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송창한 기자]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두고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과 계속해야한다는 여론의 격차가 좁혀진 것으로 조사됐다. 4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전체응답자 중 중단해야한다는 여론은 42%, 계속해야한다 40%, 모름·응답거절 19%로 집계됐다. 7월 둘째 주 통계(중단 41%, 진행 37%)와 비교하면 중단·진행 여론이 각각 1%, 3% 증가해 둘 사이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조선·중앙·동아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의 비판적 보도가 여론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보수언론이 원전문제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정부가 발표한 의견과 내용도 함께 보도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보수언론이 주장하는 ‘전문가주의’에 따라 공론화위원회를 핵전문가들로 구성하게 되면 시민들의 삶과는 무관하게 내부논의는 찬성과 반대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사무처장은 “보수언론이 여론에 훨씬 적극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김 사무처장은 7월 14일 CBS라디오<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신고리 원전 건설 중단을 두고 진보언론에 비해 보수언론의 보도량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론이 핵의 위험성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허가할 때도 많은 문제점이 도출됐는데 당시에는 언론이 이를 보도하지 않아 여론화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에너지정책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제고해야 할 때라는 것을 언론이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찬핵단체의 의견만을 보도하고 경제적인 문제로만 지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청정에너지 원전 파리기후협약 후 더 늘고있다' 조선일보 7월 13일 1면 종합

보수언론은 ▲'원전건설중단, 심사숙고해야한다'(7월10일 중앙일보) ▲'또 위원회 공화국되나…계획 잡힌 것만 20개'(7월27일 중앙일보) ▲'프-일"에너지정책은 전문가중심 백년대계...속도전 안돼"'(7월29일 동아일보) ▲'정부"5년내 전기료 안올린다"눈가리고 아웅'(8월1일 조선일보) ▲'탈원전 고집, 이제 숫자 조작까지 한다는건가'(8월1일 조선일보) ▲'신고리 5·6호기 모델, 세계최고 안전기준 넘었다'(8월5일 조선일보) 등 꾸준히 찬핵 보도를 해왔다.

그중에서 특히 눈여겨 볼만한 것은 조선일보 7월 13일자 ‘청정에너지 원전 파리기후협약 후 늘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2016년 한해 전 세계에 새로 추가된 원전설비용량이 25년 만에 최대치를 갱신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전체 원전설비용량도 역대 최대치"라며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이 당면 과제로 떠오르자 원전은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산업통상자원부는 해당기사에 대해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전세계 발전량 중 원전비중은 ‘96년 17%를 정점으로 하락하여 ’14년은 10.6%”라고 반박했다.

민언련은 조선일보의 해당보도에 대해 “세계적으로 ‘친원전’ 기조가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려면 2016년의 전 세계 ‘원자력 설비용량’이 아닌, 전 세계 발전량 중 ‘원전비중 증감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체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났다면 원자력 설비 용량이 늘어났다고 해도 그 외 대체 에너지 설비 용량 역시 증가해 오히려 원자력 발전의 비중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녹색당과 오마이뉴스는 실제 조선일보가 ‘세계원자력보고 2017’의 일부내용만을 보도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전했다. ‘세계원자력보고 2017’에 따르면 원전 비중은 1996년 17.6%에서 2015년 10.7%까지 떨어졌다. 원전설비용량은 늘었지만 전체 에너지생산 대비 원전비중은 줄어들었다는 게 조선일보가 인용한 보고서의 내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을 두고 보수·진보 언론 간 '프레임 전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은 7월 31일 “원전 프레임 전쟁”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칼럼에 따르면 두 가지 프레임 구도가 있다. 첫째는 결정권 문제다. 보수언론의 ‘전문가주의’와 진보언론의 ‘시민참여 민주주의’가 대립한다. 둘째는 경제적 결과다. 보수언론은 ‘혈세낭비·전기료 폭등’을, 진보언론은 핵폐기물 처리비용 등 ‘원전고비용론’을 강조한다.

조선일보는 7월 28일 사설에서 “원전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는 시민배심원단이 국가의 중대정책을 결정하는 것부터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신고리 5·6호기는 이미 1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돼 공정률 28%에 이른 상태에서 문 대통령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원전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가장 깨끗하고 가장 경제적, 세계의 평가”라며 “이 막대한 에너지를 태양광과 풍력으로 대체한다는 것은 환상”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겨레는 7월 25일 사설을 통해 “공론화위원회가 ‘숙의민주주의’의 모범사례를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전 추진에 직접 이해관계가 걸린 쪽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광고를 내거나 전문가집단을 동원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를 일방적으로 확산시켜왔다”며 “공론화위원회는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히 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31일 녹색당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2017 상반기 광고예산 집행이 조·중·동 위주로 집행된 사실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최진봉 교수는 “한수원은 광고계의 ‘큰 손’이다. 여론에 민감한 원전사업을 관리하기 때문”이라며 “한수원의 광고예산 집행이 조·중·동에 집중된 것은 보수언론이 찬핵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로 충분히 의심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휴대전화 임의걸기(RDD) 방식(집전화 RDD 15% 포함)으로 진행했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은 20%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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