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안철수 전 대표가 당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민의당 8·27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다. 그러나 안 전 대표의 출마에도 여전히 국민의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길은 싸늘하다.

지난 주말 안철수 전 대표의 당 대표 출마설이 불거지자 당 내부에서부터 안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일기 시작했다. 대선 패배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데다, 제보조작 사건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안 전 대표가 다시 당 전면에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연합뉴스)

이러한 여론에도 안철수 전 대표는 출마를 강행했다. 4일 안 전 대표는 "제가 다음 대선에 나가는 것을 우선 생각했다면, 물러나 때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면서 "하지만 제 미래보다 당의 생존이 더 중요하다. 이 소중한 가치를 위해 제 모든 것을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선당후사'의 자세로 국민의당을 살리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당 내부로부터 선당후사가 아니라당 선사후당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출마를 선언했음에도 국민의당이 살아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4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은 5%의 지지를 얻는데 그쳐 원내 5당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제보조작 사건 이후 6주 연속 '꼴찌'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진행됐다. 안철수 전 대표의 당 대표 출마설도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전 대표의 출마는 지지율 반등은커녕 국민의당의 내분만 가중시키고 있다. 호남 중진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호남진영과 수도권 중심의 안철수계가 맞붙는 모양새다.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동교동계 원로들의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고, 일부 현역 의원들도 탈당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4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박지원 전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의 출마에 대해 "명분도 실리도 없고, 시기상조라고 생각해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동원해 만류했고, 지금 당의 국회의원 40명 중 30명 이상이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전당대회 등록일이 8월 10일, 11일로 앞으로 일주일의 시간이 있다"면서 "안 전 대표가 이미 출마 선언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비관론도 있지만 당과 당원, 그리고 안 전 대표를 위해서라도 출마를 재고해 달라는 노력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전주MBC라디오 <유기하의 시사토크>에 출연한 천정배 의원은 "안철수 전 대표가 출마했다는 것은 단지 당 대표 선거의 경쟁자가 한 사람 늘었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면서 "국민의당 자체가 이것으로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라고 평가했다.

천정배 의원은 "출마 반대 성명을 낸 의원은 12명이지만 사실상 40명 의원 중에 안 전 대표 출마에 찬성한 사람은 단 1명으로, 39명이 사실상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을 살리러 나왔다는데 오히려 당이 깨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게 현재의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자들과 인사하는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 (연합뉴스)

천정배 의원이 언급한 안 전 대표 출마에 찬성한 단 1명의 의원은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로 판단된다. 당권 도전을 저울질하던 이 원내수석은 "안철수 전 대표가 출마한다면 돕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원내수석 외에도 문병호 전 최고위원 등이 안 전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

인용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RDD 방식으로 조사했다. 응답률 20%, 95%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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