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구성원들의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으로 출근을 하지 못하고 있는 김재철 신임 MBC 사장이 “공영방송 MBC의 핵심가치가 공정성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며 “MBC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지켜내겠다고 전 사원 여러분 앞에 분명히 약속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근행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은 “책임을 묻지 않고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사장은 4일 오전 사내 인트라넷에 ‘사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올려 “MBC 핵심가치인 공정성은 지난 20년 동안 방송민주화를 위해 애써온 MBC구성원의 염원이자 저의 염원이기도 하다”며 “공정한 방송을 훼손한다면 저 아닌 누구라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MBC를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시키고 자율적으로 경영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며 “MBC의 독립과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도 앞장 설 것”이라고 밝혔다.

▲ 노조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송선영
김 사장은 자신이 ‘낙하산’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정권이 MBC를 장악하려 한다’ ‘방송문화진흥회가 MBC를 장악했다’ ‘정권에 장악된 방송문화진흥회에 의해 사장이 임명됐기 때문에 낙하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나는 낙하산이 아니다. 30년 전 MBC 기자를 시작으로 오로지 MBC에서만 일해 왔고 무한한 애정을 가진 MBC 가족”이라고 밝혔다.

<PD수첩> 진상조사위원회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한미 쇠고기 협상을 다룬 <PD수첩> 편은 지난 2년 동안 우리 사회 논란의 중심에 있었고 지금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새로 취임하는 사장으로서 진상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은 일상 업무의 하나다. 다만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간부와 사원들의 의견을 들어 신중히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체협약 개정을 통해 ‘공정방송’ 가치를 훼손하려 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단체협약 개정은 지난 경영진때부터 추진해온 사안으로 새로운 사안이 아니다”라며 “아무리 좋은 제도도 시대가 변화하면 시대 흐름에 맞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 노동조합과 대화로 풀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 4일 오전 김재철 사장이 노조원들 앞에 서서 말하고 있다. ⓒ송선영
김 사장 출근, MBC노조 저지로 3일째 무산

김 사장의 출근은 오늘도 MBC노조원들의 저지로 무산됐다.

오전 9시17분 서울 여의도 MBC본사에 도착한 김 사장은 ‘낙하산은 물러가라’고 외치는 노조원들 앞에 선 뒤 “오늘 일하러 왔다”고 첫 말문을 열었다.

이근행 본부장은 김 사장을 향해 “공정방송을 지키고 방문진으로부터 독립을 해야 한다”며 “KBS 김인규 사장도 ‘방송독립을 지키겠다’고 했었다. 지금 KBS가 어떤 모습이냐”고 물었다.

김 사장은 “대화를 통해 조합원들의 뜻을 충분히 받아 들이겠다”고 말했으며, 이 본부장은 “조합원들은 25일 동안 일하면서 싸우고 있다. 일 안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지금 상황이 일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되받아쳤다.

김 사장은 지난 3일 천막 안에서 경영진들과 회의를 한 것과는 달리, 오늘은 천막 안에 들어가지 않고 오전 9시21분 MBC를 떠났다.

김 사장이 떠난 뒤 이 본부장은 “방문진의 개혁,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의 퇴진, 낙하산 사장과 낙하산 이사들의 퇴진은 물러설 수 없는 요구”라며 “과거를 청산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출발은 불가능하다. 더욱 단호히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 MBC노조원들이 "김재철은 물러가라"고 외치고 있다. ⓒ송선영
사복경찰, MBC노조원 불법 채증

한편, 서울 영동포경찰서 소속 사복경찰들이 지난 3일 김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노조원들의 모습을 불법 채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MBC노조에 따르면, 3일 오전 현장에서 사복 경찰은 노조 간부들의 얼굴을 한명씩 차례차례 찍었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노조원들이 신분을 밝힐 것을 요구하자 ‘인터넷 사진기자’라고 둘러댄 뒤 급히 MBC를 빠져나갔다. 경찰은 노조원들의 얼굴 사진과 동영상을 채증했다.

MBC노조는 “노조가 확인할 결과 이외에도 수명의 사복 경찰들이 회사에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나 이들의 불법 출입을 방치한 사측에 강력히 항의했다”며 “사측은 '영동포서에 문의한 결과 불법 채증 요원이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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