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BC, SBS 등 방송3사 합동의 ‘밴쿠버 동계올림픽 개선 국민음악회’가 오는 7일(일요일) 오후 6시 진행될 예정이다. 2시간 동안 진행되는 동계올림픽 국민음악회 때문에 KBS 1TV에선 열린음악회, 도전 골든벨이 결방될 예정이며 MBC에선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오후 4시 10분으로 자리를 옮겼다. SBS에서는 ‘일요일이 좋다’를 오후 4시 30으로 옮겨 동계올림픽 국민음악회 중계 시간을 만들었다.

방송3사는 기존 프로그램의 결방과 시간대 변경을 통해 동계 올림픽 국민음악회 중계 시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SBS 동계올림픽 단독 중계 파문이 가시지 않은 상황으로 3사합동의 동계 올림픽 선전 국민음악회는 뒷말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방송3사가 동계 올림픽 공동 중계를 성사시키지 못했지만 밴쿠버 동계 올림픽 개선 국민음악회는 합동으로 진행시킨다는 뒷말이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선전한 우리나라 선수들의 노고와 성과는 충분히 기릴만한 사안이다. 그러나 일요일 저녁시간대 열리는 개선 음악회를 방송3사가 합동으로 진행할 사안인지는 따져볼 일이다. ‘방송사는 다르지만 나오는 것은 똑같다’라는 전파낭비라는 비난을 사기 충분할 듯싶다. SBS는 동계 올림픽 단독 중계를 고집하며 공동 중계는 전파낭비라는 논리를 사용했다. 그렇다면 이번 건은?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편협된 시각이라는 지적을 감수하며 이야기해보면 이번 동계 올림픽으로 확인된 뻗어나가는 국운에 일조하기 위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물론 뻗어나가는 국운을 강조하는 곳은 집권층이다. 가늠키 어려운 동계올림픽 경제 효과 20조원에 이은 '마취와 망각의 마사지'로 기능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히틀러와 독일올림픽을 예로 든다면 너무 심한가?

방송3사 합동 중계의 기억은 멀리에 있지 않다. 지난해 11월 방송3사는 유래를 찾기 힘든 대통령과의 대화라는 프로그램을 합동으로 중계한 바 있다. 방송전파가 통치수단의 하나로 전락한 날로 기억된다. 이날 방송에선 일방적인 집권자 한 사람의 말과 표정밖엔 볼 수 없었다. 점잖게 이런 것을 다양성의 실종으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동계 올림픽 중계 문제로 다투던 방송3사가 사이좋게 국민음악회를 공동 주최한다고 한다. 하지만 방송3사 합동의 국민음악회가 월드컵 공동 중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현재로선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합동을 이끌어낸 힘이 있지 않을까? 경쟁일까, 한풀이일까, 아니면 다른 무엇일까.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동계 올림픽의 성과를 이명박 정부의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명박 정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방송사가 발벗고 나선 것은 아닌지

아무튼 평소 일요일 오후 ‘일밤’을 챙겨보시는 분들은 이날에는 서둘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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