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도형래 기자] 알뜰폰 업계가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알뜰폰 가입자는 2016년 약 91만 가입자를 추가로 확보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36만이 늘어난 데 그쳤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약 70만 가입자가 늘어 지난해 성장세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발표 자료에 따르면 7월 알뜰폰에서 번호이동으로 이동통신 3사로 빠져나간 가입자는 6만3113명으로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5만9256명보다 3900명 가량 많았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알뜬폰으로 번호이동이 많았지만 상황이 역전됐다.

알뜰폰 가입자 추이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의 경우, 지난 분기보다 가입자 수가 줄었다. CJ헬로비전이 지난 3일 발표한 IR자료에 따르면 2분기 알뜰폰 가입자가 지난 1분기 대비 8000명 가량 줄어든 85만6904명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2분기 가입자 88만1449명보다 적은 수치다. 반면 CJ헬로비전 LTE 가입자 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분기 LTE가입자 비율은 45만52020명으로 전체 가입자 수의 53%에 달했다. 타 알뜰폰 사업자의 LTE 비율은 20~25% 수준에 불과하다.

(자료=CJ헬로비전 IR)

이지모바일 관계자는 “가입자 57만 가운데 25% 정도가 LTE”라며 “LTE 비율 순위를 매기면 우리(이지모바일)가 중간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2분기부터 외국인에게도 선불 LTE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빠르게 늘고 있다”면서 “후불가입자인 내국인만 추산하면 (LTE 비율은) 15~7% 수준”이라고 밝혔다.

알뜰폰 성장세가 꺾기고, 오히려 번호이동 경쟁에서 이통3사에 밀리는 이유는 LTE 등 데이터중심 요금제에 알뜰폰이 제대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기존 3G 도매단가는 소매요금의 30% 수준인데 반해 LTE 도매대가는 60%가 넘어 알뜰폰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알뜰폰 업계도 너무 높게 책정된 LTE 도매대가 때문에 LTE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우체본부는 알뜰폰 판매 대행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알뜰폰 업계 관계자 A씨는 “LTE 도매대가는 알뜰폰 소매가격의 60% 수준”이라며 “알뜰폰은 가격이 경쟁력지만, LTE를 싸게 팔수 없다”고 밝혔다.

A씨는 “가입자 기준으로 점유율 12% 수준까지 MVNO가 성장했지만,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시장점유율은 4%에 불과하다”며 “주로 선불폰과 ARPU(가입자당평균매출)가 낮은 2G, 3G에 가입자가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ARPU를 올리려면 LTE 가입자를 확보해야 하는데 LTE 도매대가 높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과기정통부)의 알뜰폰 활성화 대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B씨는 “LTE 고가요금제의 경우, RS(Revenue Sharing, 수익배분) 비율이 기본료(50%)에 업무대행 수수료를 합치면 60%에 달하고, 저가요금제는 4~50% 수준”이라며 “3G 도매대가가 소매의 30% 수준인걸 감안하면 LTE 도매대가는 3G의 두배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알뜰폰 업계 관계자 C씨는 보편요금제 도입,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 등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이 알뜰폰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토로했다.

C씨는 “보편요금제, 선택약정 할인율을 인상하면 통신요금이 줄어드는 만큼 알뜰폰의 가격경쟁력이 없어진다”면서 “이 때문에 알뜰폰이 LTE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밝혔다.

C씨는 “평창올림픽에서 MNO들이 5G 시연을 계획하고 있는 데, 5G가 도입되면 LTE의 이탈이 생겨날 것”이라며 “5G로 넘어가기 전에 기존 3G가입자를 LTE로 전환해야 하는 데 가격 때문에 쉽지 않다. LTE 도매대가가 내려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알뜰폰 위기에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시기를 확정하기 힘들지만 MVNO 활성화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며 “알뜰폰 업계와 LTE 도매대가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뜰폰 업계는 SKT와 과기정통부와의 협상에 주목하고 있다. SKT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도매제공의 의무가 있고, SKT가 도매 대가를 먼저 산정하면 KT와 LG유플러스가 이를 따라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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