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트로트 판이다. 여야건, 진보건 보수건 선거로고송으로 트로트가요를 택한 탓이다.

그중 젊은 트로트 가수 박현빈이 강세다. 데뷔곡 ‘빠라빠빠’를 비롯해 ‘곤드레만드레’ ‘오빠만 믿어’ 등 자신의 히트곡 3곡 모두가 대선 후보들의 로고송으로 쓰이고 있다. 이 중 ‘오빠만 믿어’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일찌감치 ‘찜’했다. 이 노래는 ‘명박만 믿어’로 개사되어 선거판에서 불려지고 있다. 그의 또다른 노래 ‘곤드레만드레’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세상을 바꾸는 권영길’로 노래 가사를 바꿔 사용하고 있다.

▲ 문화일보 12월1일자 1면.
박현빈의 데뷔곡이자 2006 독일월드컵 당시 화제를 모았던 최초의 퓨전트로트응원가 ‘빠라빠빠’도 그때의 인기를 잇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모두 로고송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정동영 후보는 ‘빠라빠빠’의 도입부를 ‘사랑해요 정동영, 달려라 정동영~’으로 바꿨고, 권영길 후보는 ‘권영길 빠라빠빠’로 개사했다.

이렇게 선거 로고송으로 트로트가, 그 중에도 박현빈의 노래가 선거판 ‘노가바’(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 원곡으로 쓰이는 이유는, 정치와 그 노래가 닮은 꼴을 이루는 탓이다. 한 가요전문가는 “트로트가 선거로고송으로 환영 받는 이유는 이 장르가 지극히 서민 지향적이고, 그만큼 원곡이 쉬워 개사도 용이하며, 끊어가는 창법과 반복적인 후렴구가 중독성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 중 유독 박현빈의 노래에 쏠림 현상이 있는 이유에 대해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한 관계자는 트로트 가수 중 상대적으로 젊다는 점과, 그의 노래가 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박현빈의 데뷔곡 ‘빠라빠빠’는 지난해 5·31 지방선거 당시 여야후보를 막론하고 685명 후보가 로고송으로 사용해 이 분야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트로트나 정치나 지향점은 언제나 서민이다. 하지만 공약은 깊은 성찰보다는 가벼움이, 무엇에 현혹된 듯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이 똑같다. 그저, 반복적으로 후보의 장점만이 유권자의 머릿속에 주입되고 있는 형국이다. 여전히 제17대 대통령선거의 분위기도 공약보다는 이미지가, 이성보다는 감성에 휩싸여있는 모양새다.

선거로고송에 처음부터 트로트가 원용된 것은 아니다.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는 DJ DOC의 노래를 개사한 ‘DJ와 함께 춤을’로 ‘재미’를 봤다. 2000년 총선 때는 가수 이정현의 ‘바꿔’가 유권자의 귀를 사로잡았다. 이렇듯 몇 번의 로고송 경험이 ‘트로트=선거로고송’이란 공식을 만든 셈이다.

이외에 트로트 가수 장윤정의 ‘어부바’와 ‘짠짜라’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응원가다. 트로트 가수 박주희의 ‘자기야’는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쓰고 있고, 설운도의 ‘사랑의 트위스트’는 민주당 이인제 후보를 지원한다. 트로트 곡 외에는 영화 ‘라디오스타’로 귀에 익은 노브레인의 ‘넌 내게 반했어’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지누션의 ‘말해줘’는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선거로고송이 됐다.

하지만 적지 않은 가수들은 선거로고송 사용에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선거 후 후폭풍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쌍수를 들고 로고송 사용을 반대할 수도 없다. 선거로고송은 음악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의해 정해진다. 작곡작사자의 의사결정이 중요한 것이다.

어쨌든 딱딱한 선거판에 로고송은 활력소다. 신나는 선거로고송처럼 선거 후 정치에도 신바람이 날지 지켜볼 일이다.

‘리포터’보다는 ‘포터’가 더 많아 보이는 세상, ‘날나리’라는 조사가 붙더라도 ‘리포트’하려고 노력하는 연예기자 강석봉입니다. 조국통일에 이바지 하지는 못하더라도, 거짓말 하는 일부 연예인의 못된 버릇은 끝까지 물고 늘어져 보렵니다. 한가지 변명 … 댓글 중 ‘기사를 발로 쓰냐’고 지적하는 분들이 있는 데, 저 기사 손으로 씁니다.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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