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박기영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임명했다. 박 교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 벌어진 '황우석 사태'의 책임이 있는 인물로 적절치 않은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기영 교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지낸 인물로 황우석 사건의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던 인사로, 황우석 교수 지원을 위해 꾸려진 실세 모임 '황금박쥐'의 멤버였다. 황금박쥐는 2005년 황 교수의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결성된 네트워크를 지칭하는 말로 황금박쥐는 황우석, 김병준, 박기영, 진대제의 성을 따 만들어졌다.

▲지난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임명된 박기영 순천대 교수(왼쪽)와 황우석 교수. (연합뉴스)

박기영 교수는 지난 2001년부터 2003년 순천대 교수 재직 당시 '사회적 영향평가·윤리적 고찰'이란 과제 수행 명목으로 황우석 교수로부터 연구비 2억5000만 원을 지원 받았다. 박 교수는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재직 당시인 지난 2004년, 황우석 교수팀의 사이언스 논문에 참여한 사실이 없음에도 제13저자로 이름을 올렸고, 황 교수가 연구윤리에 어긋나는 난자 매매 등을 시인했을 때도 "비윤리적 난자 확보와 무관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황우석 사태를 심층 취재·보도했던 당시 MBC PD수첩 한학수 PD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박기영 교수는 황우석 사태에 책임 있는 인물"이라면서 "이번 인사는 재고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학수 PD는 7일 자신의 SNS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PD는 박기영 교수에 대해 "황금박쥐의 일원으로 황우석 교수를 적극적으로 비호했던 인물. 노무현 대통령의 눈과 귀가 됐어야 할 임무를 망각하고 오히려 더 진실을 가려 참여정부의 몰락에 일조했던 인물"이라면서 "왜 문재인 정부가 이런 인물을 중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한국 과학계의 슬픔이며, 피땀흘려 분투하는 이공계의 연구자들에게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8일 국민의당은 박기영 교수 임명을 두고 "바람직한 인사가 아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당은 "박기영 본부장의 부적절한 과거 행적으로 볼 때 과연 그가 이런 역할을 수행할 자격이 있는지 우려와 비판이 쏟아진다"면서 "박기영 본부장 임명은 책임을 저버린 '황우석 고양이'에게 과학기술의 미래라는 생선 가게를 맡긴 꼴"이라고 지적했다.

녹생당도 논평을 내고 박기영 교수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녹색당은 "박기영 교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 일어난 '황우석 사태'에 연루됐던 '황금박쥐'의 핵심 인물"이라면서 "황우석 사태가 큰 문제가 아니란 뜻인가, 아니면 박기영 교수가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단 뜻인가"라고 반문했다.

녹색당은 "황우석 사태는 과학기술을 황금알 낳는 거위 정도로 생각하면서 정부 고위관리가 모든 정치사회적 견제 장치를 무력화시키고 묻지마 투자식 거품을 만들었던 사건"이라면서 "논문조작 만큼이나 심각했던 사건, 여성 난자의 불법 추출과 이용에 대해 조사와 처벌보다는 진실을 은폐하려 했던 권력남용 사건이었다. 바로 그 핵심에 박기영 교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녹색당은 "박기영 교수의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은 잘못된 일이고 문재인 정부의 약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일"이라면서 "하루 빨리 박기영 교수의 임명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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