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YTN 해직자 3명이 이달 28일 복직한다. 조승호·노종면·현덕수 기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박진수)가 9일 발행한 노보에 지난 2008년 이후 9년 만에 회사로 복직하게 된 소회와 소망들을 전했다.

조승호_‘나의 노래는 이제 끝났다’

“노래방에서 내 노래를 못 들어봤거나 한 번 들어본 사람은 있어도 두 번 들어본 사람은 없다. 왜냐? 한 번 들으면 후회하기 때문이다. 다시는 노래를 안 시킨다. 그래서 나도 딱 한곡만 부른다. 김원중의 <직녀에게>. 그러나 우리는 견우직녀가 아니다. 그들은 칠월칠석 하루만 만나고 헤어져야 하지만, 우리는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악을 쓰든, 절절한 마음이든 이제는 나도 ‘직녀에게’를 목놓아 부를 일이 없을 것이다. 또 YTN에서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언론의 공정성을 외치다 누군가가 해직되는 일이, 그래서 언론노동자들이 또다시 ‘우리는 만나야 한다’를 외치는 일이 앞으로는 절대 없을 것이라 염원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9일 해직자 3명(조승호·노종면·현덕수)의 복직 내용이 담긴 노보를 사내에 배포했다. (사진=언론노조 YTN지부)

노종면_‘무엇이 나를, 우리를 버티게 만들었을까?’

“복직 기사가 떴다는 얘기를 아내로부터 들었다. 바로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눈물이 터졌다. 조금의 대비도 없이 작갑스레 닥친 일이어서 민망하고 당혹스러웠다. 어머니께서는 나를 다독이시곤 ‘다들 같이 복직하는 거지?’라고 물으셨다. 그러고는 연신 ‘잘됐다’ ‘고맙다’라는 말을 되풀이하셨다. 5년째 요양병원에 계신 아버지를 찾아뵀다. 한동안 내 직업도, 내 출신학교도 깜박하시더니 올해 들어서는 정신이 깨끗하시다. 복직이 결정됐다는 말을 다 이해사시고는 눈물을 보이셨다. 해직자들 중 3명이 아버지께 복직을 알려드리지 못한 불효를 저질렀지만 나는 그 불효만큼은 면하게 됐다. 무엇이 나를, 무엇이 우리를 버티게 만들었을까? 언론인터뷰에서는 촛불과 동료라고 했다. 부족하다. 앞으로 나와 우리가 할 일이 부족한 답을 채우리라”

현덕수_'복직하면 하고 싶은 것들'

“만 9년...복직하면 하고 싶은 것들을 떠올려본다. 1. 내 이름으로 된 사원증 갖기. 그동안 방문자 등록을 하면서 느꼈던 크고 작은 심적 동요에서 이제는 해방된다. 2. 비데 화장실 쓰기. 뉴스타파 사무실 화장실엔 비데가 없어서 나로선 반가운 일! 3. 식권 앱으로 점심과 음료 사먹기. 그동안 너무 얻어먹었다. 4. 식당별 Best 3메뉴 먹어보기. 솔직히 어디어디가 낫다란 얘기들 부러웠다. 5. 6층 외 YTN사옥 둘러보기. 특히 3층 보도국이 궁금하다. 6. YTN메일계정 갖기. 25일 월급날이 기다려진다. 7. 후배들에게 혼나보기. 그동안 시스템이 바뀌어도 너무 바뀌었다. 8. 휴일 당직하기. 자장면 냄새가 남아있는 보도국에서 식곤증과 싸워가며 보낸 어느 휴일 오후가 문득 생각난다. 9. 숙직실 이용하기. 후배 아무개의 유명한 코골이는 지금도 그대로일까? 저러다 숨 넘어가겠다 싶어 정말 걱정됐는데. 10. 새로운 분야 도전하기. ‘디지털 퍼스트’는 이제 생존을 위한 필수. 새로운 정보와 지식과 경험을 내 안에 꽉 채우고 싶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9일 발행한 노보 갈무리.

YTN노사가 공개한 해직자 복직 합의서에 따르면 3명의 해직자들은 이달 28일 ‘재입사’ 형식으로 YTN에 복직한다. 3명은 2008년 해직 당시 부서(조 기자는 정치부, 노 기자 앵커실, 현 기자 경제부)로 원직 복직한다. 합의에 따라 2년 내 당사자 동의 없이 인사이동은 불가능하다. 노사는 해직자들이 비자발적으로 퇴직한 점을 감안해 해직 기간은 근속년수에 산입, 직급·호봉 산정에 반영하기로 했다.

또한 2008년 이후 징계 처분 가운데 ‘공정방송 투쟁’ 과정에서 발생했던 징계 처분의 대상과 범위를 확정하고 사측은 이것이 장래 인사상 불이익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기로 했다. 이미 현저한 불이익을 받았음이 인정되면 승진 등 인사 조치에 반영토록 했다. 또 YTN 노사는 협의를 통해 공정방송 가치와 책임을 내용으로 하는 제작물을 제작·방송하기로 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해직자들이 회사로 복귀하는 당일(28일) 출근시간과 업무시간 이후에 두 차례 해직자복직 행사를 진행한다. 언론노조 YTN지부 관계자는 9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해직자들의 아침 출근길을 환영하는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식 행사는 당일 6시 이후에 계획 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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