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MBC 보도국 소속 취재기자들이 ‘제작거부’에 돌입한다. 최근 시사제작국 간부들의 ‘제작자율성 침해’ 사건, 2012년 파업 참여 여부에 따라 작성된 ‘MBC 블랙리스트’ 문건 공개 등으로 촉발된 ‘제작거부’ 사태가 전 부문으로 번지고 있다.

MBC기자협회는 10일 저녁 총회를 열고 보도국 내부 보도통제 사례를 취합·공유, 11일 오전 8시부로 ‘제작거부’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 제작거부에 참여하는 기자들은 80여명이다. 기자회는 11일 오전 11시 서울 상암 MBC신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와 영상기자회 등은 이날 서울 상암동 MBC신사옥 1층 로비에서 이번 ‘블랙리스트’ 사태를 규탄하고 ‘제작거부’를 선언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사진=언론노조MBC본부)

지난달 시사제작국 소속 기자·PD들이 ‘제작자율성 침해’ 등에 항의하며 제작거부를 선언한 이후 제작거부 사태가 MBC 전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블랙리스트’ 문건 피해자인 카메라기자 50명은 지난 9일 오전 제작거부를 선언했다. 같은날 콘텐츠제작국 시사교양 PD들도 제작거부에 들어가면서 제작 간부들의 보도통제 사례를 고발했다.

또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와 MBC영상기자회는 문건 작성 시기 보도국 책임자인 김장겸 사장과 박용찬 부국장, 문건 작성자인 권지호 카메라기자 등을 부당노동행위·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MBC는 지난 9일 ‘MBC 블랙리스트’ 문건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특정인이 작성한 문건은 구성원 내부의 화합을 해치고 직장 질서를 문란시킨 중대한 행위”라며 “조속한 시일 내 영상기자회를 포함해 전사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 공정하고 철저하게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자는 예외 없이 조사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관용 없이 엄중하게 조처할 방침”이라 덧붙였다.

MBC영상기자회는 이날 사측의 진상조사위원회 제안을 거부했다. 영상기자회는 입장문에서 “사측은 ‘블랙리스트’를 ‘노노갈등’에 의한 개인의 일탈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봐도 황당한 거짓임을 알 수 있다”며 “‘개인용 자료’라면서 기자 전원을 대상으로 입사연월과 기수, 성향을 일목요연하게 등급으로 분류하여 보고문건의 양식으로 작성했기에, 분명히 보고대상을 위해 목적을 가지고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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