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시사인이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보낸 '청탁 문자'를 공개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사회적 공기가 돼야 할 언론인들까지 장 전 사장에게 부정한 청탁을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한다.

사익 추구한 언론인들

"존경하옵는 장충기 사장님! 그동안 평안하셨는지요? 몇 번을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서 문자를 드립니다. 제 아들 아이 OOO이 삼성전자 OO부문에 지원을 했는데 결과발표가 임박한 것 같습니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떨어졌는데 이번에 또 떨어지면 하반기에 다시 도전을 하겠다고 합니다만 올 하반기부터는 시험 과정과 방법도 바뀐다고 해서 이번에도 실패를 할까봐 온 집안이 큰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름은 OOO 수험번호는 1OOOOOOO 번이고 OOO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이같은 부탁이 무례한줄 알면서도 부족한 자식을 둔 부모의 애끊는 마음을 가눌 길 없어 사장님의 하해와 같은 배려와 은혜를 간절히 앙망하오며 송구스러움을 무릅쓰고 감히 문자를 드립니다. 사장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리면서까지 폐를 끼쳐드린데 대해 용서를 빕니다. 모쪼록 더욱 건강하시고 섬기시는 일들마다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축복이 충만하시기를 기도드리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CBS OOOOOOO OOO 올림"

이 문자는 CBS 대전본부장을 지낸 이 모 전 본부장이 보낸 문자메시지다. 이 전 본부장은 CBS 산업부 기자를 거쳐 산업부장으로 근무하다가,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CBS 대전본부장으로 재직했다.

"별고 없으신지요? 염치불구 사외이사 한자리 부탁드립니다. 부족합니다만 기회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작년에 서울경제 OOO 그만두고 OOO 초빙교수로 소일하고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박OO 드림"

박 모 전 서울경제 부사장이 장충기 전 사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다. 박 전 부사장은 매일경제 정치부·경제부·산업부 차장을 거쳐, 국제부 부장, 논설위원, 정경부장, 부국장을 거쳐 서울신문 논설위원실장, 부사장, HMG퍼블리싱을 지낸 인물로 현재는 한국자산관리공사 비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연합뉴스)

연합뉴스, '삼성기간통신사'였나?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는 삼성을 지키기 위해 애써 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 7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장충기 전 사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밖에서 삼성을 돕는 분'이 등장한다.

"밖에서 삼성을 돕는 분들이 많은데 그 중에 연합뉴스의 이OO 편집국장도 있어요. 기사 방향 잡느라고 자주 통화하고 있는데 진심으로 열심이네요. 나중에 아는 척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통화 중에 기사는 못 쓰지만 국민연금 관련 의사결정 관련자들한테 들었는데 돕기로 했다고 하네요"

지난해 이건희 회장 성매매 보도에 대해 분노한 연합뉴스 소속 언론인도 있었다. 연합뉴스 콘텐츠융합담당 상무를 맡고 있는 조 모 상무다. 조 상무가 장충기 전 사장에게 보낸 문자는 이랬다.

"장 사장님 늘 감사드립니다. 시절이 하수상하니 안팎으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누워계시는 이건희 회장님을 소재로 돈을 뜯어내려는 자들도 있고요. 나라와 국민, 기업을 지키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져갑니다. 연합뉴스 조OO 드림"

이 정도면 연합뉴스는 '국가기간통신사'가 아니라 '삼성기간통신사'로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협찬 증액 청탁한 문화일보

문화일보 현직 편집국장인 김 모 국장은 협찬액을 올려달라는 청탁을 했다. 김 국장은 지난 2006년 '제10회 삼성언론상'을 수상했던 인물이다. 김 국장이 장충기 전 사장에게 보낸 문자의 내용은 이렇다.

"사장님. 식사는 맛있게 하셨는지요? 편집국장이라는 중책을 맡은지 4개월.. 저는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죄송스런 부탁 드릴 게 있어 염치 불구하고 문자드립니다. 제가 편집국장 맡으면서 김영모 광고국장에게 당부한 게 하나 있었습니다. '편집국장으로서 문화일보 잘 만드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제발 저한테는 영업 관련된 부담을 주지 말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잘 지켜주는 듯 싶더니 이번에는 정말 심각한지 어제부터 제 목만 조르고 있습니다.ㅠㅠ 올들어 문화일보에 대한 삼성의 협찬+광고 지원액이 작년대비 1.6억이 빠지는데 8월 협찬액을 작년(7억) 대비 1억 플러스(8억) 할 수 있도록 장 사장님께 잘 좀 말씀드려달라는 게 요지입니다. 삼성도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혹시 여지가 없을지 사장님께서 관심 갖고 챙겨봐주십시오. 죄송합니다. 앞으로 좋은 기사, 좋은 지면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김OO 배상"

아예 삼성을 먼저 돕겠다고 발벗고 나선 언론사도 있었다. 매일경제다. 매경 유통경제부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김 모 기자는 삼성의 면세점 사업을 꽤나 돕고 싶었던 모양이다. 김 기자가 장충기 전 사장에게 보낸 문자는 이렇다.

"존경하는 실차장님! 어제 감사했습니다. 면세점 관련해서 OOOOO과 상의해보니, 매경이 어떻게 해야 삼성의 면세점 사업을 도와줄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셨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김OO 올림"

언론인들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의 역할이 견제·감시인데 그 사명 자체가 완전히 말살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경제 권력이 언론을 장악하는 방식은 기자나 언론사에 특정한 이익을 제공하고 관계를 맺고, 언론이 자신에게 좋은 기사를 쓰게 만드는 형태"라면서 "언론이 경제권력을 옹호하고, 봉사하고, 반대급부를 얻는 형태가 돼버린 것"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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