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실종상태다. 청와대가 북미 대치국면 속에 한반도 전쟁 가능성에 대한 정보가 쏟아지는데도 그 존재감을 확인시키는 메시지를 내놓지 않는다. 국민의 생사가 걸린 초미의 관심사에 주권국으로서 확고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이 불안하거나 궁금한 것에 대해 항상 정치적 서비스를 극대화하는 것이 그 책무가 아닌가.

중국과 미국 수뇌부가 전화통화를 하는 등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움직이고 북미 간에 수개월간 비밀접촉을 해왔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런데 정작 한반도의 당사국의 하나인 한국 정부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단지 현재의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미국 등 우방과 긴밀히 접촉하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재인 정부의 모습은 속된 말로 주요 뉴스가 될 만한 무게를 지니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미국의 보조 역할에만 그치겠다는 것으로 주도적인, 주인공과 같은 모습은 전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가능하다면 세계가 깜짝 놀랄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국위를 선양하고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정착시키기 위한 활약을 해야 한다. 국민을 안심시키고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하는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의도와 미국의 전략, 중국과 러시아의 대응 등을 살피면서 전개될 가능한 모든 상황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포석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한반도 사태에 대해 미국 정부 고위관리나 언론은 한반도 전면전쟁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정작 한국 정부는 국민에게 이에 대해 직접 소통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휴가를 다녀온 뒤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안 된’다고 말했고, 며칠 전 청와대 관계자가 ‘전쟁 가능성은 없다’는 식으로 기자들에게 간략하게 말했을 뿐이다.

문재인 정부의 주무부처에서 향후 발생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해서 상세하게 국민의 궁금증에 해답을 준적은 없다. 우발적 사태로 인한 한반도 전면전 발생 시 주민 대피나 대처 문제, 정부의 불상사 예방 대책 같은 것을 상세히 말하지 않는다. 이것은 과거 이명박근혜 정권과 닮았다. 이러니 국민들은 각자 능력껏 알아보고 스스로 판단해 대처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북한과 미국의 대치 상태에 대처할 주무 장관격인 외교부 장관, 통일부 장관이 휴가를 떠났다는 소식이 나오는 것은 대단히 실망스럽고 불안하다. 또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다음 주로 여름휴가를 예정했다가 취소한 것으로 알려진 것은 국민의 불안감과는 담을 쌓은 태도다. 물론 정부가 현상 유지라는 무 대응 전략을 세웠고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불안한 국민의 눈에는 ‘이런 정부가 있나’로 비춰지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북한이 미국령인 괌 주변에 미사일 4발을 발사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북한이 탄착지점을 밝힌 해역은 영해가 아닌 경제적 배타수역으로 공해로 분류되는 해역이다. 북한이 공해인 괌 주변에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미국이 군사적 보보조치를 취하는 것은 국제법상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하지만 북한 미사일이 만약 영해 안으로 떨어진다면 그것은 침략 행위로 미국의 보복 전쟁이 가능하게 된다. 이 경우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게 되고 그럴 경우 북한의 2만 개에 가까운 재래식 포대에 의해 남한에 대한 공격이 뒤따르면서 막대한 인명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중국은 북한이 괌 주변에 미사일을 발사해 미국의 군사적 대응이 취해지는 것에 중립을 지키지만 한미 양국이 군사적 타격으로 북한 정권의 전복을 시도한다면, 결연히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현 남북 대치 구조가 유지되는 선에서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서로 죽고 죽이든 상관치 않고 방관하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북한의 말 폭탄 속에 한반도 전면전쟁 가능성에 대한 보도가 봇물을 이룬다. 미국 언론은 미국의 북한에 대한 군사 작전에 대한 기사를 보도하고 국내언론은 이를 마치 남의 나라 이야기인 듯 반복하면서 국내외의 불안지수를 높게 만든다.

그 기사에 따르면 북미의 정면충돌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개전 직후 수 시간 안에 수도권에서 최소 수십만 명의 사상자가 난다는 것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전쟁 관련 보도 때문에 주가 폭락하고 금괴 사재기가 급증하는 등 민심이 동요하는데도 정부에서는 적극적인 대책을 취하는 움직임이 없다. 관련 부처 장관들이 휴가를 갔다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사태가 북한이나 미국 둘 중 하나가 후퇴하면서 진정될 것으로 낙관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현재 북한과 미국의 모습은 마주 보고 달리는 자동차의 그것이다. 섣불리 예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요즘 국내외 언론들의 한반도 관련 보도를 보면 언론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케 한다. 북한과 미국의 말 폭탄 교환은 상대의 기를 꺾으려는 심리전 차원의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언론은 사실관계를 잘 파악해서 보도 서비스를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 대중매체는 정부 또는 국가의 선전 홍보 매체와 같은 모습으로 비춰질 뿐이다.

특히 국내 보수적 언론의 경우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그런 보도 성향이 강하다. 현 정권의 안보무능을 부추기려는 의도로 보이는 측면도 있다. 여러 관련 사실 가운데 위기감을 부추기는 뉴스부터 앞세우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적폐청산 목소리가 높은 일부 언론이 왜 문제인지를 깊이 살펴 대응해야 한다. 위기 상황 속에서 정부의 침묵과 무 대응은 절대 금이 아니다. 거짓 보도는 해명하고 선전과 사실을 분류하면서 핵심적 사항을 국민에게 관련 부처에서 제공하고 국민적 궁금증을 해소시켜야 한다. 정부는 예상되는 위급 사항 등에 대해 국민에게 관련 정보를 알리면서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을 안심시켜야 정상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발 1백 여일이 지나면서 공직자 인사, 사드 배치 문제로 논란이 비등하면서 촛불혁명으로 등장한 정부라는 신선함과 기대감이 적지 않게 후퇴한 상태다. 과거 정부와 다를 바 없는, 흠이 있어도 능력을 중시한다는 공직자 인선이라고 고집하는 식으로 정부가 구성됐지만 예견된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한 대응은 전체적으로 실망스럽다.

냉전 종식 이래 북미 대치가 최고도의 위기감을 자아내고 있으며 이는 향후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이번 사태가 중국과 러시아 등의 중재로 큰 충돌 없이 지나간다 해도 향후 북한의 6차 핵실험이 강행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그럴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등에 대한 로드맵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으로 확인된 역사적 사명을 실천하기 위한 지혜와 용기를 가지고 국정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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