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등장으로 소위 아저씨들이 삼촌부대로 변신해 과거 10대들의 전유물이었던 아이돌 문화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그동안 이런 현상에 대해서 시사 프로들의 다양한 접근과 분석이 제공되어 사회 분위기는 더디지만 아저씨들의 일탈(?)에 대해서 너그러워지고 있다. 이렇듯 기성세대의 저연령층 문화개입은 실질적으로 가요계에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우선은 팬덤 문화의 성숙함을 들 수 있고, 기성세대들의 상대적으로 풍족한 경제력으로 인해 걸그룹들은 각종 차트에서 당당히 남성 그룹들과 경쟁하고 또 이기고 있다. 특히 삼촌팬이 가장 많은 소녀시대가 그 혜택을 또한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작년 이후 카라, 티아라 등의 걸그룹 전성시대를 맞아 삼촌팬들 역시 분화되고 있어 앞으로는 삼촌팬의 분포가 좀 더 보편화될 전망이다.

이제 더 이상 걸그룹을 좋아하는 기성세대 이상한 부류로 몰아가는 일은 없으며, 조금씩 또래층에서 커밍아웃을 실행한 용자들을 통해 삼촌팬들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삼촌팬들은 10대, 20대와 다르다. 무엇보다 가슴 속에 느끼는 애정과 열망은 다를 바 없으면서도 역시나 표현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어색하고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삼촌팬들의 마음을 읽은 것인지 남자의 자격이 과감하게 삼촌팬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남자의 자격이 걸 그룹 소녀시대와 카라의 덕후(열혈팬, 일본어 오타쿠를 음독한 인터넷조어)가 됐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일일 덕후체험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마침 둘 모두 좋아하는 걸 그룹들이라 다른 때보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보게 되었다. 30대 초반인 윤형빈은 그렇다치더라도 50대 이경규까지 콘서트 현장을 경험한 것을 보면서 우선 부러웠다. 그러나 다섯 명이나 모여서 간 그들이지만 여전히 걸그룹 콘서트장에 들어가기는 여간 어색한 일이 아니었다.

그 심정은 백 번 이해할 수 있다. 아저씨라면 누구라도 걸그룹 콘서트장에 가더라도 아마 죽어도 혼자는 못할 것이다. 몇 번 걸 그룹 공연을 본 적은 있지만, 항상 안보는 척 해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쑥스럽게 떠오른다. 남자의 자격에 몰입할 수 있었던 가장 큰 계기는 콘서트장 앞에서 쑥스러워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그라나 동시에 부러움을 느낀 삼촌팬들 역시 많을 것이다.

소녀시대는 마침 앙코르 콘서트를 하고 있었고, 카라는 컴백 무대가 준비되었다. 인기 탓인지 아니면 무대의 비중 탓인지 포커스는 소녀시대 콘서트에 맞춰졌다. 아마도 다음 주에 나머지 부분이 더 나올 듯한데, 아마도 티비에서 보지 못한 음악방송의 객석 분위기를 제대로 경험케 해줄 것으로 보인다. 카라쪽으로 간 김성민과 윤형빈은 사전 녹화를 위해 기다리는 것만 촬영돼 카라는 직접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삼촌팬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궁굼해 할 소녀시대 콘서트 현장은 처음 부분은 아주 잘 전달되었다. 지금까지 드림콘서트라든가 많은 콘서트 중계가 있었지만 그것들은 모두 무대에 집중한 것이었지 객석은 그저 스케치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러나 남자의 자격은 처음부터 객석에 목적을 둔 것이어서 걸그룹 콘서트 현장의 열기를 그대로 담아내었다. 당연히 가장 젊은 이정진은 쉽게 열광하였지만 연예인이라도 40대, 50대 아저씨들은 잠잠하였다.

아마도 다음 주에 이들의 본격 열광을 보여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그것을 보지 않고도 이쯤이면 말할 수 있다. 남자의 자격이 열광하라는 미션을 준 것은 다른 말로 열광의 자유를 허용하라는 뜻이다. 남자가 성년이 되고, 가정을 꾸리게 되면 차츰 가슴을 닫게 된다. 조직이라는 것이 그것을 강요하고, 그것이 아니라도 책임져야 할 무게에 의해 자기를 잃어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 엄숙해져야 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동으로 장착되는 체면 때문이다.

사실 걸그룹을 좋아하는 것은 성인이 누릴 수 있는 많은 취미 중에서 가장 건전하고 또 저렴한 것에 속한다. 음반 몇 장 사면 그것이 팬의 표식이 되고, 퇴근하고 돌아와서 걸그룹들이 출연한 방송을 챙겨 보거나 팬심이 좀 강하다면 일부로 술자리를 슬쩍 피하기도 한다.

그렇게 좋아하고도 좋아한다 말하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하는 아저씨들에게 남자의 자격은 우리도 그러니 당신도 이제는 편하게 열광하라고 옆구리를 찔러주었다. 남자의 자격은 개그콘서트 남보원처럼 "아저씨에게도 열광할 자유를 허락하라!" 외치는 듯 했다. 남자들 아니 아저씨들이여, 가끔씩이라도 열광을 통해 일상의 무게를 덜어보자.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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