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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사이다’- 라스보다 독하고, 썰전만큼 재밌고, 손석희만큼 매력적인[이주의 BEST&WORST] On Style <뜨거운 사이다>, KBS2 <맨홀>
이가온 / TV평론가 | 승인 2017.08.12 10:44
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여자들끼리’ 모여서 만든 대단한 토크쇼 <뜨거운 사이다> (8월 10일 방송)

On Style <뜨거운 사이다>

‘여자들끼리 모여서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여자들끼리 모여서 수다만 떠는 느낌이다.’ 

온스타일 <뜨거운 사이다> 첫 회에 대한 악플들이다. 지난 10일 방송된 2회에서 박혜진 진행자는 악플 몇 개를 소개했다. ‘여자들끼리’로 시작하는 비아냥거림에 가까운 악플이었다. 그런데 그 댓글을 단 사람들은 진짜 <뜨거운 사이다>를 한 회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봤을까. 봤다면 그런 댓글을 달수가 없기 때문이다. 혹여 ‘여자들끼리’라는 수식어를 붙이게 되더라도, ‘여자들끼리’ 모여서 이토록 대단한 토크쇼를 만들었다는 감탄 댓글을 달 것이다. 

박혜진 전 아나운서부터 개그우먼 김숙, 배우 이영진, 기자 이지혜, 변호사 김지예, 이여영 대표까지 모두가 막힘이 없는 달변가들이다. 예능과 교양 사이에서 적절히 줄타기를 하는데 이건 김숙의 역할이 크다. 분명 방송 주제나 발언 내용만 놓고 보면 교양 프로그램인데, 김숙이 간간이 양념처럼 예능 역할을 하면서 분위기를 무겁지 않게 만든다.

On Style <뜨거운 사이다>

김숙과 박혜진 전 아나운서가 공동으로 메인 진행자 역할을 맡은 점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박혜진 전 아나운서가 흐름을 정리하고 이슈를 소개하는 역할이라면 김숙은 분위기의 톤을 조절하는 역할을 맡았다. 2인 체제였기에 <뜨거운 사이다>가 교양과 예능 사이에서 적절히 줄타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비예능인의 시원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뜨거운 사이다>는 지금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여성 관련 이야기들을 가장 잘하는 토크쇼라 할 수 있다. 배우, 개그맨, 변호사,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기자 등 다양한 직업군이 모였지만 ‘여성’이라는 공통분모로 묶이자 더욱 강하고 단단한 목소리를 낸다.

On Style <뜨거운 사이다>

오래 전부터 논란이 되어 온 상투적인 주제가 아닌, 시의성 있는 주제를 민감하게 선정한다. 특히 지난 10일 방송된 김기덕 감독 폭행 및 베드신 강요 논란이 그러했다. 여배우의 폭로가 보도된 지 일주일 만에, 또한 여배우 측이 공식 기자회견을 연 지 이틀 만에 방송 아이템으로 선정된 것이다. 여느 연예정보 프로그램이었다면 굉장히 자극적으로 다뤘을 텐데, <뜨거운 사이다>는 김기덕 감독 논란을 발판 삼아 문화계 성폭력으로 주제를 확장시켰다. 영화배우 이영진, 영화 전문기자 이지혜 그리고 이 논란을 법적으로 바라보는 변호사까지. 토크 주제를 심층적으로 파고들 수 있는 패널 구성이다.

토크 주제와는 별개로 패널들의 성향만 놓고 본다면 <라디오스타>보다 더 독하고, <썰전>만큼이나 재밌는 토론이며, <100분 토론>의 손석희만큼이나 매력적인 패널들이 포진해 있다.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 주의 Worst: 진짜 맨홀에 빠진 건 봉필이가 아니라 드라마 <맨홀> (8월 10일 방송)

타임슬립 소재 우려먹기는 KBS2 <맨홀>의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다. 남녀 주인공의 도저히 몰입되지 않는 연기력과 당황스럽기까지 한 스토리 전개가 이 드라마의 발목을 잡고 있다.

KBS2 수목드라마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

<맨홀>은 28년 간 짝사랑한 수진(유이)의 결혼을 막기 위해 과거로 간 봉필(김재중)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첫 회에서는 봉필이 얼마나 수진을 좋아했는지, 수진의 결혼 소식을 들은 봉필이 결혼을 막기 위해 얼마나 웃기게 고군분투하는지 그려냈다. 오히려 첫 회는 B급 코미디 느낌도 물씬 나고, 수진의 결혼을 막으려는 봉필의 필사적인 노력도 나름 코믹했다. 가령, 28년을 기다린 고백 타이밍에서 소변이 마렵다는 핑계를 대며 용기를 내지 못하는, 남들은 다 웃긴데 본인만 슬픈 상황들 말이다. 

2회에서 본격적으로 과거로 돌아가면서 모든 설득력과 스토리는 맨홀 뚜껑에 고이 올려두고 온 모양이다. 방정맞고 찌질한 봉필을 연기하는 김재중은 마치 안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다. 흉내는 내려고 하는데 영 어색했다. 꿈쩍도 않는 맨홀과 사투를 벌이는 원맨쇼는 차마 두 눈 온전히 뜨고 못 볼 지경이다. 

과거 수진의 감정도 설득력을 잃었다. 봉필을 친구로 생각했던 수진이 갑자기 과거로 돌아가자, 운동장을 달리는 봉필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며 몰래 사진을 찍는다. 느닷없이 감정이 바뀐 계기를 설명하는 과정도 없다. 수진의 결혼을 막기 위해서는 과거에서부터 수진이 봉필을 좋아해야 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장치 같기도 하다.

KBS2 수목드라마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

시종일관 과거의 봉필과 수진은 붕 뜬 연기를 선보인다. 모든 액션은 과하고 표정과 감정 연기도 전혀 섬세하질 못하다. 아무리 코미디 장르라도, 로맨스를 만들어가는 과정만큼은 섬세해야 시청자들도 몰입할 수 있다. 

가장 가관인 건, 다시 현재로 돌아온 봉필의 신분 변화다. 과거에서 연적 박재현(장미관)과의 한판 승부에서 처음으로 이긴 봉필은 현재로 돌아오면서 갑자기 조폭이 됐다. 단 한 번의 격투를 이겼다고 고시생에서 조폭으로 신분이 바뀌는 스토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설득력 없는 타임슬립은 오래 가지 못한다. 

이가온 / TV평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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