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월화 드라마 <부자의 탄생>에 대해 KBS 시청자위원회(위원장, 손봉호)가 "대중의 막연한 부유층 동경심리를 부추기는 드라마"라며 "공영방송이 지향해야 할 가치로 보기 어렵다"고 우려를 표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 KBS <부자의 탄생> 홈페이지 캡처.
지난 1일 방영을 시작한 <부자의 탄생>은 기획의도에 대해 "부자 아빠를 찾으려다 자신이 스스로 부자가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당신의 아이가 장래희망에 당당히 '부자'라고 써도 혼나지 않을 그런 건강한 대한민국이 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8일 공개된 'KBS 시청자위원회 2월 운영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2월 18일경 개최된 서면회의에서 이문원 KBS 시청자위원은 방영을 앞둔 <부자의 탄생>에 대해 "건강한 자본주의적 가치관 확립과 물질 만능주의 조장은 크게 다르다"며 "계급 갈등 강조는 그저 상업적 코드일 뿐, 공영방송이 지향할 가치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국민의 방송 KBS라면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를 보듬어줄 수 있는 드라마를 기획해야 한다"며 "'당신도 1%가 될 수 있다'는 부추김보다도 '99%더라도 충분히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는 유도가 점차 골이 깊어지는 사회갈등을 해소하는 데 더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BS, '천하대'와 '돈'이라는, 현물화된 욕망의 정점만 추구"

이 위원은 한국 사회 상류층 1%의 생활상을 보여주겠다는 설정과 관련해서도 "과장된 '부자 엿보기'는 당연히 계급갈등을 낳게 된다. 대중의 막연한 부유층 동경심리가 쉽게 갈등으로 옮아갈 수 있다"며 "보유층 자녀들의 과장된 생활상을 그린 KBS <꽃보다 남자>가 이미 같은 문제를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KBS가) 왜 같은 오류를 재차 반복하려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부자의 탄생>외에 <공부의 신>과 관련해서도 "계속해서 KBS가 이상의 실현과 올바른 가치관의 확립이라는 건강한 사회관 대신 '천하대'와 '돈'이라는, 현물화된 욕망의 정점만을 추구하는 현대극을 기획하고 있다는데 큰 우려를 표하고 싶다"며 "아무리 <공부의 신>에서처럼 노력한다 해도 국민 모두가 천하대에 갈 수는 없고, 아무리 <부자의 탄생>처럼 노하우를 익혀나간다 해도 모두가 부자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천하대에 못 가고 부자가 될 수 없는 국민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해외 공영방송 드라마를 보더라도 <공부의 신>과 <부자의 탄생>처럼 지극히 세속적인 접근이 이뤄진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KBS 드라마제작국 "돈 벌어 성공한다는 '성공 스토리' 아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KBS 드라마제작국 관계자는 "'돈'만을 쫓는 주인공으로 묘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돈'을 벌기 위해 수업을 쌓고 노력하는 '과정'에 대해 더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빈부 갈등과 계급 갈등을 유도할 수 있는 대사나 장면은 최대한 자제하려고 한다. 초반에 시선끌기를 위해, '부자가 될 수 있는 비법이 있다'라든가, 돈이 많이 들어간 촬영장면을 과장되게 홍보한 면이 있는데 이러한 행위 자체가 물질 만능주의와 계급갈등을 유도한다면 이런 식의 홍보도 더이상 하지 않겠다"며 "그러나 이러한 홍보는 드라마 초반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과장된 수사이지, 그 자체가 물질만능주의 혹은 계급갈등을 유도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자의 탄생>은 주인공이 재벌 아버지를 찾고, 돈을 벌어 성공한다는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주인공이 재벌 아버지를 찾기 위해 노력한 결과, 아버지의 행적을 찾게 되고 '부'도 손에 넣지만 그러한 '부'도 애초 자신의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며 "'부'라는 것은 사회로부터 주어지는 것이지 애초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옳지 못함을 알게 되고, 부를 획득한다 하여 인생의 행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님을 알게 된다. 결국 주인공이 인간들 사이의 사랑과 관계 회복을 통해 진정한 행복이 보장됨을 깨달으면서 드라마는 끝이 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