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에서 해결되지 않은 채 계속되는 ‘표절’논란. 문제는 무엇일까?

4일 홍대의 한 카페에서 열린 ‘대중음악에서 창작과 표절,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가 진행되는 동안 개인적으로 내내 들었던 생각은 “표절의혹이 있는 곡에 대한 어떠한 제재도 없다”는 것이었다.

표절의혹 있어도 지상파 가요에서 1위는 문제없어

실제 토론회에서도 지적됐듯이 논란이 되고 있는 씨엔블루(CNBLUE)의 1집 타이틀곡 <외톨이야>는 네티즌들에 의해 표절의혹이 제기됐고, ‘표절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너무 유사하다’는 반응이지만 방송출연, 음원 및 음반판매에 있어서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오히려 표절논란이 인터넷 상에서 제기되면 될수록 방송횟수도 많아지기도 했다. 그랬던 <외톨이야>는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과연 진정 영광일까 싶기는 하지만.

▲ 밴드 '씨엔블루'

G드래곤 역시 <Heartbreaker>와 <Butterfly>가 플로라이다의 <Right Round>와 오아시스 <She’s electric>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더욱더 활발한 활동을 벌인 바 있기도 하다. <Heartbreaker> 역시 발표된 지 7일 만에 음악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었다. 과연 이것이 옳은 것일까? 표절논란이 있는 곡들이지만 이미 ‘상품’으로서의 생명이 끝난 다음, 즉 표절이라는 법원판결이 내려진 후에야 가해지는 제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미 해당 가수와 기획사 및 제작사는 금전적으로 벌어들일 만큼 벌어들였고, 해당 가수 역시 그 곡으로 인해 크게 인기를 얻을 만큼 얻은 이후에 말이다.

<외톨이야> 표절 의혹을 제기한 와이낫 <파랑새>의 작곡가 전상규 씨가 토론회에서 걱정했던 것 역시 “소송이 진행되고 끝날 때까지 과연 이 사건을 기억할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였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표절일지도 모르는 노래를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그러나 이 물음에 대한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답은 “불가능하다”라는 것이었다. 그는 “방송사의 경우 표절이라는 공식적인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제재를 할 수 있는 어떤 방법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로서는 방송사 PD들의 음악적 자기 판단력이나 스스로의 가이드라인 및 소신에 의해 출연을 자제시킨다거나 취소하는 등의 방법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메이저 기획사와 방송사 PD간의 공생관계가 있는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애당초 음악프로그램PD들이 씨엔블루 <외톨이야>의 음악성을 보고 출연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어 그는 “방송사 PD들이 출연가수를 섭외할 때 댄스위주의 음악프로그램에서 씨엔블루의 <외톨이야>는 색다른 의미일 수 있고 잘생기기도 해 인기도 있어 시청률도 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며 “표절의혹 가요에 대한 도덕적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해서 이를 받아들일 PD들이 얼마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암담하다”고 지적했다.

예전에는 표절에 ‘은퇴’하고 ‘활동접고’

▲ 인디밴드 '와이낫'
전상규 씨는 “그렇게 본다면 김민종 씨가 자신의 노래 <귀천도애>가 TUBE의 <Season in the sun>를 표절했다고 해서 은퇴하고, 이효리 씨 역시 2집 <겟차>가 브리트니스피어스의 <Do Something>을 표절했다는 논란으로 활동 자체를 접기도 했던 것은 대단했던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지금의 대중음악이라는 것이 소비패턴이 너무도 짧기 때문에 상품성이 존재할 때 팔아야 한다고 생각해 표절논란이 있어도 그냥 묻히는 것 같다”며 “그런 나쁜 선례들이 이미 남아있어 문제”라고 덧붙였다.

문화평론가 김작가는 “대중도 도덕적 행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음악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책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게 뭐’라는 식”이라며 “이미 창작자의 도덕성 자체는 소비하는 과정에서 고려대상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표절이던 아니던 내가 듣기에 좋으면 됐지’라는 생각이 팽배해진 것 역시 가요계 표절논란을 끊임없이 양산하게 만드는 한 요인이라는 얘기다. 김작가는 “대중가요는 이미 몇 년이 흘러 다시 듣는 등 소장음반의 가치가 아닌 한번 듣고 버리는 것이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표절의혹’이 한국 가요계에 결코 좋지 않는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서로 인식한다면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곡가는 물론 생산된 노래의 플랫폼으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방송사 그리고 음악을 향유하는 이들(솔직히 단순 소비자로 전락한)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와이낫의 전상규 씨는 이날 토론회 말미에 “음악을 만들다보면 정말 우연의 일치로 기존의 곡과 유사하게 나올 수도 있다”면서도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분신이자 새끼라고 생각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져야한다”고 말했다. 창작자로서 작곡가의 자세를 지적한 것이다. 그리고 네티즌들 역시 한국 가요계의 발전을 위해 곡에 대한 창작 및 도덕성을 요구하는 활동들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결국은 대중들에게도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 테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 노래가 ‘뜨고’ 혹은 ‘안뜨고’에 핵심적 영향력이 방송출연이라고 했을 때, 표절이 끊이지 않는 음악계에 대해 방송사는 다른 누구보다 더 큰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때문에 ‘아직 의혹일 뿐이고 법정에서 확실히 표절로 결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방송사 자체적으로 제재수단을 반드시 가져야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물론 표절의혹이 있는 모든 곡에 대해 ‘방송금지’를 결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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