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MB정부 시절 원세훈 국정원장이 여론조작을 위해 조직적으로 '댓글부대'를 운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넘어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에 나설지 관심이다.

3일 국정원 적폐청산TF는 원세훈 국정원이 지난 2009년부터 조직적으로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용해 여론을 조작해온 사실을 정식화했다. 국정원은 민간인 댓글부대를 '사이버외곽팀'으로 불렀으며, 규모는 30개팀 3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댓글부대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검찰이 해당 사건을 재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국정원이 작성한 문서들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문제는 원세훈 전 원장의 댓글 조작 재판이 선고만을 남겨두고 있다는 점이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을 지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1심에서 집행유예,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서울고등법원으로 재판을 돌려보내 현재 고법 선고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원 전 원장의 재판이 이대로 마무리 될 경우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의 관련자 처벌은 '꼬리 자르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원세훈 전 원장 재판을 뒤집기 위해서는 검찰의 '변론재개신청'이 필수적이다. 변론재개신청은 재판부에서 변론을 종결하고 판결선고기일을 지정한 사건에서 다시 변론을 재개할 사유가 발생했을 경우 검찰이나 변호사가 신청할 수 있다. 형법 제305조에 따르면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직권 또는 검사,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신청에 의해 결정으로 종결한 변론을 재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변론재개신청를 할 경우,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이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로 작성된 국정원 문서를 보고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에 최소한 참고인 조사는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이 전 대통령이 원세훈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참고인은 언제든 피의자로 신분이 변경될 수 있다.

법률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이민석 변호사는 "국정원 적폐청산TF가 밝힌 내용이 사실이라면 변론재개신청 사유가 충분하다"면서 "공판이 재개되면 검찰은 빠른 시일 내에 관련 수사를 해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이럴 경우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국정원 댓글조작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조사를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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