은 사실이 아니라는 김재철 전 사장의 주장에 “MBC 사장 인사를 결정하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의해 선임되고, 방통위원장의 임명권자가 대통령장이어서 김 사장 임명에 대통령의 영향력이 충분히 미칠 수 있는 점, 김 사장을 선임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김 전 방문진 이사장 스스로도 김 사장에 대해 ‘권력자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는 취지로 발언한 점 등을 고려하면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은 소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비선실세 정윤화의 아들 캐스팅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이 담긴 부분은 사실이 아니라는 안광한 전 사장의 주장에 “정 씨의 아들이 MBC 드라마 7편에 출연한 사실, 당시 MBC 드라마 PD들은 상급 PD에게 안 전 사장의 압력에 의해 정 씨를 출연시켰다고 제보한 사실, 안 전 사장은 정 씨를 만난 사실을 부인했으나 정 씨는 안 전 사장을 만난 사실이 있다고 언론사와 인터뷰한 사실이 소명된다”고 했다.

김장겸 사장이 2014년 세월호 유가족을 지칭해 “완전 깡패네. 유족 맞아요?”라고 발언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서울남부지검은 “추상적인 의견 표현 내지 평가에 불과해 구체적 사실의 적시라고 볼 수 없어, 그 자체로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각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법원은 “김장겸에 대한 불기소처분은 ‘세월호 유가족을 깡패로 지칭한 표현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에 불과할 뿐”이라며 “김장겸이 그와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는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다수의 MBC 소속 기자가 김장겸이 이와 같은 발언을 한 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점, 문제된 발언이 이뤄졌다는 편집회의에 참석한 기자가 작성한 자필 메모에도 그와 같은 발언 내용이 기재돼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표현이 진실이 아니라는 점이 소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영화 <공범자들> 스틸 이미지

법원은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증거 없이 해고했다’는 이른바 ‘백종문 녹취록’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왜곡했다는 백종문 부사장의 주장에 “음성 녹음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백 부사장의 명예가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고, “최 PD가 백 부사장에게 해당 발언에 대해 해명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대답으로 해명을 회피했기 때문에 백 부사장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세월호 참사 직후 전원구조 보도의 오보 가능성을 보고한 목포 MBC 측 견해를 묵살한 박상후 시사제작국 부국장에 대해서는 “박 부국장은 한승현(세월호 참사 당시 목포 MBC 보도부장), 김선태(목포 MBC 보도국장)의 보고에 따라 세월호 탑승객 전원이 구조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나 적어도 기존의 전원구조 보도에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면서 영화 장면이 사실이 아니라는 박 부국장의 주장을 기각했다.

최승호 감독은 이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법원의 올바른 결정에 감사하다”며 “그동안 이 영화 내용이 날조라는 둥 과장이라는 둥 주홍글씨를 씌우고 평점 테러를 하는 등 일부 세력의 행태가 문제였다. 이번 기각 결정으로 이런 행태가 사라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법원은 공범자들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고, 김장겸 등 공범자들의 상영 금지 요청은 이유도 없다고 밝혔다. 단순히 ’상영할 수 있다‘가 아니라 ’영화 내용이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다‘고 밝힌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화 '공범자들'은 MBC 해직PD이자 지난해 다큐멘터리 '자백'으로 영화계에 데뷔한 최승호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KBS-MBC 두 공영방송을 망친 주범들, 그들과 손잡은 공범자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이명박 전 대통령, 김재철 전 MBC 사장, 안광한 전 MBC 사장, 김장겸 MBC 사장, 백종문 MBC 부사장, 박상후 MBC 시사제작부국장, 길환영 전 KBS 사장, 고대영 KBS 사장,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등이 출연한다.

이준상 기자  junsang022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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